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쑨 메주로 변함 없는 '깔끔 육수'를장 담가 맛 내는 옛 방식 그대로…시원한 맛 고스란히 간직한 쇠고기국밥

함안장터에서 38년의 맥을 잇고 있는 대구식당.
함안은 경남의 전형적인 농촌이다. 사람들은 옛 방목장이라 불리던 가야장을 다녀와서 "함안장에 다녀왔다"고 말한다. 그러나 군청소재지가 있는 장은 함안장이 아니라 가야장이고, 함안장은 마산 진동 방면으로 좀 더 가야 한다.

조선시대 15세기 말 열흘 간격으로 열리던 장시(시장)가 임진왜란을 거치면서 늘었고, 17세기 후반에는 5일 간격으로 열리게 됐다. 이렇게 된 건 봇짐을 지고 이장 저장 다니던 보부상들에 의해 시장이 활성화되면서다.

장시가 군(郡) 단위마다 대여섯 군데나 날짜를 달리해 열렸기에 보부상들은 매일 장사를 할 수 있었다. 함안의 방목장(현재 가야장)이나 대산장, 군북장, 함안장, 의령장, 합천 삼가장은 대부분 마산 보부상들이 중심이 되어 장을 형성했다.

이 장터에는 치알(천막)을 치고, 난전에 한데 부엌을 만들어 가마솥을 걸고 쇠고기국밥을 뚝배기 토렴(밥이나 국수에 뜨거운 국물을 부었다 따랐다 해 덥게 함)하며 말아 팔았다.

1960~70년대 슬레이트집 그대로 옛 장터의 흔적이 남아 있는 함안 장터에는 쇠고기국밥을 파는 38년 역사의 '대구식당'을 중심으로 서너 국밥집이 남아 있다. 지금은 가야장에 다소 밀려 쇠락해진 함안 장터에 5일장과 관계없이 점심 이후 손님들이 밀려드는 집이 있다. 38년 동안 한결같은 맛을 유지해오는 '대구식당'이다.

의령 종로국밥 쇠고기국밥은 뚝배기에 담아내 깊은맛이 있지만, 함안면 대구식당 쇠고기국밥은 스테인리스 그릇에 담아내지만 육수가 시원한 맛이 있다. 이 시원한 맛의 비결이 뭘까.

고 김갑순 할머니는 이 집을 운영할 때 직접 콩을 사다가 메주를 쑤어 장을 담갔다. 그 장을 써서 육수의 맛을 내는데, 비결이 숨어 있다.

이제 할머니는 돌아가시고, 큰며느리 허현순(45) 씨와 작은며느리 김옥순(40) 씨가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다. 모처럼 찾아간 대구식당은 할머니만 안 계시지 예전이나 지금이나 달라진 게 별로 없었다.

방 안에 들어가니 벽에 메줏덩어리가 대롱대롱 매달렸고, 밥상도 옛날 모습 그대로 놓였다. 지금은 화학 간장이나 양조 간장으로 장맛이 획일화됐지만, 옛 어른들은 음식 맛은 장맛이라고 해서 집집이 장을 담가 각자 독특한 맛이 곧 집안의 품격까지 말해주곤 했다.

대구식당을 물려받아 운영하고 있는 큰며느리 허현순(45) 씨.
이런 장맛을 시어머니로부터 그대로 물려받아 쇠고기국밥의 육수 맛을 내고 있으니 세월이 흘러 세태가 변했어도 이 집 쇠고기국밥 맛이 변했을 리 없다.

예전에 할머니는 항상 한우 암소를 고집했다. 아무래도 황소보다 한우 암소가 덜 질기고 비린내도 덜 난다고 했다.

또한, 육수가 시원하고 깔끔한 맛을 내는 건 장맛도 있지만 국물을 우려내는 비법이 있어서다. 오래 끓이면 텁텁한 맛이 생길까 봐 사골을 넣고 반 나절 이상 푹 고아 우려낸 국물에 미리 양념까지 넣은 진한 소고기 국물을 수시로 붓는다고 한다.

주말이나 휴일엔 장날 못지않게 바쁘다. 여항산 등산객들이 하산 후 들러 국밥 한 그릇에 지친 몸을 추스른다.

다른 건 다 속여도 음식 맛은 속일 수 없다. 아무리 훌륭한 시설을 해놓고 마케팅 귀재라고 해도 음식 맛이 없으면 그 집은 얼마 못 간다. 비록 허름한 집이라 할지라도 38년 동안 대를 이어 한결같은 맛을 유지하고, 손님 맛을 사로잡는 건 상술보다 진실이 앞서기 때문이다.

쇠고기국밥 5000원. 함안군 함안면 북촌리 957번지. 055-583-4026.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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