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발 지도

일요일 아는 교장 선생님 병문안을 갔다. 선생들이 모이면 자연스럽게 교육으로 화제가 모아진다. 학생의 생활지도에 대한 것, 학습지도에 대한 것 등등.

교장선생님께서 3학년 두발 지도를 하는데, 골치가 아프다는 이야기를 하셨다. 대표적으로 지도가 되지 않는 학생을 몇 차례 타이르고 협박까지 했는데도 말을 듣지 않는다면서 부모를 불러 담판을 지으려고 한다는 말씀을 하셨다. 그 학생이 반장이라 학교 대표라 할 수 있는데 학교를 어떻게 생각하겠는가라고도 말씀하셨다. 학생이 학생다워야 마음자세도 달라지고 공부를 하지, 학생인지 아닌지도 구분되지 않아서야 어떻게 공부를 하겠는가, 겉모습이나 생활태도를 바르게 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하셨다.

대안학교교사로 있는 나로서는 잘 받아들여지지 않는 말씀이다. '학생이 학생다워야 한다'는 것은 무엇일까? 누가 정했을까? 왜 이렇게 해야 될까? 학생다운 외모와 행동만 하면 공부가 저절로 되는 것일까? 가슴이 답답해졌다. 교장선생님 교육관이 특별한 것이 아니라는 것에 더 답답해져왔다.

일반계에서 우리 학교로 전학 온 학생 중에는 두발 단속과 생활지도, 자율학습 등이 원인인 경우가 있다. 학생다운 태도가 과연 학교를 그만두게 할 만큼 중요한 문제인가? 전학 온 학생들은 학교 생활에 특별한 문제가 없고 교육에도 큰 어려움이 없다. 그동안 학생다움이란 제도와 규정에 묶여서 힘들어했는데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면서 더 밝고 행복하게 생활한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규정과 틀은 어른들의 생각과 기준일 뿐 절대적인 가치는 아니다. 학생들도 아름답게 꾸미고 가꾸면서 멋 부릴 자유가 있다. 행복을 추구할 권리는 태어나면서부터 죽을 때까지 있는 것이다.

학생은 특별한 인간이 아니다. 오히려 외모에 대한 행복추구권이 절대적인 가치가 되어야 한다. 학생답게 교육하려면 오히려 더 자유롭게 사고하고 행동하면서 올바른 가치를 추구해가도록 교육해야 한다. 학생은 학생다워야 한다는 어른들의 규정과 틀로 학생을 대상화하면서 어떻게 인권을 교육할지 의문이다.

   
 

학생이 학생다워야 한다는 생각과 기준은 이제 내려놓자.

교사인 나도 간혹 내 생각과 기준으로 학생을 규정짓는 경우가 많은데, 내가 그런 교육을 받고 그런 사회에 살아왔기 때문이다. 학생들이 아니라 어른들 생각과 기준이 문제인 것이다. 미래 사회를 준비해야 한다면 구시대의 기준과 생각에 학생들을 묶어두지 말자. 내가 행복해야 주변도 행복하다는 것은 기본 상식이다. 학생들이 행복해야 더 잘 배움을 실천할 수 있다. 행복한 교육을 통해 아름다운 사회가 만들어진다.

/심영보(38·합천원경고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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