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을 복판 공해기업 입주…농사 망치고 건강권 위협

플래카드 뒷편이 진전천이고, 오른편은 레미콘공장 터.
◇오래된 하천 오래된 나무

마산 진전 양촌리를 다시 찾았습니다. 레미콘 공장 건설과 관련한 문제로 몇 번 와보았지만 올 때마다 현장문제와 관련된 주민들만 만나고 레미콘 공장이 들어서는 현장만 보고 돌아왔기 때문에 진전천과 그 주변을 깊게 만날 수는 없었기 때문입니다.

진전천을 천천히 걸어보았습니다. 먼 과거부터 유유히 흘렀던 굽이굽이 흐르는 아름다운 물길이 눈에 들어옵니다.

물이 그러하듯 진전천의 물 또한 막으면 돌아가고 웅덩이를 만나면 다 채우고 넘어가며 그렇게 아래로 아래로 더 넓은 품인 창포만을 향해 끝없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진전천 주변 일암마을 옆 하천을 따라 가다보면 고목을 만납니다. 하천에 의지해 오랜 세월 함께한 고목을 보노라면 부러지고 파이고 긁힌 세월의 흔적과 만납니다. 하천 정비 사업에서 베어졌을 수도 있고, 비바람에 뿌리째 뽑힐 수도 있었을 텐데 용케 살아남아 마을과 어우러져 있는 모습을 보면서 대견스럽기까지 합니다.

오래된 집과 굴뚝. 허름해 보여도 사는 이에게는 보금자리다.
◇오래된 마을 오래된 집

진전천 주변 마을을 둘러 보다보면 오래된 것들과의 만남이 자주 이루어집니다. 오래된 집의 오래된 굴뚝과 마주하면 어린 시절 아궁이에 불지피던 추억과 마주합니다. 굴뚝의 연기는 끊긴 지 오래지만 그래도 마주선 이와의 소통을 통해 굴뚝에서는 연기가 피어나고 아궁이엔 불이 지펴지고 무쇠솥에선 김이 모락모락 피어납니다. 보일러가 일상화된 도시의 어느곳에서도 만날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을 안겨다 줍니다.

진전은 물이 맑고 토질이 좋아 아직도 논농사를 많이 짓습니다. 먼 발치에서 내려다보는 마을 전경은 그래서인지 더욱 고요하고 평온해 보였습니다.

맑은 물과 좋은 공기·토질은 진전천 주변 마을이 그나마 자연 생태 그대로를 유지할 수 있는 주요한 조건이며, 이것이 진전천 주변 마을의 미래와 직결되어 있음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일암 마을과 역사를 함께 해 왔을 하천변 오래된 나무.
◇진전천 죽이기 - 오래된 미래 죽이기

진전천 주변 마을의 주요한 자원은 생태적으로 뛰어난 환경입니다. 넓은 농경지와 마을 어디서나 만날 수 있는 고목, 유유히 흐르는 진전천, 그리고 마산10경에 들어가는 적석산과 양촌온천 등 자연이 준 선물이 그것이라 하겠습니다. 이 아름다운 마을에 대표적인 공해기업인 레미콘·아스콘 공장이 들어선답니다. 그것도 마을 한복판에 말입니다.

뿐만 아니라 진전천과 거리는 채 10m정도밖에 되지 않고 하루 250t씩 지하수를 뽑아 쓴다고 합니다. 진전천 오염은 불을 보듯 뻔합니다. 또 공장에서 나는 돌 부수는 소리, 먼지, 냄새, 그리고 건강에 치명적인 시멘트가루와 아스팔트의 유독성은 농사를 망치고 주민 건강을 위협할 것입니다.

레미콘·아스콘 공장은 진전 지역 경제를 무너뜨릴 것입니다. 진전천 주변 주민들 생계수단은 대부분 자연이 준 선물입니다. 농경지가 그렇고, 온천이 그러하며, 적석산과 대정음식이 그렇고 맑은 진전천이 그렇습니다.

레미콘·아스콘 공장은 마을을 소음과 분진으로 자욱하게 하고 대형트럭이 광폭하게 질주하게 하고, 시멘트 가루와 아스팔트 냄새로 적석산을 뒤덮을 수도 있을 것입니다. 그러면 과연 누가 이곳을 물 좋다고 온천하러 올 것이며, 누가 공해로 오염된 지역에서 음식을 먹겠습니까? 결국 지역 주민들은 생계 수단을 잃고 지역 경제의 붕괴와 지역 주민들의 삶 자체의 파괴로 나타날 것입니다.

자연 물길이 그대로 살아있는 진전천 하류.
◇진전의 미래 -오래된 역사와 생태적 우수성이다

진전천과 주변 마을이 지닌 오래된 역사와 생태적 우수성은 마산시민이 함께 지키고 보존할 때 지역 주민의 삶도 함께 발전할 것입니다. 진전천 주변 마을처럼 생태적으로 우수한 곳은 미래를 위해서라도 공해업체가 들어오면 안됩니다. 개발을 하고 지역경제를 살린다는 미명 아래 자행되는 그 어떤 정책도 대안이 될 수 없음을, 주민들은 몇 해 전 석산개발이라는 경험을 통해 이미 알고 있습니다.

농업을 지키고, 자연이 준 선물인 물과 산, 음식 그리고 역사라는 주요한 자원을 통해 이곳 주민들은 지금껏 삶을 누려 왔습니다. 오래되고 생태적인 것이 바로 미래가 되는 곳이 여기 이 진전천 주변 마을입니다. 어쩌면 역설적이게도 진전천 주변 마을 주민들의 미래는 그들이 살고 있는 오래된 마을 안에 이미 들어와 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감병만(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회원조직부장)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