귤보다 1.5배 많은 비타민C

마땅한 찬거리가 없나 둘러보다 눈에 띈 연근. 조림을 해두면 제법 오래 먹겠다는 욕심과 재료가 좋아야 모자라는 솜씨를 보완해 주리라는 생각에 열심히 연근을 들여다본다.

연근을 고를 땐 곧고 무거우며 옅은 주황색을 띤 상처가 없는 말끔한 것을 고르되, 표면이 건조하지 않고 잘랐을 때 속이 희고 부드러운 것이 좋다.

수확한 지 얼마 안 된 신선한 연근일수록 탱탱한데, 조금 수고스럽더라도 썰어 놓은 것보다 적당히 흙이 묻어 있는 것을 통째로 구입하는 게 신선하다. 만약 손질이 된 연근이면, 변색방지를 위해 첨가된 성분을 없애는 게 좋다. 조리 직전에 식초물에 담가두고, 그 다음 조리하는 것이다.

'뿌리채소' 연근은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고 일 년 내내 구할 수 있지만, 가을에서 겨울까지 가장 맛이 좋은 제철이다. 영양성분을 보면 비타민C 함량이 100g당 57mg으로 다른 뿌리채소보다 2~7배 정도 높으며 귤보다도 1.5배 더 높다.

이 밖에도 채소에선 보기 어려운 비타민 B1과 B2가 함유돼 빈혈을 예방하고 간 기능을 도와 건강회복, 신경통, 류머티즘(뼈, 관절, 근육이 단단하게 굳거나 아픔)에도 도움이 된다. 또, 지방 함량이 극히 낮으며 식이섬유 함량이 높은데, 연근을 반으로 잘라 잡아당기면 명주실처럼 가는 섬유질을 눈으로 확인할 수 있다. 식이섬유는 장벽을 자극해 소화와 배변 활동을 돕고, 체내 콜레스테롤 수치를 낮추는 데도 이바지한다.

연근에 함유된 미량 성분들로는 뮤신과 타닌이 있다. 뮤신은 연근을 자를 때 가는 실처럼 생기는 끈끈한 성분으로 단백질 소화를 촉진하며 위벽을 보호하고, 콜레스테롤을 낮추고 해독하는 작용이 있다. 뮤신은 물에 잘 녹으므로 삶을 때 단시간에 살짝 데치는 게 좋다.

연근 껍질을 없애 칼로 자르면 단면 색이 갈색으로 변해가는데, 이때 타닌 성분이 작용한다. 타닌이 공기 중에 노출돼 산화함으로써 갈변하는 현상으로 변색을 막으려면 썰어서 바로 찬물이나 식초물에 담그거나 조리 전에 식초물에 삶으면 된다.

철분과 타닌은 소염(消炎, 염증을 없앰) 작용이 뛰어나 점막 조직의 염증을 가라앉힌다. 이와 관련, 민간요법에선 코피가 잘 나는 사람이 연근 즙을 마시거나 약솜(탈지면)에 연근 즙을 묻혀 코를 막아주면 코피가 멎는다고 했다.

연근은 당뇨, 위궤양, 십이지장궤양, 빈혈 치료에도 효과가 있다고 한다. 또, 민간에서는 폐렴, 기관지천식, 임질, 강장, 소화불량뿐 아니라 뱀과 독벌레에 물렸을 때 사용한다니 단순한 반찬보단 더 나은 대접을 해줘야 할 것 같다. 하지만, 열이 있거나 만성 설사가 있는 사람은 많이 먹지 않는 게 좋단다.

   
 
 

우리 식탁에서 흔히 보는 연근 반찬은 조림이다. 식초물에 살짝 데친 연근을 물엿·간장과 조리는데, 색다르게 즐기고 싶으면 다시마 육수와 고추기름을 넣어 매콤한 향과 맛을 더해도 된다. 얇게 썰어 데쳐서 묽은 밀가루 즙을 씌워 구워낸 연근전도 찬으로 좋다. 연근을 갈고, 곱게 간 감자나 밀가루를 조금 넣어 여러 채소나 해물과 함께 지지는 연근전도 만들 수 있다. 과일·인삼·꿀과도 어울리니 같이 갈아 주스로 마실 수도 있다.

주요리로 즐기려면 연근을 곱게 갈아 만든 연근죽, 연근수제비를 만드는 것도 좋겠다. 잘게 썬 연근과 표고·은행·밤 등 각종 재료를 넣고 다시마 육수로 짓는 연근밥에 양념장 한 수저만 곁들이면 굳이 다른 반찬이 필요할까.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