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라상에 오른 진미 중 으뜸

이제 제법 봄기운이 코끝을 간질인다. 간혹 불어오는 찬바람은 겨울의 끝자락을 못내 아쉬워하고 있다. 이를 마저 놓기 전에 꼭 먹고 넘어가야 할 음식을 고르라면, 주저 없이 '꼬막'이라고 하고 싶다. 꼬막이라면 여지없이 떠오르는 게 보성, 벌교가 주 무대인 소설 <태백산맥>이다.

소설 읽은 게 언제인지 기억나지 않지만, 소설 속 무당의 딸인 소화가 만드는 '꼬막 무침'에 대한 부분은 잊히기보단 벌교에 가면 꼭 꼬막 무침을 먹어봐야겠다는 생각을 남겼다. 그리고 몇 년 전 벌교에 들렀을 때 꼬막정식을 먹고 난 후로는 벌교 꼬막에 대한 아련한 추억과 그리움이 이맘때만 되면 되살아나는 것 같다.

최근 '벌교 꼬막'은 특정 지역에서 생산되는 수산물과 그 가공품에 지역 이름을 표시해 지역 특산물을 보호 육성하는 제도로 수산물에 대해선 지난해 처음으로 도입된 수산물지리적표시제 1호로 등록되면서 명실상부한 벌교 대표 식품으로 자리매김하게 됐다.

꼬막은 크게 참꼬막, 새꼬막, 피꼬막 세 종류로 구분 짓는다. 크기도 차이가 나지만, 헤모글로빈을 다량 함유하고 있어 속살이 핏빛이 돌아 생으로 즐기는 피꼬막을 빼면 참꼬막과 새꼬막을 구분하긴 쉽지 않다. 참꼬막은 둥근 부챗살 모양에 깊은 골이 13~30개 정도 있는데, 새꼬막은 참꼬막 보다 약간 길고 납작하며 골이 깊지 않고 털이 많다. 참꼬막은 제사상에도 올린다 해 제사꼬막이라고도 불렀으며, 새꼬막은 제사상에 올리지 못하니 똥꼬막이라 한다.

겨울 찬바람이 불면서 봄이 완연해지기 전이 맛이 좋다. 꼬막은 한겨울에 가장 맛있다. 엄동설한에 주로 꼬막을 채취하는데, 다른 조개류와 마찬가지로 그믐 무렵에 캔 것이 살이 더 알차다. 꼬막은 채취 후 저절로 입을 벌리면 죽고 변질하기 쉬워 꼬막 자루를 밟거나 움직여 주면서 꼬막 입을 다물게 하면, 오래 보관할 수 있다. 겨울철엔 입만 벌리지 않으면 일주일도 넘게 살아 있다고 한다.

예로부터 꼬막은 임금 수라상에 8진미 가운데 1품으로 진상됐다. 쫄깃하고 달착지근한 감칠맛이 특징이다. 단백질 함량이 높은데 히스티딘, 라이신 등 필수아미노산이 고루 들어 있고, 글리코겐 함량이 높다. 호박산과 글루타민산은 감칠맛을 내게 된다. 소화 흡수가 잘 되는 저지방 알칼리성 식품으로 비타민류, 철분과 코발트 등 조혈 성분 함량이 높아 빈혈 예방에 좋고, 강장 효과가 있는 타우린과 베타인이 건강 회복을 돕는다.

요리법은 비교적 단순하다. 다만, 꼬막의 참맛을 내는 데는 솜씨가 제법 필요하다. 깨끗이 씻어 내는 것도 만만치 않지만, 삶아 내는 건 더욱 그렇다. 지나치게 삶으면 육즙이 적어 맛이 덜하고, 너무 살짝 삶으면 덜 익어 비린 맛이 나므로 그야말로 솜씨에 따른다.

   
 
 

핏기는 가시고 간기는 그대로 남아 입이 활짝 벌어지지 않게 적당히 삶는다. 까먹을 때 몸체는 하나도 줄지 않고, 물기가 돌아 육질이 적당히 씹히면서 짭조름한 맛이 남아 있도록 해야 한다. 이렇게 삶은 꼬막은 그냥 먹어도 맛이 있지만, 고추장과 고춧가루, 다진 마늘, 고추 등을 섞은 양념장을 끼얹어 먹으면 또 하나의 요리가 된다. 껍데기를 제거해 채소, 초고추장과 무치면 꼬막 회무침이다. 껍데기 깐 꼬막과 잔 파를 썰어 넣고 밀가루, 달걀을 풀어 구운 꼬막전도 별미다.

/신정혜(재단법인 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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