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공용물품 거품제거 ‘시험대’


최근 도내 몇몇 초등학교가 졸업앨범 제작업체를 선정하는 과정에서 공개입찰로 전환함에 따라 교복 공동구매에 이어 학교 공용물품 구매가의 거품을 제거하는 방법으로 공개입찰방식이 자리잡을 수 있을지 여부가 시험대에 올랐다.
특히 공개입찰 시행 초기부터 졸업앨범 제작시장의 점유율이 높은 앨범조합측의 입찰 방해 의혹까지 불거지고 있어 이같은 움직임이 다른 학교로 확산될 수 있을지, 그리고 실질적인 졸업앨범 공급가의 인하 효과를 가져올 수 있을지 관심이 고조되고 있다.


△졸업앨범 어떻게 만들어지나 = 앨범조합이 결성되기 이전 각급 학교는 수의계약을 통해 앨범제작업체를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업체간 과당경쟁이 빚어져 저가입찰과 그에 따른 앨범의 질 저하 등 부작용을 낳았다.
그 대안으로 앨범조합이 결성됐으며 앨범의 적정가격을 유지하기 위해 각 지방 조달청을 거쳐 앨범제작이 이루어지고 있다. 현재 울산.경남 앨범조합에는 200여 회원업체가 가입돼 있으며 도내 초.중.고등학교 상당수 앨범제작이 조합을 통해 이뤄지고 있다.
△공개입찰 전환 이유 = 도내에서 공개입찰을 통해 앨범제작 업체를 선정한 학교는 지난해 마산 삼계초교가 있었으며, 올해 마산 구암초교와 창원 내동초교가 잇달아 공개입찰 전환을 시도하고 있다.
이들 학교측은 공개입찰에 나서게 된 이유에 대해 “그동안 앨범조합을 통해 제작한 앨범이 수준 이하인데다 수도권 지역의 경우 공개입찰을 통해 앨범 구입가격을 낮춘 사례가 많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도내 사진관 관계자는 “앨범조합을 통해 제작할 경우 조합내 몇몇 업체가 나눠먹기 식으로 일을 하다보니 학교 특기자의 얼굴이 빠지거나 접착불량으로 낱장이 떨어지는 등 문제점이 많이 지적됐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현재 창원 내동초교는 2차 입찰에서 입찰참가 조건을 완화해 낙찰업체를 결정한 상태며, 마산 구암초교도 2차 입찰을 준비중이다.
△앨범조합의 입찰 방해의혹 = 내동초교와 구암초교의 경우 똑같이 1차 입찰이 무산되는 진통을 겪었다. 이를 놓고 해당 학교 관계자와 도내 앨범제작업체들 사이에는 울산.경남 앨범조합의 입찰방해 의혹이 강하게 제기되고 있다.
특히 이같은 사실은 최근 앨범조합에 가입된 두 업체 사이에 빚어진 고소사건이 드러나면서 수면위로 부상했으며, 이 과정에서 기존 앨범조합의 운영상 문제점도 지적됐다.
지난 21일 구암초교 앨범 제품설명회에 참가한 ㅅ스튜디오는 기존에 이 학교의 앨범제작을 맡고 있던 업체 대표가 입찰참가를 방해했다는 이유로 경찰에 고소장을 제출했다.
ㅅ스튜디오측은 고소장을 통해 “제품설명회에 참가했다 돌아온 직후 앨범조합은 물론 기존에 구암초교의 앨범제작을 맡았던 업체 대표로부터 입찰에 참가하지 말라는 강요를 받았다”고 밝혔다.
이와 함께 각급 학교의 앨범제작 유통상의 문제점도 지적됐다.
조합원인 ㅅ스튜디오 대표는 “현재 앨범조합이 구성돼 있지만 조합내 몇몇 업체만 학교의 졸업앨범 제작에 참여하고 있다”며 “이마저도 현 이사장의 개인적인 결정에 따라 이루어진다”고 주장했다.
또 “앨범조합 정관에는 사진관 1곳당 30학급 이상의 앨범제작을 못하도록 규정하고 있지만 이마저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고 있다”며 “공개입찰을 통해 조달단가도 낮추고 조합의 불합리한 점도 개선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울산.경남 앨범조합은 “조합내 앨범제작 배분은 규정에 따라 이루어지고 있을 뿐”이라며 “조합을 통한 공개입찰 방해는 사실무근”이라고 일축했다.
△학교측의 운영미숙 = 처음으로 졸업앨범 공개입찰을 진행하다보니 해당 학교측의 운영미숙도 나타났다. 창원 내동초교의 경우 1차 입찰 당시 입찰참가 조건을 ‘학교의 졸업앨범제작을 2회 이상 한 업체’로 제한해 이 규정을 적용할 경우 앨범조합에 가입된 업체만 해당된다는 지적을 받았으며, 구암초교 역시 같은 문제로 고민하고 있다.
특히 구암초교의 경우 앨범제작 소위원장이 학교장의 독단적인 예정가격 결정과 앨범조합측의 담합을 통한 입찰방해 등을 이유로 사퇴의사까지 밝힘에 따라 난항을 거듭하고 있다.
구암초교 앨범제작 소위원장은 27일 유인물을 통해 “더 이상 값싸고 질 좋은 앨범을 만들 수 있는 학교운영위의 자율성이 인정되지 못하며 기존업체의 방해로 자유로운 공개입찰 여건이 훼손돼 소위원장직을 사퇴한다”고 밝혔다.
△조합을 통한 앨범제작 방식과 공개입찰의 비교 = 앨범조합은 조합을 통한 앨범제작 방식(이하 조합주의)의 장점으로 앨범공급의 안정성과 제품의 질을 보장받을 수 있다는 점을 들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앨범조합이 결성되기 이전에는 덤핑입찰 등으로 학교와 학부모가 피해를 입는 경우가 많았다”며 “심지어 앨범제작이 제때 이루어지지 않아 앨범을 받지 못하고 졸업하는 일까지 있었다”고 말했다.
이에 비해 공개입찰은 앨범제작 과정에 학교 운영위 등을 통해 학부모나 교사가 참여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또 경쟁입찰을 통해 제품의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가격도 조달구매가 이하로 낮출 수 있는 점도 이점이다.
반면 낙찰업체에 대해 학교가 앨범제품의 질을 어느 정도 보장받을 수 있는가는 과제로 남게된다.
도내 사진관 관계자는 “예전에야 앨범시장에 문제가 많았지만 지금은 공개입찰을 실시할 만큼 업체의 기술이나 시장 자체가 성숙했다”며 “조합 운영의 투명성도 확보할 수 없는 상태에서 조합을 통한 앨범구입을 강요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지적했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