봉암갯벌에 찾아온 겨울철새가 마산자유무역지역 성동산업 앞에까지 내려와 헤엄치고 있다. 이곳이 매립되면 이 새들은 어디로 가야 할까? /한국조류보호협회 창원지회 제공

마산만은 대한민국에서 가장 오염된 바다로 낙인찍혔습니다. 그러나 2005년 KBS 환경스페셜 <도시갯벌, 봉암의 작은 기적>을 통해 되살아난 봉암갯벌의 생명력이 마산만 전체로 이어지고 있다는 사실도 새롭게 인식됐습니다.

2008년, 오염총량제가 도입되면서 지금까지와는 달리 시민들 자발적 노력만이 아니라 정부 차원에서도 마산만 살리기가 시작됐습니다. 오염의 상징이 아니라 복원되고 있는 바다, 바다를 되살릴 수 있다는 희망의 상징이 됐습니다.

그러나 정작 마산시가 추진하는 매립 계획은 마산만을 죽이는 계획입니다. 시민들 안전을 위협하는 계획이기도 합니다.

◇성동산업 앞 갯벌 매립 = 도시갯벌, 그 작은 기적이 봉암갯벌에서 끝나서는 안됩니다. 마산만 전체의 기적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봉암갯벌 기적의 마산만 들머리는 마산자유무역지역 성동산업 앞입니다. 공단 지역이고, 큰 도롯가라는 조건 때문에 외면당하고 있지만 이곳에서는 봉암갯벌에서 흘러내려온 숱한 생명들이 삶을 이어가고 있습니다.

성동산업 앞 갯벌은 봉암갯벌로부터 게·쏙·바지락·갯지렁이들의 씨앗을 받아들여 어느새 생명의 텃밭이 됐습니다. 겨울에는 철새들이 좁은 봉암갯벌을 벗어나 이곳으로 오기도 합니다. 화물배들이 없는 틈에 살짝 내려와 마음껏 헤엄치며 먹이를 먹습니다.

성동산업이 여기를 매립하겠다고 나섰습니다. 성동산업이 인수한 시점은 2007년 12월, 마산만 오염총량제 관리 계획이 마무리된 때입니다.

 

방재 언덕 매립 예정지. 고기잡이배가 떠 있고 유람선도 이곳에 정박해 있다. 시민들이 즐겨 찾는 바닷가 횟집이 아기자기해 보인다. /배종혁(창원주남저수지 모니터링 단장) 제공
2008년 오염총량제 도입 후 살아나기 시작한 마산만
'죽음의 바다'로 되돌리는 매립사업 즉시 중단해야


시민·행정·산업·학계가 '2012년, 수영하고 낚시하는 마산만'으로 되살리고자 여러 해 동안 힘겹게 마산만 개발 총량을 설정한 바로 그 때입니다.

그런데 일개 기업이 경제발전 운운하며 마산만을 매립하겠다니 도무지 있을 수 없는 일이 아닌가요? 게다가 이것을 마산시가 나서 거들다니요?

◇마산만 방재언덕 = 확률상 120년마다 한 번 오는 해일을 막기 위해 제2부두에서 수협공판장 1.5km를 매립하고, 그 앞에 5m 높이로 옹벽을 쌓겠다고 합니다. 이른바 '방재언덕'입니다.

유일하게 바다를 감상하고 무더운 여름 시원한 바닷바람을 맛볼 수 있는 이곳을 막겠다는 것입니다. 여기서 횟집을 하는 주민도, 바닷가 횟집을 드나드는 시민들도 모릅니다. 제대로 알려진다면 과연 얼마나 동의하고 받아들여질까요?

2003년 태풍 매미 같은 재해에도 시민들 다치지 않고 숨지지 않도록 하겠다는 안전대책에 반대하는 것이 아닙니다. 문제는 진정한 방재 대책이 될 수 없다는 데 있습니다.

5m 옹벽을 쌓아 도시를 바다에서 격리하는 것이 정말 해일을 막는 방법일까요? 옹벽을 쌓는다고 바닷물이 도시를 덮치지 않는다고 장담할 수 있는가요? 옹벽으로 물이 막혔다 해도, 넘실대는 바닷물이 더 깊은 내만으로 밀려든다면 또 어떻게 될까요?

미국 사례는 태풍 카트리나로 밀려든 홍수가 제방 때문에 빨리 빠져나가지 못해 피해가 켜졌음을 일러줍니다. 태풍 매미는 이와 달랐습니다. 밀려든 바닷물은 30분 만에 다 빠졌습니다.

5m 높이 방재 언덕은, 그러니까 오히려 들어온 물이 빨리 빠져나가지 못하게 만들어 도심 침수를 키울 개연성이 있다는 예측도 가능해집니다. 방재언덕은 오히려 피해를 키우는 '재앙의 사업'이 될 수도 있습니다.

◇서항 매립 = 2003년 태풍 매미는 바다를 잘못 건드리면 바로 그 바다 때문에 위급한 순간에 놓일 수도 있다는 엄중한 경고였습니다. 그런데 그것이 경고가 아니라 또 다른 토목공사를 벌이는 이유가 되고 있습니다.

마산만이 또다시 대규모 매립 위기에 직면해 있고, 현재 이를 위한 환경영향평가가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이 왜 이렇게 알려져 있지 않을까요?

마산시는 대한통운 앞에서 한국철강 터 앞바다까지, 그리고 돝섬으로부터 겨우 700m 앞까지를 죄 매립하는 계획을 추진하고 있습니다.

가포 신항 항로 준설 이후 발생되는 준설토의 매립지로 활용하는 한편, 이후 초고층 아파트 등 신도시를 세우겠다고 합니다.

아파트 지을 땅이 없어서 이럴까요? 신축뿐 아니라 재개발·재건축 예정지가 40곳을 웃돌고 있습니다. 분양이 쉽지 않을 것 같아 머뭇대기까지 하고 있는 것입니다.

기후 변화로 바다 수면은 날로 높아지는데, 굳이 연안을 매립해 도시를 만들겠다는 계획이 얼마나 동의를 얻을 수 있을까요? 이런 행정이 과거 2003년과 같이 시민들 생명을 앗아가는 태풍에도 속수무책이었지 않은가요?

지금도 마산만은 개발 중입니다. 개발하는 정도가 마산만이 감당할 수 없는 수준으로 넘어선지 오랩니다. 때문에 추가 계획·추진은 오히려 시민 안전을 위협하는 개발이 되지 않을까 걱정스럽습니다.

봉암갯벌이 매립 위기를 넘어 오늘날 철새 보금자리로 아이들 생태학습장으로 자리잡은 것처럼 마산만도 수영하고 낚시할 수 있는 바다가 될 수 있습니다.

지금 계획·추진되는 모든 매립을 중단하고, 마산만과 도시를 가로막는 모든 시설 설치들 마찬가지 멈춘다면, 마산만은 언젠가는 아름다운 휴식처로 돌아올 것입니다.

/임희자(마산창원진해환경운동연합 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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