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부럽지 않은 그 정교한 맛…손님과의 교감 통해 쌓은 '연륜의 비결' 대물림

마산 사람 중에 스스로 식도락가라고 자처한다면, '신라초밥'을 모르는 사람은 없을 게다. 마산에 일식집 몇 군데 있지만, 장인 정신으로 주인이 직접 요리하는 집은 흔치 않다. 특히, 맛이 정교할 정도로 예민한 초밥이면, 제 아무리 솜씨가 빼어난 요리사라 해도 천의 입맛을 다 맞출 수 없기에 손님과 오랜 세월 동안 교감을 하면서 그 미각을 알아야 한다.

그래서 마산 '신라초밥'의 최삼용(59) 사장은 44년 경륜에 걸맞게 식도락가들의 입맛에 적응하며 나름 마산의 유명인사가 됐다.

몇 년 전, 일본 도쿄 여행 중 묵고 있던 호텔의 유명한 스시(초밥) 집에서 스시 맛을 봤지만, 츠기지 어시장 내 6호관에 있는 '대화스시(大和壽司)' 집의 싱싱한 활어를 얹은 초밥 맛만 못했다.

   
 
  아버지에게서 아들로, 대를 이어 운영되고 있는 마산 신라초밥.  
   
 
  신라초밥 2대 최지훈, 1대 최삼용 사장, 정형준 요리사(왼쪽부터).  
 
일본에서는 회로 먹을 수 있는 생선은 모두 초밥으로 만들 수 있다. 초밥(스시)은 일본 사람들이 밥에 의해 발효된 생선을 즐기면서 시작됐기 때문에 초밥에 올라가는 생선은 싱싱한 활어보다 냉동 숙성된 생선을 선호한다.

취재하는 도중 최삼용 사장에게 "일본 스시와 한국 스시, 어디가 맛이 있을까요?"하고 물어봤다. 최 사장은 "일본 스시가 맛있죠"라고 했다. 그 이유인즉슨, 일본 쌀이 좋아 밥이 맛있다고 한다. 물론, 밥이 스시(초밥) 맛에 많은 영향을 주는 것은 틀림없다.

밥도 중요하지만, 밥에 섞이는 식초의 배합 비율과 생선의 선도는 가장 중요하다. 그래서 오랜 경륜을 갖춘 초밥 요리사는 단골 손님의 입맛에 가까운 초밥을 만들어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경남대 신경철 경영대학원장과 이 집의 초밥 맛을 꾸준히 봐온 터라 경륜이 묻어 있는 최 사장의 초밥 맛을 익히 알고 있다.

초밥에 대한 상식과 마구로(참치)의 맛을 잘 몰랐을 때는 초밥 집에 가서 "오마카세!(요리사에게 맡긴다는 뜻이다)"라고 외쳤다. 그러나 혼마구로의 오오토로(大トロ, 참치 대뱃살) 맛을 알고는 "오마카세!"를 외치지는 않는다.

초밥 먹는 순서가 특별히 정해진 것은 없지만, 다양한 초밥의 맛을 즐기고 싶다면 초밥 하나를 먹고 난 후 이내 초생강 한 조각을 먹으면 입안이 개운해져 각각 나오는 생선의 맛을 차례로 즐길 수 있다.

그리고 담백한 재료에서부터 익힌 것, 강한 것, 마끼(김을 말아 만든 초밥) 순서로 먹는 것이 좀 더 이상적인 맛을 즐기는 방법이다. 그래서 초밥을 내주는 요리사나 초밥을 먹는 손님을 보면, 그 사람이 초밥을 얼마나 아는지 금세 알 수 있다.

최 사장은 1965년부터 44년 경륜을 쌓고서 초밥 만드는 비법을 아들 최지훈(31) 씨에게 대물림하고 있다.

다행히 이 집 2대 사장인 최지훈 씨는 대학교를 나오고서 아버지의 대를 잇고자 초밥 본 고장인 일본에 가서 초밥을 비롯한 일본 요리를 배웠다. 아울러 최지훈 씨는 일본 유학 뒤엔 다시 국내로 돌아와 현재 아버지 1대 최삼용 사장으로부터 '신라초밥'의 대를 잇는 수업을 받고 있다. '신라초밥'에는 최지훈 씨뿐만 아니라 최삼용 사장이 자식처럼 여기는 정형준(36) 요리사도 10년째 손맛을 들이고 있다.

일본에 가면, 가업을 300년 이상 대물림하는 집들이 있다. 마산에도 2대뿐 아니라 3대, 나아가 4대로 이어지는, 장인 정신이 깃든 가문이 나올 것이라는 기대를 해본다. '신라초밥' 마산시 중성동 102번지. 055-243-3399.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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