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속에 넝쿨째 '건강도 넝쿨째'

흔히 좋은 일이나 횡재수가 한꺼번에 생길 때 호박이 넝쿨째 굴러들어온다고 한다. 호박은 열매·잎·꽃은 물론 부드러운 줄기까지 안 먹는 부분이 없을 정도로 활용도가 높은 채소이기 때문이다.

호박은 박과에 속하는 1년생 덩굴식물로 아메리카 대륙의 열대지방이 원산지로 추정되고 있다. 콜럼버스의 신대륙 발견 이후 스페인·포르투갈 등 유럽에 전해지고 중국을 거쳐 동남아시아로 퍼졌다 한다.

우리나라는 <한정록> '치농' 편에 호박에 관해 처음 기록되어 있는데, 임진왜란 이후(1605년께) 고추 등과 함께 일본을 통해 전해진 것으로 추정된다. '호박'이라는 이름은 오랑캐(胡: 호)로부터 전해진 박과 비슷하다 해서 붙여진 것이라 한다.

호박은 나물·볶음·전·고명 등으로 활용되는 애호박, 밤과 고구마처럼 노란 속과 단맛이 강한 고랭지 작물인 밤호박, 노란색 고운 빛으로 씨 까먹는 재미를 주는 늙은 호박, 호박답지 않는 고운 빛깔로 다양한 무늬와 모양을 띠는 관상용 화초 호박이 있다.

종류가 다양해 조리법이나 용도나 효능도 다양하다. 한방에서는 "호박은 약성이 감미롭고 따뜻하며 자양·강장 약효가 있다"고 했다. 호박씨에는 단백질과 두뇌 발달에 도움이 되는 레시틴과 동맥 경화를 예방하는 리놀레산 등 불포화지방산 함량이 높아 자주 먹으면 풍이 예방된다고도 했다.

비타민 C 함량이 높으며, 호박에 함유된 트립신 저해제(trypsin inhibitor)는 바이러스와 발암물질 억제 활성이 있다. 황색이 진할수록 항암작용과 항산화작용을 하는 카로티노이드 함량이 높고, 노폐물 배설 작용이 있어 다이어트나 출산 후 몸의 부기를 빼는 효과도 있다.

여름철 쌈으로 먹는 호박잎은 비타민 A와 C, 칼슘 함량이 높고, 식이섬유가 들어가 있다. 이런 영양 성분들에 관한 내용을 빼더라도 호박은 다른 채소보다 기르기 쉽고, 가뭄과 병에도 강하므로 농약 살포가 거의 필요 없는 무공해 식품이다.

호박은 썰어 말려두면 영양 성분들은 더 농축되고, 장기간 저장이 가능하다. 애호박을 말린 호박고지는 정월 대보름에 마련하는 묵은 나물에 반드시 이용된다. 늙은 호박 살을 길게 돌려가며 오려서 만든 호박오가리는 겨울철 나물이나 호박떡을 만들 때 요긴하게 쓰인다.

호박은 새우젓과 궁합이 잘 맞아 호박 나물을 볶을 때 새우젓을 넣는다. 쇠고기, 버섯과도 어울려 요리에 활용된다. 된장찌개뿐 아니라 대부분 찌개나 전골류에도 호박이 빠지지 않는다.

   
 
 

호박 하면 대표적인 음식이 호박죽이다. 노란 죽에 새알심이나 콩을 넣어 씹는 재미까지 더할 수 있는데, 단호박과 늙은 호박을 섞어 쓰면 더 고운 색과 단맛을 느낄 수 있다.

그냥 쪄서 먹어도 맛있는 단호박 속을 파내고, 찹쌀·밤·대추·은행·잣 등을 넣어 쪄낸 호박 영양밥도 별미다. 삶은 호박·밥알·엿기름물을 넣어 만든 호박식혜, 삶아 으깬 호박과 한천으로 만든 호박 양갱도 약간의 노력만 보태면 즐길 수 있는 호박의 또 다른 맛이다.

/신정혜 교수(경남도립 남해대학 호텔조리제빵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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