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대맛]이름난 전통시장 떡집

드라마 <육남매>를 아는 이들은 극 중 엄마가 외치던 "똑(떡) 사세요~"라는 말도 기억할 거다. 이젠 철 지난 유행어가 돼 버린 이 말 가운데 '똑'에 주목해본다. 엄마는 왜 그토록 애절하게 '똑'을 외쳤을까. 그저 흉내나 내면서 웃고 지나치기엔 자식들 뒷바라지해주느라 고생한 엄마의 고달픔도 배어 있는 듯하다.

리듬을 살려 메밀묵과 함께 "찹쌀~떡!"이라 하던 떡 장수의 우렁찬 소리도 잊힌 지 오래다. 지금이야 즉석식이나 간편 음식에 입맛이 길들어 있는 사람이 많겠지만, 떡은 정성스레 쌀을 빻고, 반죽하고, 빚고, 찌는 과정을 거치는 슬로푸드의 전형으로 오래전부터 간식으로 즐겼던 먹을거리다.

그러니 육남매 엄마와 떡 장수의 '떡' 소리엔 우리 음식문화도 오롯이 담겼다고 할 수 있다. 떡집 두 군데를 찾아가 떡 만드는 과정과 다양한 종류 등에 대해 들어봤다. 두 집 모두 전통시장에 자리 잡고, 시장에선 꽤 알려진 떡 맛집(?)이다.

   
 
◇창원 가음정시장 '풍년민속떡방' =
'풍년민속떡방'에 들어섰다. 낮일을 마치고 오순도순 이야기 나누던 여섯 식구가 인사했다. "어서 오세요~ 풍년민속떡방입니다!" 30대 이정배 사장과 함께 일하는 여섯 식구의 활기가 돋보였다.

이 사장은 다니던 직장을 그만두고, 대전 중리시장의 한 떡집에서 일한 적이 있다고 했다. 평소 일보다 사랑(?)했던 떡을 배우기 위해서였다. 그때 경험을 살려 3년 전 지금 떡집 문을 열었다.

그는 "떡은 낟알에 찰기가 없는 쌀(멥쌀)이나 찰벼를 찧은 쌀(찹쌀)로 만드는데, 이에 따라 종류도 나눠볼 수 있다"고 했다. 백설기와 같은 건 멥쌀, 좀 더 쫄깃함이 있는 떡은 찹쌀로 만든 거다. 쑥을 넣어 만든 쑥털털이는 봄 내음 가득하다. 여름철 하루 정도 숙성한 막걸리로 찌는 기주떡(술떡)은 시원한 맛이다. 김이 모락모락, 따끈따끈한 호박시루는 겨울 별미다. 얇게 썬 고구마가 그대로 보이는 고구마떡, 아기 주먹만 한 방울약식, 어른 주먹만 한 찹쌀떡, 다양한 색으로 물들인 손바람떡도 있다.

주문은 떡집 안 사무실에서 하면 된다. 이름만 '사무실'이지, 실은 떡 만드는 과정을 한눈에 지켜볼 수 있는 자리다. 주문한 떡은 한지 상자에 담아준다. '풍년민속떡방'은 지난해 중소기업청 시장경영지원센터에서 준 우수점포(Best Shop) 인증서를 받기도 했다. 이 사장은 "시장에 떡집이 네다섯 군데나 있어 서로 경쟁이 된다. 사소한 부분도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며 웃었다.

이 집 떡을 자주 사먹는다는 한 동네 어르신 말이 '풍년민속떡방'을 향한 으뜸 칭찬은 아닐까. "야물지도 않고, 고마 내 입에 착착 달라붙는다."

창원시 가음동 21-11번지. 055-274-3335. 1팩 2000~3000원.

   
 
◇진해 중앙시장 '복떡방' =
"복을 드리는 떡집"이란 의미로 이름 지은 '복떡방'은 감인호 대표가 지난해 5월 문을 연 곳이다. 감 대표는 사업차 일본에 머물다가 일본 전통과자 '화과자(和菓子)'를 보고서 우리 떡을 세계화하겠다는 포부로 떡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 한국전통음식연구소에서 떡 과정을 배웠다고 한다.

그가 제일 먼저 내민 건 서울 연희동에서 아는 사람을 통해 배운 '노란떡'이었다. 일명 '멥편'이라는 노란떡은 멥쌀을 써서 만든다고 한다. 멥쌀로 찰떡 못지않은 쫀득함과 촉감을 내는 거다. 여기에 메주 담그는 노란콩(백태), 껍질 벗긴 팥이나 녹두로 만든 거피고물 등을 가루 내어 씌운다.

감 대표는 노란떡을 먹기 좋은 크기로 잘라서 건넸다. 백설기는 버석한 맛이지만, 복떡방 노란떡은 카스텔라에 가까운 부드러움이 있었다.

그는 "백설기는 수분이 증발하면서 빨리 퍼석해지고 딱딱해지나 노란떡은 만드는 방식이나 가공 기술이 극비인 만큼 훨씬 맛깔스럽다"고 말했다.

요즘 인기를 끄는 쑥으로 만든 떡도 줄지어 설명했다. "쑥개떡, 쑥인절미, 쑥설기, 쑥버무리, 쑥절편…."

찰떡에는 호박, 곶감, 완두콩 등 여러 고물을 넣는데, 제철 재료를 쓰는 게 가장 맛있게 해먹는 방법이란다.

복떡방은 시식 코너도 두고 있다. 손님을 위한 배려다. 그는 "우리나라는 고장마다 떡집도 많지만, 떡도 수백 가지나 된다"며 "우리나라 사람은 태어나면서부터 세상 떠날 때까지 떡을 접한다. 이렇듯 떡은 자연스레 우리 문화에 녹아 있는 것"이라고 덧붙였다.

진해시 화천동 50-1번지 중앙상가 5동 511호. 055-543-8200. 1팩 2000~3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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