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토살포만으로는 역부족이다.” 적조가 기승을 부리는 남해안 어민들 사이에서 터져나오는 한숨이다. 적조에 관한한 경험칙상 황토만한 것이 없다는 판단아래 올해에도 지자체와 어민들은 황토를 준비해놓고 적조 내습에 대비했다. 그러나 결과는 기대와는 전혀 다르게 나타나고 있다. 황토를 살포하고 돌아서면 다시 적조띠가 양식장을 덮치는 악순환이 계속되고 있다.
어민들에 따르면 지난해의 경우는 2~3시간씩 틈을 주고 가두리 주변에 황토를 뿌리면 적조의 접근을 막을 수 있었으나, 올해는 쉬지 않고 황토를 살포해도 소용이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바로 적조생물인 코클로디니움의 개체수가 ㎖당 2만7000여개까지 치솟을 정도로 고밀도인데다, 범위도 예년과 같은 띠형태가 아닌 연안 전체가 적조로 뒤덮여 있는 형국인 때문이다.
지금까지 진행된 적조확산 과정을 살펴볼 때 이번 적조는 황토살포 처방전이 이제는 무력해졌다는 사실을 자명하게 드러내고 있다. 이는 달리 말한다면 연안오염의 정도가 ‘황토를 이용한 억제력’의 약발이 더 이상 먹히지 않을 지경에 이르렀다는 이야기이기도 하다.
올해 적조가 급격히 확산된 원인은 크게 두가지로 집약된다. 그 하나는 코클로디니움 번식에 알맞은 온도가 계속 유지되고 있는 것이고, 나머지 하나는 집중호우로 연안과 맞닿은 육지에서 대량의 영양염류가 바다로 쏟아져 들어왔기 때문이다. 이중 후자는 결국 연안오염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마련되지 않는 한 앞으로 ‘제 2, 제 3의 황토요법’을 준비하더라도 그 약효를 지속적으로 발휘할 수 없다는 사실을 입증하는 구체적 사례다.
올해 적조는 ‘적조퇴치=황토살포’라는 등식이 근본처방이 아니라는 것을 명확하게 일깨우고 있다. 바다를 끼고 있는 지자체가 이번 사례를 통해 배워야 할 것은 오염물질에 대한 총량 규제와 더불어 바다로 유입되는 오염물질을 최소화하기 위한 종말처리장 건설을 결코 소홀히 해서는 안된다는 점이다. 그리고 양식어업이 초래하는 바다 부영양화를 줄이기 위한 일상적인 점검 및 대책마련도 잊지말고 병행해야 한다. 요 몇년새 황토살포가 빛을 발하는 동안 ‘연안오염 해소마인드’가 사라진 것 같아 안타깝다. 적조는 그 느슨함 속에 숨은 위험성을 새삼 질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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