포도에 들어 있는 포도당·과당은 먹고서 곧바로 흡수돼 건강 회복에 좋고, 자주색 껍질의 색소는 항암 작용이 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예전에 미국 농무성에선 ORAC(산소 유리기 흡수력) 지수가 높은 과일 중 건자두 다음으로 건포도를 꼽았다. 이 지수가 높으면 항산화력이 강하다는 뜻이다.

와인은 포도를 발효해 만든 부산물이다. 떫은맛을 내는 타닌(tannin)과 폴리페놀(polyphenol) 성분은 유익한 콜레스테롤(HDL)을 활성화해 동맥경화를 예방한다. 항산화 작용을 하는 물질은 주로 페놀 화합물로 붉은색과 씁쓸하고 텁텁한 맛을 내고, 와인을 맑게 하는 중요 성분이다. 페놀 화합물은 포도 껍질과 씨에 많이 있고, 오크(oak, 떡갈나무 또는 졸참나무) 통에서 숙성하면 더 많이 우러나온다.

페놀 화합물은 대체로 색깔이 진하고 쓴맛과 떫은맛을 지닌 과일이나 채소에 들어 있다. 과일은 적포도, 녹차, 사과, 복숭아, 홍차, 청포도, 체리, 서양자두, 딸기 순으로 그 양이 많고, 마늘·케일·시금치 등 채소에도 많아 연구도 활발히 진행되고 있다. 이 중 과일은 먹는 부분만 따로 분석했지만, 포도는 씨와 껍질을 함께 먹는 걸 기준으로 측정한 거다.

와인은 알코올과 항산화제, 둘 다 있는 독특한 음료다. 두 가지 성분이 존재해 와인은 건강과 관련이 있다. 항산화제는 알코올과 함께 먹을 때 더 이로운 작용을 한다. 알코올은 간에서 분해하며 NADH란 물질을 만드는데, 이 물질은 상대를 환원시킨다.

따라서 한 번 사용된 항산화제가 다시 그 기능을 회복하도록 돕고, 자신은 다시 알코올 분해에 관여하는 형태로 변한다. 이런 특성은 와인에만 있는 것으로 다른 알코올 음료나 과일·채소류와는 비교할 수 없는 가치를 지닌다.

또한, 와인을 마실 때 어떤 음식이 어울릴지 생각해 본 적이 있다. 배부르지 않고 궁합이 맞는 음식이 좋다. 이런 음식 가운데 치즈가 가장 적합하며, 치즈는 지금도 와인 마니아에게 사랑받고 있다.

치즈는 수분 함유량에 따라 연질, 반경질, 경질로 분류된다. 연질 치즈는 수분 55% 이상으로 브리(Brie), 카망베르(Camemvert), 리코타(Ricotta), 모짜렐라(Mozzarella), 코티지(Cottage) 등이 있고, 반경질 치즈는 수분 45∼55%로 로크포르(Roquefort), 스틸턴(Stilton)이 있다. 경질 치즈는 수분 45% 이하로 체다(Cheddar), 고다(Gouda), 에담(Edam), 에멘탈(Emmental), 파르미지아노(Parmigiano) 등이 있다.

   
 
 
한국 사람 입맛에 어울리는 건 하얀 곰팡이가 겉에 피어 있고, 연성이라 먹기 편하고, 은은한 나무향이어서 레드 와인과 잘 어울리는 브리치즈다. 또, 설이나 추석 등 명절 음식은 양념을 덜 사용하고 담백해 와인과 훌륭한 궁합을 이루지 않을까 생각한다.

최근 사회·경제적 어려움으로 알코올로 스트레스를 없애려는 경향이 많다. 실제로 스트레스를 푸는 개인의 방법 중 수면, 음주 등이 비중이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지나친 음주는 건강을 해치게 마련이다. 알코올과 함께 항암이라는 일거양득을 원한다면, 멋진 분위기에서 좋은 사람과 나누는 하루 포도주 한 잔이 우리 몸의 신진대사를 돕고 삶의 활력을 전해줄 것이다.

/김원태(창신대 호텔조리제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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