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와 민주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일정기간 일정지역 벼농사를 휴경토록 하고, 그에 따른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 주는 생산조정제도 도입을 중장기 과제로 삼겠다고 한데 대한 농민들의 반발이 거세다. 전국농민회총연맹은 성명을 통해 “정부가 밝히고 있는 일련의 정책이 생산기반 축소를 통한 쌀산업 포기를 유도하고 쌀 수입개방을 기정사실화하기 위한 것이 아닌가 심각히 우려하지 않을 수 없다”라며 이에 대한 근본적인 반대를 천명하고 나섰다.
이에 앞서 지난 24일 농림부장관이 대통령에게 보고한 ‘쌀산업 종합발전대책’도 추곡수매가 동결, 수탁판매제 도입 등 정부의 역할은 축소하고, 그 책임을 민간에 떠넘기는 방향으로 설정되어 있다. 이는 올해 쌀값이 하락하여 농가소득이 감소할 것이라는 예상이 나올 정도로 심각한 상황에서 내려진 결정이기에 더욱 농민들을 격분케 하고 있다. 게다가 수확기 산지가격으로 매입하고 가격의 일부만 선도금으로 지불하는 수탁판매제의 도입으로 농협의 운영적자는 해소될지 모르지만 가격폭락의 피해는 고스란히 농민에게 전가하려는 제도라는 비난을 피하기 어렵게 되어 있다.
이러한 정책은 한.칠레 자유무역협정 재추진 등 개방농정이 본격화되고 있는 가운데 발표된 것이어서 더욱 농민의 가슴을 타게 만들고 있다. 중앙대 산업경제연구소는 올해 쌀 가격이 가마당 2만원 정도 하락하여 1조원 가까운 농가소득의 감소가 예상된다고 밝힌 바 있고, 한국농촌경제연구원은 쌀 재협상에서 ‘관세화유예’ 연장에 실패하여 수입이 자유화될 경우, 쌀 가격은 현재의 3분의 2, 농가소득은 현재의 절반으로 급감할 가능성이 있는 것으로 분석한 바 있다.
우리는 정부의 농업정책 및 양곡정책이 농민의 입장에서가 아니라 시장경제논리의 관점에서만 추진되고 있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그동안 수입농산물의 홍수 속에서 가격불안에 시달리며 농사를 지어봐야 빚만 늘어 온 농촌 현실에서, 그나마 가격이 상대적으로 안정적이었던 쌀정책마저 후퇴시킨다는 것은 정부가 농업을 포기하겠다는 것에 다름 아니다. 정부의 쌀산업 정책은 통일을 대비한 식량자급이라는 중장기적 목표하에서, 언제 불어닥칠지 모르는 식량안보의 위협을 고려한 가운데, 극히 민족중심적인 관점에서 신중하게 결정되어야 할 성질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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