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자리에서 뒤돌아 보면 마산자유무역지역의 노키아티엠씨가 내다 보인다. 휴대전화를 생산하는 업체로 종업원 800명에 연간 매출액이 3조원에 달하는 회사다. 연간 1인당 생산액이 37억원을 넘어서는, 작지만 대단한 회사다. 그래서 업계에서는 ‘한국의 불가사의(Korea Mystery)’로 부른다.
이 회사는 휴대전화 시장점유율 세계 1위인 핀란드 노키아의 한국 현지법인이다. 최근에는 30대 부사장이 탄생해 업계의 화제가 되기도 했다.
요즘 강소국(Small But Strong Country)이라는 말이 자주 쓰인다. 세계의 주목을 받고 있는 스웨덴.핀란드.네덜란드 등 나라 규모는 작지만 국민소득이 2만달러를 훨씬 넘고있는 부자나라이자 복지선진국을 말한다. 이들 나라는 인구가 몇백만에서 많아야 1000만명 안팎에 불과하다. 내수시장이 작을 뿐더러 자원도 빈약한데도 산업의 ‘선택과 집중’을 통해 부국을 만들었다.
작지만 강한 나라의 힘은 정보통신(IT)산업에서 나왔다. 핀란드의 노키아를 비롯해 스웨덴의 통신회사 에릭슨, 네덜란드의 필립스 등 이름만 들어도 세계를 주름잡는 쟁쟁한 정보통신회사들이 강소국 경제의 버팀목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이같은 경쟁력과 영광은 그저 얻어진 게 아니다. 우리처럼 위기를 겪었을 때 미래경제변화를 깨닫고 국가전략산업으로 선정해 집중적인 투자를 해온 결과다.
대표적으로 핀란드의 경우 위기를 맞았을 때 정부와 기업들은 자율적인 위기의식을 공유하고 강도높은 구조조정과 산업구조 개편을 통해 오늘의 영광을 맞고 있다. 핀란드는 지난 80년대 서방경제의 혼미와 소련경제의 붕괴로 심각한 불황을 겪지 않을 수 없었다.
전통적으로 제지.펄프산업의 강국인 핀란드는 경쟁력 강화를 위해 30개가 넘는 기업들을 인수합병, 3개의 대형회사로 만들었다. 이 과정에서 제지업체로 출발한 노키아는 통신업체로 변신한 가장 성공적인 회사로 꼽힌다. 60년대에 통신사업에 진출한 노키아는 80년대 사업확장기를 거쳐, 90년대에 들어서는 전력과 TV.타이어 등 비핵심사업을 완전히 정리하고 통신사업에 주력, 오늘날과 같은 휴대전화 분야에서 부동의 1위 자리에 올랐다.
한마디로 성장의 동력을 잘 선택해 모든 에너지를 집중했기 때문에 가능했다.
최근 우리의 구조조정과 개혁도 강소국인 핀란드의 경쟁력의 원천을 벤치마킹해 타산지석으로 삼자는 주장이 확산되고 있다.
우리나라는 물론 이들보다 인구규모가 몇배에 달하고 산업구조도 훨씬 다양한 편이다. 정책 결정과정 또한 덜 선진화돼 있고 복잡다단하다. 특히 정책의 한축을 담당해야할 정치권은 소모적인 논쟁에 허송세월을 보내고 있는데다, 여론 결집을 이끌어내야 할 메이저 언론마저도 이해득실에 따라 이전투구를 계속하고 있다.
‘선택과 집중’을 통해 우리 사회의 에너지를 극대화하는 게 시급한데도 한심스런 작태가 이어지고 있다. 최근에는 경제정책 수장이나 국책연구원장도 공개적으로 ‘정치가 우리의 발목을 잡고 있다’는 비난성 발언을 서슴지 않고 있는 지경이다.
외신의 지적이 아니더라도 IMF를 졸업했지만 갈길 바쁜 게 현실이다. 심지어 ‘IT공황론’까지 제기되고 있다. 강소국에 대한 벤치마킹을 하든 안하든 성장의 동력을 선택하고 집중하는 게 시급하다. 매일 창너머로 내다보이는 노키아티엠씨가 기자에겐 대단하게 느껴지는 게 한두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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