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지금 씹는 생선회 이름이 뭐지?' 직장 회식이나 가족 외식으로 횟집을 자주 드나들고 있지만, 막상 모둠회 몇만 원어치 시켜 먹을 때 이런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우리나라 생선회 소비량이 많아도, 생선회 예찬자(?)를 빼면 '생선회 이름은 무언지, 짐작하는 그 생선이 정확히 맞는 건지'는 모르고 있다는 말이다. 부경대 식품공학과 조영제 교수(㈔한국생선회협회 이사장)는 더 나아가 "사람들이 회를 즐기는 방법도 잘못돼 있다"고 말한다. 그는 "회 먹는 문화가 고정관념이 돼 어떤 게 진짜 맛인지 길을 못 찾고 있다"고 덧붙였다. 그는 지난달 말 <생선회 100배 즐기기>(김&정)를 펴냈다. 이상한 속설로 둘러싸인 생선회 식문화에 대한 주의를 위해서였다. 지난 7일 부경대 식품공학과 연구실에서 조 교수를 만났다.

조영제 교수
싸먹거나 비벼 먹지 말자

조 교수는 "생선회 본래 특유의 맛을 느껴야 한다"고 주장한다. 싸먹거나 비벼 먹으면 그 맛을 잃어버리기 십상이다. "양념, 채소, 마늘, 쌈장 등의 강렬한 맛이 생선 맛을 느끼지 못하게 한다"는 얘기다.

그는 "과학적으로 밝혀진 소나 돼지고기 1인분 적정량(한 사람의 하루 단백질 섭취량)은 110~120g"이라며 "생선회를 따져보면 1인이 하루 200g씩이나 먹고 있다"고 지적했다. 배불리 먹는 게 특징이라는 거다. 이와 달리 초밥(스시)을 많이 소비하는 일본에는 소식 문화가 있다.

"우리나라는 생선회(사시미) 소비량이 일본보다 많다"면서 "종합적인 음식 문화를 비판 없이 받아들인 까닭에 생선회 식문화가 지금과 같지만, 이를 개선해 세계인 입맛에도 맞는 새로운 식문화가 구축돼야 한다"고 조 교수는 말했다. 이는 우리나라가 생선회 세계화를 노려야 하는 이유다.

흰 살 말고 붉은 살도 먹자

우리나라 사람은 넙치, 우럭, 농어 등 주로 흰 살 생선회를 즐긴다. 흰 살은 붉은 살보단 대체로 쫄깃하다. 일본 식문화에선 붉은 살을 쉽게 볼 수 있다. 붉은 살은 육질이 연하고 기름기가 많다. 일본은 방어 양식량이 상당하다. 방어, 참치, 전갱이 등이 붉은 살 생선회에 속한다.

조 교수는 "생선 기름 안에 들어 있는 오메가3지방산, DHA, EPA 등이 흰 살보단 붉은 살에 많으므로 이를 즐길 필요가 있다"고 했다. 이어 "익히 알려진 대로 건강 수명은 일본이 월등히 앞선다"며 "EPA가 심혈관계 건강에 도움이 되면서 뇌졸중 등을 예방한다는 면을 살펴봐도 붉은 살 생선 소비가 늘어나면 좋은 일"이라고 말했다.

방어 또는 참치 등은 무리 지어 이동하는 '회유성 어족(回游性 魚族)'이다. 운동량이 많아 육질이 단단하다. 이 때문에 횟집 수조 안에 두면 죽어버린다는 단점도 있다. 그래서 잡자마자 빙장(氷藏)을 한다. 꽁꽁 얼려 저장하는 방식이다. 조 교수는 "빙장한 붉은 살 생선은 시간이 지나면 살이 퍼석해지고, 씹는 맛이 부족하다"며 "이런 이유로 생선 아래 밥을 넣는 식으로 발전한 게 초밥이라고 해석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비 오는 날 먹어도 괜찮다

조 교수는 '비 오는 날 회를 먹으면 안 된다'는 설에 대해 "과학적인 근거가 없다"고 잘라 말했다. "기상청이 매해 내놓은 1년 평균 강수량을 보면, 우리나라는 사흘에 한 번꼴로 비가 온다. 이 속설을 대입하면 횟집 장사도 사흘에 한 번꼴로 안 된다는 말"이라며 "소비문화에 큰 허점을 남기는 셈이다. 서서히 홍보해 편견을 버려야 한다"고 덧붙였다.

주로 여름철에 나타나는 '비브리오패혈증'은 법정 전염병에서 해제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다. 실제 발생은 미미한 정도인데, 패혈증 환자 발생주의보 등으로 수산물 소비에 불안감만 심어준다는 지적이다.

맛 느끼려는 의지를 갖자

"식습관 바꾸길 꺼리는 사람도 시도해보면 반드시 다르다고 느낄 겁니다." 조 교수는 인터뷰 끄트머리에 이같이 강조했다. 그는 생선회로 배를 불리는 일보단 맛을 느끼는 쪽으로 식습관을 바꿔야 한다고 되풀이했다.

또, "생선회 맛에 관한 미미한 차이를 세세하게 설명하긴 어렵다"면서 "일단 혀로 느끼는 맛이 좋아야 한다"고 했다. 그는 건강에도 좋고, 쫄깃해 씹는 맛이 있으면서 기름기도 약간 있어 고소한 생선회 몇 가지를 추천했다.

겨울철 줄가자미(이시가리)와 여름철 갯장어(하모), 보송보송한 붕장어(아나고)다. 이른바 '봄 도다리, 가을 전어'란 말도 일리 있다. 하지만, 도다리 등 가자밋과는 성장 속도가 더디다는 이유로 중국산 양식 넙치 새끼를 봄철 도다리 새꼬시(뼈째 썬 회)로 속여 파는 등 상술에 속지 말아야 한다고 했다.

우렁쉥이(멍게), 개불, 오징어 등은 뭐니뭐니해도 초고추장에 찍어 먹는 게 좋다. 전어 등 기름기 많은 생선엔 된장이다. 콩의 단백질이 비릿한 잡내를 없애고, 균형을 잡아주기 때문이다. "생선회는 초장 맛"이라는데, 고추의 매운맛은 비릿함을 막아주지만, 혀에 자극을 주고 생선 고유의 맛을 못 느끼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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