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국으로 치닫던 프로야구 ‘선수협 파동'은 정부의 중재로 힘겹게 타협점을 찾았으나 여전히 꺼지지 않은 불씨를 내포해 향후 구단과 선수들의 행보에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

지난해 12월18일 송진우(한화) 등 선수협 소속 선수들의 총회 개최로 시작된 ‘선수협 파동'은 34일동안 양측이 극한 대립을 펼치다 20일 김한길 문화관광부 장관이 직접 나선 끝에 화해의 악수를 하게 됐다.

마주 보고 달리는 기관차처럼 멈출줄 몰랐던 사장단과 선수협이 극적으로 양보안에 합의하게 된 배경은 `프로야구를 중단해서는 안된다'는 기본 명제가 깔려 있었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사장단과 선수협은 지난 1년간의 대립으로 감정의 골이 패일만큼 불신의 벽이 높아져 향후 합의문 이행 여부를 놓고 다시 한번 마찰을 빚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장 1월말까지 새로 구성되는 선수협의 집행부 선출을 놓고 양측은 각기 다른 상황 판단을 내리고 있다.

선수협은 지난 해 집행부를 이끌었던 송진우와 마해영(롯데)·양준혁(LG)이 새집행부에 참여할 수 없게 됐지만 기존 선수협 대표인 최태원(SK)과 박충식(해태)·심정수(두산)가 바통을 이어받아 강력한 선수단체를 유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그러나 사장단은 최태원 등이 재출마하더라도 송진우 등 구 집행부에 비해 카리스마가 떨어져 구단 대표로 선출되기 어렵다고 판단하고, 만약 대표가 되더라도 강력한 리더십을 발휘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합의문에 따르면 구단 대표는 선수들이 자율로 뽑게 됐지만 구단의 압력 행사여부가 쟁점으로 떠오를 가능성도 있다.

차영태 사무국장의 거취에 대해서도 양측은 전혀 다른 견해를 표명하고 있다.

선수협은 사무국 운영방안은 새 집행부의 뜻에 따르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차영태 국장의 유임에 아무런 문제가 없다고 보는 반면 사장단은 합의문 작성과 동시에 현 집행부가 모두 사퇴하기로 한 합의내용에 따라 차 국장 역시 도의적 책임을 지고물러나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때문에 합의문 내용의 해석 여부를 놓고 논란이 빚어질 경우 제대로 지켜질지 조차도 불투명한 상황이다.

실제 선수협 1차 파동이 났던 지난 해도 양측은 문화부의 주선으로 합의문을 만들었지만 올 겨울 사태가 재발하면서 합의문은 휴지조각처럼 버려졌었다.

양측이 ‘선수협 파동'의 남은 불씨와 후유증을 슬기롭게 극복하기 위해선 서로간의 신뢰회복이 무엇보다 필요한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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