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구찜' 시초부터 45년 그 자리 그 맛 한 길

어느 직종이든 역사와 전통을 이어간다는 건 그만한 비법이 있을 때 더 가치가 높은 것이다. 단순히 상술이라면, 오히려 손님을 기만하는 것이 된다. 한동안 원조(元祖) 타령을 하더니 아예 30년이나 50년이라고 간판에 달아 해를 거듭해도 30년, 50년으로 세월이 멈춘 집들이 많다. 이런 집 중에 10년 안 된 곳도 있다.

요즘 2대, 3대를 이었다고 내세우는 집이 많아졌다. 얼마 전, 취재 갔다가 우스운 일이 있었다. 간판엔 '3대 집'이라고 적혀 있었다. "어떻게 3대 집이냐?"라고 물으니 자기가 식당을 시어머니에게 물려받고, 학교 다니는 아들을 가리키며 나중에 물려받을 것이니 "3대가 맞다"고 얼굴도 안 붉히고 이야기했다. 어떤 집은 자신이 장사를 처음 시작했는데도 시어머니부터 계산해 2~3대라고 하는 집도 있다. 식당업 하는 사람들이 음식 맛만 있으면 되지 다 지나친 경쟁심이다. 그러나 마산 오동동 '구강할매아구찜'은 필자가 아는 한 진짜 '3대를 이은 집'이다.

마산 오동동 구강할매아구찜
최초 개발된 시절부터 며느리들로 대물림된 전통 방식과 식감

◇마산 '아구찜'의 유래 = 1960년대 마산 오동동, 동성동 골목을 통칭 '오동동'이라 불렀으며 마산 어항(漁港)의 중심지로 선창(船艙, 부두)이었다.

이 선창에는 기생집은 물론 장엇국이나 추어탕, 생선구이를 안주로 파는 초가 선술집들이 많았다. 마른 아귀를 최초로 찜 식으로 요리해 팔기 시작한 마산 동성동 186번지 한국장 앞 혹부리 할머니도 장엇국을 팔던 분이다. 이때가 1964년께다.

혹부리 할머니와 같은 시기 선술집 하던 분이 '진짜 초가집 원조 아구찜' 박영자 할머니, '구강할매아구찜' 고 구봉악 할머니 등이었다. 사실 세 분의 집은 조그마한 초가집으로 500m 이내에 있었다. 혹부리 할머니 집 '아구찜'이 잘 팔리자 박영자 할머니와 구봉악 할머니가 두 달 간격으로 건 '아구찜'을 만들어 팔았다.

이후 아귀가 문헌에 처음 등장한 건 마산 향토언론인 고(故) 김형윤(金亨潤) 선생이 쓴 <마산야화(馬山野話)>다. 김형윤 선생이 1970년 10월부터 마산시사(馬山市史)를 편찬하면서 원고를 쓰기 시작했고, 이 책에 '아구'가 3~4년 전만 해도 바다에 버리던 게 술안주나 반찬으로 등장했다는 것으로 보아 마산에서 건 '아구찜'을 만들어 판 시기는 1964년께가 들어맞는다.


◇특유의 갯내음과 매콤하고 구수한 맛
= 6·25가 끝나고서 '구강할매아구찜' 고 구봉악 할머니는 어부였던 남편이 배 사고로 세상을 떠나자 마산 오동동 185번지(현재 위치)에 추어탕은 물론 32공탄 화덕 위에 석쇠를 놓고 토장(된장) 바른 생선을 구워 술안주로 팔고 있었다.

친정이 구강마을(지금 자유무역지역 뒤)인 구봉악 할머니는 '구강댁'으로 불려 자연스레 선술집 이름도 '구강집'이 됐다.

'구강할매아구찜'은 마산 '아구찜' 전통을 고수해 건 아귀에 토장으로 양념한다. 사람 입맛에 따라 식감 차이는 있지만, 마산 '아구찜'을 무슨 맛으로 먹느냐고 묻는다면 그 사람은 맛의 향유(享有)를 모르는 사람이다.

   
 
  2대 김수일 씨  
   
 
  3대 이정민 씨  
 
마산 '아구찜' 차별화는 마른 아귀를 주재료로 마른 생선과 미더덕에서 나오는 특유의 갯내음(물론 싫어하는 사람도 있다), 매콤한 고춧가루와 구수한 토장 맛이 어우러져야 가능하다.

덧붙인다면 요리 기술이나 솜씨도 요구되지만, 콩나물과 미나리의 아삭함이다. 콩나물과 미나리가 덜 익으면 모양이 안 나오고 푹 익어 숨이 죽으면 지저분해 보이고 식감도 없다.

"마산 '아구찜'의 마른 갯내음과 매콤하고 구수한 맛에 곁들인 동동주는 오장육부에 활기를 불어 넣는다." 그래서 아직도 굳이 허름한 마산 '아구찜'의 옛 맛을 찾고 있다.

'구강할매'라고 불리는 1대 고 구봉악 할머니는 생전에 며느리인 2대 김수일(70) 할머니에게 손맛을 전수했다.

김수일 할머니는 3대 이정민(45) 며느리에게 자신이 배운 그 손맛을 물려주며 '구강할매아구찜'을 함께 운영하고 있다.

마산 '아구찜' 2대까지 내려온 곳은 몇 집 있어도 3대까지 손맛이 이어져 오는 곳은 이 집이 유일하다고 해야 할 것이다.

'구강할매아구찜' 마산시 오동동 185번지. 055-246-0492.

/김영복(경남대 산업대학원 식품공학과 초빙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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