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박 13일의 자전거 무전여행

▶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다. 방학은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이지만 잘 활용하는 이가 있고 건성으로 흘려버리는 이도 있다. 여기 ‘별난 체험 알찬 방학’을 보낸 세 사례로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의 미래를 본다.

방학이 끝나고 학생들은 본연의 자리로 돌아갔다. 방학은 휴식과 재충전의 기회이지만 잘 활용하는 이가 있고 건성으로 흘려버리는 이도 있다. 여기 ‘별난 체험 알찬 방학’을 보낸 세 사례로 앞날이 창창한 청소년의 미래를 본다.

이우람(15).이중규(15).서성훈(14). 함안 군북중학교 3학년에 다니는 학생 3명이 자전거 무전여행을 떠났다 돌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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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들 3명은 유치원에서 중학교까지 줄곧 같이 지낸 단짝. 함안 군북에서 산청.함양을 거쳐 전북 임실-장수-정읍-김제-익산과 충남 부여-공주-홍성까지 올라갔다. 옛적 신라와 당나라의 연합군에게 망한 백제의 숨결과 동학농민군의 자취를 느껴볼 수 있는 지역이다.
이들이 가장 중요하게 여긴 것은 바로 여행 그 자체였다.
“함양에서 전북 임실로 넘어가는 육십령 고개 전에 나오는 백전고개를 자전거로 넘는데요, 오르막길이 무려 3시간이나 이어지는 거예요. 어휴,정말 죽을 고생했습니다.”
자전거 옆으로는 자동차들이 쌩쌩 사정없이 지나간다. 제일 무서운 건 더위도 아니고 배고픔이나 도둑.강도도 아니었고 바로 자동차였다.
저녁 무렵 잠자리를 마련하는 것도 쉽지는 않았다. 운이 좋으면 바로 얻기도 했지만 그렇지 않을 때는 여러 군데 다녀야 했다. 마을회관이나 교회.성당.원불교 건물 등에서 주로 신세를 졌는데 대부분 따뜻하게 맞이하고 새벽에 떠날 때는 “따신 밥이라도 사 먹어라”며 돈을 챙겨 주는 이도 있었다.
이처럼 만나는 사람들은 대부분 고맙게 대해줬다. 생각해보면, 아직 어린 아이들이 혼자 힘으로 자전거 무전여행을 한다는데 대견하게 여기지 않는 게 오히려 이상한 노릇이다.
그렇다고 여행을 하면서 조상들의 유적과 유물을 둘러보지 않을 수는 없다.
“김제 벽골제와 부여 낙화암.정림사지도 둘러보고 정읍에서는 동학농민군의 격전지였던 황토현에 잠시 들렀다가 전봉준 옛집을 거쳐 공주 우금치에서도 시간을 보냈어요.”
“역사는 역시 이긴 사람 중심으로 쓰여지는 모양이라 경주와 견줘볼 때 부여나 공주는 옛날 백제의 수도였는지 의심스러울 정도였어요. 동학농민전쟁 유적지에서는 농민군이 참 어리석었다는 생각도 했어요.”
당시 동학군이 전주성을 점령하고 집강소를 설치했을 때 정부의 꾐에 넘어가 스스로 무장해제한 것을 두고 하는 말이다. 정부가 채 대비하지 못하고 있을 때 틈을 주지 말고 서울 진격작전을 펼쳐 단숨에 왕조를 끝장냈으면 상황은 달라질 수 있었다는 주장이다.
이들은 새벽 4시 30분이면 일어나 행군을 시작했다. 날씨가 덜 더울 때, 그리고 차가 덜 다녀 조금이라도 더 안전할 때 이동하는 것이다. 그리고 오후 6시면 잠자리를 구하기 위해 ‘전진’을 멈췄다.
잠자리를 얻은 뒤에 밥을 지어먹고는 곧바로 하루를 돌아보는 모임을 가졌다. 그날 잘잘못을 가리고 느낌 등을 토론하고 각자 일지를 적었다. 이런 가운데 삼총사는 스스로 규율을 세우고 욕심을 참고 절제하며 동료를 배려하는 힘을 길러 나갔다.
“성과요. 그걸 어떻게 일일이 말로 할 수 있어요. 사람이 한 단계 성숙한다니까요. 부모님의 보살핌은 물론이고 당연한 것으로 여기던 쌀 한 톨까지 자기 주변에 있는 모든 것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몸으로 느낄 겁니다. 자전거 여행이 힘든 여학생들은 기차여행이라도 떠나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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