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래에도 생태가 있고, 말과 글에도 자연과 생태가 있다. 화투짝 마흔여덟 장에도 생태와 문화와 역사가 있다. 밥상과 수저, 장롱과 이불과 베개, 집 대문을 봐도 자연과 생태가 문화와 역사 속에 숨어있다. 조상들이 살아온 생태적 지혜와 슬기는 우리의 문화와 역사에 고스란히 녹아 있다. 문화 속 생태 연재를 통해 우리 삶과 일상에 녹아 있는 재미난 이야기를 풀어 본다.

/정대수(마산 진동초등학교 교사)

그림/경상남도 교육청 제공



   
 
 
# 장면 1 두루미는 '고도리' 축에도 못낀다?

# 장면 1 두루미는 '고도리' 축에도 못낀다?

어릴 적 어머니 장롱에 그려진 새와 나무를 보면서 무슨 새일까? 하고 궁금해 했었다. 옆집 아주머니 밥상에도 우리 집 숟가락 젓가락에도 같은 새와 나무가 있었다.

알고 보니 학(두루미·그림)과 소나무란다. 우리말로 두루미라 하고 한자말로 학(鶴)이라 부른다.

마산 무학산(舞鶴山)은 학이 춤추는 모양이란다. 왜 이렇게 집집마다 동네마다 두루미와 소나무가 없는 곳이 없는 것일까?

화투짝 일광에도 두루미와 소나무가 있다. 솔광이다. 그런데 왜 솔광이 1월일까?

'고도리'에 다른 새는 다 인정해주면서 두루미(학)는 왜 안 넣어줄까?

동양화 마흔여덟 장에도 문화와 역사가 있고 자연과 생태가 있다.

화투를 보면 일본의 문화와 역사가 있고 자세히 보면 한중일 3국에 공통된 문화 코드도 숨어 있다.

   
 
 
# 장면 2 이름 하나에도 조상들 지혜와 슬기가…


지난해 우리 온가족이 함께 나들이를 갈 때였다. 논길을 가는데 왜가리(그림)가 보였다. 어머니께서 우리 딸에게 "얘야! 저기 항새(황새) 봐라" "저 새가 황새란다."라며 다정하게 알려주셨다.

우리 딸은 새를 좋아하는 아빠의 영향을 받아 이미 그 새가 황새가 아니라 왜가리임을 알고 있었다. 딸과 어머니 얼굴을 번갈아 보며 난 혼란스러웠다. 조류도감에 나오는 왜가리는 정답이고, 항새(황새)는 틀린 걸까?

어머니는 어릴 적부터 황새로 배웠고 지금도 동네 어르신 모두 논에 있는 큰 새는 황새라고 여기신다. 왜 시골 어른들은 백로나 왜가리를 보고 모두 황새라 부를까?

어른들은 백로 왜가리 황새 두루미처럼 큰 새는 모두 항새(한새)라 한다. 참새나 딱새처럼 작은 새는 모두 뱁새라고 부른다. 조류도감에는 황새만 황새고 붉은머리오목눈이만 뱁새다.

할매 할배가 부르던 새·물고기·나무·풀 이름은 소중한 문화유산이다. 콩타작할 때 쓰는 도리깨를 만드는 도리깨나무, 송아지가 자라서 코뚜레를 할 때 쓰는 고뚜레나무, 대패를 만드는 대팻집나무, 지게를 만들던 나무, 아이가 아플 때 뜯어다 고아먹이던 이름모를 풀꽃의 이름 하나하나에 조상들의 지혜와 슬기가 고스란히 녹아있다.

왜 가물치를 가물치라 부를까? 우포(소벌)에 사는 사람들은 왜 왜가리를 왁새라 부를까? "아~ 으악새 슬피 우는 ~" 노래에 나오는 으악새는 억새일까? 왜가리일까?

   
 
 
# 장면 3 노래 속 생태 이야기, 삶에 큰 영향


"찔레꽃 붉게 피는 남쪽 나라 내~고향" 누구나 한 번쯤 불러보았을 노래다. 찔레꽃은 하얀데 왜 붉게 핀다 했을까? 작사가가 진짜 찔레꽃을 몰랐을까? 아니면 해당화를 보고 찔레꽃이라 생각했을까? 정말 진짜로 붉은 찔레꽃이 있는 건가? 에나 붉은 찔레는 어디에 있을까?

노래에도 삶과 자연과 생태가 있다. 트로트 찔레꽃도 있고, 찔레꽃 향기를 슬퍼하는 장사익의 애달픈 노래도 있고, 배고파 잠든 어릴 적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질레꽃 노래도 있다.

"보일 듯이 보일 듯이 보이지 않는 따옥 따옥 따옥 소리 처량한 소리~" '따오기' 동요 하나가 우포늪(소벌) 따오기(그림) 복원의 중요한 계기가 된 것처럼 노래 속 생태 이야기는 삶에 큰 영향을 준다.

어릴 적 동요보다 더 큰 영향을 준 것이 만화이고 만화영화다. 미래소년 코난을 보고 자란 친구들은 코난의 경고를 오늘날 온몸으로 느낀다. 개구리 왕눈이에도 투쟁이 있었다.

아름이 아버지 투투는 기득권자고 투투의 경호실장 집게는 권력의 시녀고, 힘없는 주민은 늘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맘은 왕눈이를 응원하지만 눈치만 보고 있다. 왕눈이의 불의에 맞서 굽히지 않는 투쟁을 보고 386세대들이 자랐고 왕눈이처럼 투쟁의 한길에 서거나 투쟁을 지지하며 살아왔다.

   
 
 
# 장면 4 만화 캐릭터 교체, 환경 과제도 바뀌어


올해 다섯 살 조카는 뽀로로가 제일 좋다. 남극 펭귄 뽀로로와 북극곰 빼꼼과 포비는 어린이들의 친구다.

왕눈이와 아롬이가 친구였던 30·40대 부모와 세대교체를 한 셈이다.

왕눈이 세대 엄마 아빠에겐 반공해와 개발에 맞선 자연생태주류였다

반면 뽀로로와 빼꼼 세대인 요즘 어린이에겐 지구온난화와 기상이변이 주류다.

왕눈이는 무지개 연못의 평화를 꿈꾸었지만 뽀로로와 친구들은 뜨거워진 지구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게 과제다.

기상이변이 빈번한 지금 사회에서 동네 개구리에서 남극의 펭귄과 북극곰까지 더디 가도 함께 가는 생태적 지혜와 슬기를 꿈꾸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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