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00조각 퍼즐 맞추기

얼마 전, 1000조각 퍼즐을 샀다. 조각을 비슷한 색상끼리 나누고 가장자리부터 맞췄다. 큰 퍼즐이라 이 작업만 몇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그 다음이 문제였다. 원본 그림을 1000조각으로 나눈 것이니 조각 한 개는 많은 정보를 담고 있지 못하다. 몇 백 개 중 어느 게 맞는지 당최 알 수 없었다. 서울에서 김 서방 찾는 격이었다. 색을 기준으로 하나하나 맞춰 보는 수밖에 없었다.

그제야 비웃고 지나친 설명서 문구가 떠올랐다. '반드시 완성하겠다는 신념을 지니고 하시오.' '단기간에 해보겠어!'라는 오기가 발동했다. 수차례 대조 끝에 간신히 하나 맞으면 탄성이 절로 나오고, 조금씩 그림이 나타날 때마다 뿌듯해 눈을 지그시 감고 보기도 하면서 신나게 했다. 처음이 힘들었지, 하나가 제자리를 찾으면 그 옆은 쉽게 제 짝을 부른다. 서서히 퍼즐 판은 제 꼴을 갖춰 갔다.

더는 진도가 안 나가는 때도 있다. 어느 걸 해도 맞지 않고, 찾아도 찾아도 조각은 없다. '이거 불량 아냐? 분명히 하나 빠졌어'라며 손을 뗐다. 그러나 며칠 뒤 들여다보면 조각 하나가 싱긋이 웃으며 손길을 잡아끈다. 그 조각을 슬며시 갖다 대면 거짓말처럼 쏙 들어가 사람을 어이없고, 기쁘게 한다.

그래서 다음부터는 막히면 매달리지 않고, 곧장 다른 부분을 맞췄다. 또 막히면 원래 하던 곳으로 돌아왔다. 그러면 대개 짜증 나지 않고 기분 전환도 됐다. 우습게도 비틀스 'Let it be'가 괜히 명곡이 아니구나 하는 생각도 들었다.

문제가 일어나면 직면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노력해도 안 되면 잠시 거리를 두고 지켜보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문제를 해결하려 애쓸수록 두뇌는 쉽게 피로해진다. 잠시 쉬거나 다른 곳에 신경 써서 마음의 힘을 얻은 다음, 새 기분으로 그 문제를 다시 대하면 답은 뜻밖에 쉽게 발견된다. 오래 고민했기에 '신선한 기운'이 조금만 더해져도 문제는 곧 해결된다.

   
 
 
'노란색 벽'을 맞출 때 당연히 노란색 무더기에서 찾았는데, 찾던 조각은 연두색 혹은 주황색 무더기에서 나오기도 했다. '불량'이라고 단정을 지은 게 화근이었다. 애초에 주조색으로 분류했기에 그건 처음부터 완벽할 수 없었는데도, 그걸 완전히 믿어 버리고 그 속에 빠져 생각하다 보니 일을 더 어렵게 만든 거였다.

자신이 한 번 그어 놓은 선이 진리인 양 믿어 버리면 진짜 '진실'을 볼 수 없게 되어 버린다. 이 정도면 퍼즐 하나 맞추면서 '사서 고생'해 볼 만한 가치가 있지 않을까?

/최희주(29·교사·마산시 진동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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