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방산개구리 암수가 짝짓기하는 장면.
지독한 겨울 가뭄 끝에 봄이 왔다. 가뭄에 말라 붙고 갈라진 저수지들, 덤벙과 논의 가장자리를 보면서 우리들의 경제 사정만큼이나 개구리들도 힘든 봄나들이를 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을 했다.

'봄' 속에는 '개구리'도 숨어 있다. 그래서일까? '개구리'에 대한 우리들의 느낌은 따뜻하고 정겹다. 그렇지만 진화론적 관점에서 보면 개구리가 그렇게 가벼운 대상만은 아니다.

척추를 가진 최초의 육지 정복자가 바로 양서류이기 때문이다.

지구는 늘 한 생명의 번성을 오래 용납하지 않았는데 정복자로서의 권위와 두려움이 사라진 개구리와 공룡처럼, 우리도 언젠가는 그들과 같은 신세로 전락할지 모를 일이다.

특히 산개구리들은 누구보다 간절히 봄을 기다렸을 것이다. 왜냐하면 봄에 짝을 만나 사랑을 나누고 알을 낳기 때문이다. 그래서 못자리 논에 물이 잡히기 전에 논 가장자리의 물길 옆에서나 덤벙에서 발견되는 대부분의 올챙이들은 산개구리들의 사랑의 결실이다.

우리가 말하는 산개구리는 북방산개구리, 계곡산개구리, 한국산개구리 3종을 총칭해서 부르는 말이다. 그 중 북방산개구리는 산개구리 중에서 가장 많은 알을 낳는 종으로 사람들에게는 보신용으로 인기가 높아 많은 수난을 당해 왔다.

계곡산개구리는 일반적으로 계곡의 중상류에 서식을 한다. 외부적 특성이 거의 비슷하여 일반인들이 북방산개구리와 계곡산개구리를 구분한다는 것은 여간 어려운 일이 아니다.

거제에서 계곡산개구리를 찾고 있지만 아직 만나지 못했다. 계곡산개구리는 경사가 급하고 물의 흐름이 빠른 계곡의 중상류 지역에 서식하고 있기 때문에 알이 계곡물에 쓸려 내려가는 것을 막기 위해서 알을 돌이나 나뭇가지 등에 붙여 놓는 특성이 있다. 얼마나 지독한 자식 사랑인가?

한국산개구리는 2006년 전까지 아무르산개구리로 불렸던 개구리이다. 기존에 우리나라에서 아무르산개구리라고 불렸던 종이 아무르 지역에 분포하는 아무르산개구리와는 유전적·형태적으로 차이가 있으므로 우리나라의 것을 한국산개구리로 새롭게 이름을 붙이고 고유종으로 취급하게 되었다.

봄 가뭄 속에서 사람들은 봄비를 기다렸다.

산개구리들도 신혼방을 넉넉하게 꾸밀 수 있도록 많은 봄비를 기다렸을 것이다.

올해 개구리와 인간의 행복한 봄맞이의 조건은 참 많이도 닮아 있다.

/변영호(환경과 생명을 지키는 교사 모임 회원·거제 계룡초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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