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이 필요 없는 '산후보약'

우리 식생활에서 빼놓을 수 없는 것 중 하나가 바닷속 채소, 즉 해조류다. 해조류는 기원전 3000년께부터 인류가 이용해온 것으로 추정되는데, 미역·다시마·김·파래·매생이·톳·모자반·청각·우뭇가사리 등을 빼고도 먹을 수 있는 게 50여 종에 달한다고 한다. 특히, 우리나라처럼 세 면이 바다와 접하고 해안마다 지역적 특색이 있는 경우엔 좀 더 많은 해조류를 볼 수 있다.

조상은 김, 미역, 다시마를 즐겨 먹었던 것으로 추정된다. 중국 문헌에 신라와 발해에서 좋은 다시마와 미역이 난다고 기록돼 있고, <고려사> 일부에는 원나라에 미역을 바쳤다는 기록과 바닷가에서 미역을 따는 곳인 '곽전(藿田)'에 관한 기록도 있다.

미역은 길이 1~1.5m로 암갈색이며, 나뭇가지 모양 뿌리와 납작한 타원형 줄기를 중심으로 좌우에 잎이 깃 모양으로 갈라지는 엽상식물이다. 미역은 다 자라면, 아래쪽에 큰 주름이 잡힌 미역귀(미역의 대가리)를 형성해 생식 세포인 유주자(遊走子, 운동성 홀씨)를 만들어 번식한다. 미역귀 성분은 암과 바이러스 증식을 억제하는 효과를 지닌다.
 

미역을 한자로는 '곽(藿)'이라 하는데, 1월께 생산되는 걸 조곽(早藿) 또는 해채(海菜)라 한다. <본초강목>에 미역국에 대한 기록이 있다. "쌀뜨물에 담가 짠맛을 떼고 국을 끓인다. 조밥이나 멥쌀밥(찰기가 적은 쌀로 한 밥)과 함께 먹으면 매우 좋고, 기를 내리며 함께 먹으면 안 좋은 식품도 없다." <동의보감>에는 "해채는 성질이 차고 맛이 짜며 독이 없다. 효능은 열이 나면서 답답한 걸 없애고 기가 뭉친 걸 치료하며 오줌을 잘 나가게 한다"고 돼 있다.

미역은 대표적인 알칼리성 식품으로 골격과 치아 형성에 관여하고, 자궁 수축과 지혈을 돕는 칼슘이 풍부하다. 또, 심장과 혈관 활동, 체온과 땀 조절, 신진대사를 조절하는 갑상선 호르몬을 형성하는 요오드 함량도 월등히 높다.

생미역의 끈적거리는 성분은 알긴산으로 체내에서 소화되지 않는 당질의 일종이다. 알긴산은 소화되지 않으므로 에너지를 생성하지는 못하지만, 장을 자극해 소화를 돕고 콜레스테롤과 포도당 흡수를 지연시켜 고혈압과 당뇨를 예방한다. 또한, 장을 깨끗이 하고 변비를 예방하는 등 다양한 기능을 지닌다. 잘 알려진 대로 산고의 고통을 이겨낸 출산부에게 산후선약(産後仙藥)으로 통해 산모가 처음 대하는 음식도 미역국이다.

생미역은 늦겨울부터 초여름까지 나는 게 맛이 좋다. 검은색을 띠며 손으로 만져봐 부드럽고, 반투명한 것이 신선하다. 미역 표면에 있는 끈끈한 점액질 성분을 깨끗이 씻지 않으면, 미역 특유의 갯내음이 남게 되므로 찬물에 비벼 말끔히 씻는 게 좋다.

생미역은 끓는 물에 데치고서 바로 찬물에 헹궈 쌈으로 먹거나 잘게 썰어 오이나 오징어, 새우 등 해물과 함께 초를 곁들인 생채를 만들면 좋다. 아울러 마른미역은 줄기가 가늘고 광택이 있는 것이 맛있다.

   
 
 
좋은 미역은 10배 정도까지 불어나므로 불어날 양을 고려해 찬물에 알맞게 불린 다음 물기를 빼서 요리에 이용하면 된다.

불린 마른미역을 참기름과 청장(국간장)으로 볶아 쇠고기나 생선, 조개, 새우 등 여러 해물을 넣어 끓여주면, 각각 특색 있는 미역국을 맛볼 수 있다. 미역줄기 볶음이나 초무침, 마른미역을 튀긴 미역튀각도 좋은 반찬이다.

/신정혜((재)남해마늘연구소 기획연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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