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학동안 학내 곳곳에 쳐진 거미줄을 걷어내고 학교 안 아스팔트 위 희미해진 차선을 다시 긋는 듯 싶더니 벌써 개강이다. 밀린 일기와 방학숙제를 해야하는 부담도 없고, 좀더 놀지 못하고 학교에 가서 또다시 수업을 받아야 한다는 생각으로 잠을 설쳤던 초등학교 때와는 다른 대학의 개강. 거기엔 어떤 것들이 있을까.
두 달이라는 긴 여름 방학을 보내고 가장 먼저 개강을 맞는 사람은 학교에서 청소하시는 분들이다. 그리고 식당.서점.미용실 등에서도 역시 학우들 보다 먼저 개강을 맞이했다. 여름 내내 매미들이 진을 치고 있었던 대학가에 학우들이 북적대고 학교에 드디어 사람냄새가 나면서 활기가 넘친다. 보고 싶었던 친구들의 변한 모습이 재밌고 처음 접하는 강의에 대한 호기심과 새로 산 책에 1학기 때보다 더 열심히 해보겠다는 다짐들로 학교 안은 발 붙일 곳이 없다.
그런데 참 이상하게도 캠퍼스 곳곳에는 학우들이 많은 것 같은데 강의실에만 들어가면 그 많던 학우들이 모두 사라지고 없다. 이유인즉슨, 개강한 그 주에는 일주일 동안 강의를 제대로 하지 않기 때문에 아예 학교를 나오지 않는 것이다. 심지어는 교수까지 나오지 않아 강의실의 학생은 반이 채 되지 않으니… 왜 그런가 했더니 첫 수업이라 책이 없어서 수업소개만 간단히 하고 수업은 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실질적으로 첫 수업에 들어가지 않으면 수강신청이 바로 됐는지 확인 할 수 없다. 모든 일에 처음이 중요하듯이 첫 수업도 아주 중요하다. 한 학기동안의 수업 일정을 교수와 학생이 함께 토론하고 얘기하는 시간이기 때문이다. 아마도 개강을 한 뒤 2주 후에는 개강을 한 주보다 사람들이 더 많아지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물론 끝도 중요하지만 처음의 시작을 단단하게 할 수 있는 대학생들이 됐으면 한다. 개강이다. 이제부터 시작이다. 언제든 다시 시작할 수 있다는 것은 얼마나 큰 축복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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