봄비가 촉촉이 내리는 밤입니다. 무엇인가 낙엽 쌓인 돌 틈으로 기다란 몸을 꼬물거리며 기어 나옵니다.

촉촉한 몸이 소리 없이 낙엽 사이를 지날 때, 가는 빗줄기가 조금씩 모여 물웅덩이가 됩니다. 몸길이는 한 뼘보다 작고, 몸통과 꼬리 길이가 비슷합니다. 둥그렇고 뭉툭한 주둥이에 툭 튀어나온 눈이 귀여워 보입니다. 이른 봄 밤, 개울가에 나타난 도롱뇽입니다.

도롱뇽

도롱뇽은 물과 땅을 오가면서 사는 물뭍동물(양서류)입니다. 도마뱀과 비슷하지만 사는 모습이 다릅니다. 도마뱀은 땅에서만 삽니다. 혀를 날름거리며, 위험을 느끼면 꼬리를 끊고 도망을 갑니다.

물웅덩이로 모여든 도롱뇽은 바쁘게 알을 낳습니다. 버들치 같은 물고기가 알을 먹기 때문에 물고기가 적게 사는 웅덩이를 찾아야 합니다. 비슷한 때에 알을 낳는 산개구리도 마찬가지입니다. 올챙이가 되는 데 걸리는 시간에 따라 먹고 먹히는 운명이 정해집니다.

도롱뇽(40~50일)보다 산개구리(8~15일)가 빨리 올챙이가 됩니다. 도롱뇽이 산개구리보다 이르게 알을 낳는 것은 새끼를 위한 어미의 마음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동그랗게 말린 알주머니는 흐물흐물한 우무질(한천질) 막으로 돼 있습니다. 투명한 주머니에는 스무 개가 넘는 알이 있습니다. 깨어난 새끼는 물웅덩이에서 먹이를 먹으며 자랍니다. 도롱뇽이 알에서 깨어나는 동안 물웅덩이는 다양한 먹이가 있는 작은 습지가 됩니다.

알주머니

도롱뇽 유생

아이들이 도롱뇽 알주머니를 가져와서 키우는 것을 가끔 봅니다. 관찰이 끝나면 가져온 원래 자리로 돌려보내야 합니다. 도롱뇽은 움직이는 거리가 짧아 같은 종이라도 지역에 따라 유전자가 다른 경우가 많습니다. 도롱뇽을 아무 데나 놓아주면 유전 교란이 일어날 수 있습니다. 요즘은 개발 때문에 도롱뇽 사는 곳이 많이 파괴되고 있습니다. 점점 많이 줄고 있기 때문에 나라에서 포획금지종으로 보호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 때문에 기온이 오르고, 많은 생물이 영향을 받습니다. 특히 물뭍동물(양서류)이 큰 영향을 받습니다.

3월 초가 돼야 알을 낳던 도롱뇽이 이제 1월 말부터 알을 낳습니다. 도롱뇽이 건강하게 사는 환경이 되어야 사람도 건강하게 살 수 있습니다.

계곡과 냇가에 있는 낙엽층과 둘레의 모습을 그대로 지켜주고, 도롱뇽 사는 그대로 모습을 살펴보는 마음을 가져야 하겠습니다.

/김인성(우포생태교육원 담당 장학사)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