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 고증 거쳐 되살아난 향토음식…해물육수의 따뜻한 밀국수

지역마다 생산되는 농작물의 종류, 자라는 속도와 특색은 날씨와 땅 등 여러 영향으로 달라진다. 아울러 수확된 작물에 따라 음식 문화가 결정되고, 지역만의 독특한 문화도 결합한다. 그래서 나오는 게 지역 음식문화의 결정체인 '향토 음식'이다. 최근 진주에서 향토 음식을 되살린 집이 있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진주 봉곡동 서부시장 안에 있는 '진주냉면'이 향토 음식으로서 '진주온면·온반'을 3년간 고증을 거쳐 재현해냈다. 진주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로 다른 집과 차별화하겠다는 취지다. 진주온면·온반은 지난달 중순 팔기 시작했다. 한낮에도 맹추위를 느끼는 요즘, 진주온면·온반은 이름 그대로 따뜻함이 있어 언 몸을 녹이는 데 알맞다.

   
 
  진주 봉곡동 서부시장 안 '진주냉면' 집에서 3년 간의 고증을 거쳐 재현해 지난달 중순 선보이기 시작한 '진주온반'. 육수부터 고명까지 해물이 주로 쓰인다는 점이 특징인 향토음식이다. /이동욱 기자  
   
 
  '진주냉면' 하연옥 사장이 온면에 쓰이는 육수를 퍼서 담고 있다. /이동욱 기자  
 
◇온면과 온반은?

온(溫)면은 쉽게 말해 뜨거운 육수에 만 국수다. 흔히 잔치국수와 비교된다. 이를 차갑게 해먹으면 냉(冷)면이다.

함흥은 냉면으로 유명하지만, 온면도 있다. 함경도 지역에서 집안 행사 때 온면을 즐겨 먹는다고 한다. '함흥온면'은 양지머리(소의 가슴에 붙은 살과 뼈)를 푹 삶아 만든 육수에 굵은 면발을 곁들인다. 음식 모양·빛깔·색을 돋우는 '고명'으로는 양지머리 고기와 불고기, 숙주나물·오이·무채 등을 얹는다.

온반은 밥 위에 장국을 붓고 고명을 얹어 먹는다. 국밥과 비슷하면서도 차이가 있다.

2000년 남북정상회담 당시 김대중 전 대통령의 첫 번째 점심으로 알려졌던 '평양온반'이 유명하다. 닭고기 육수에 녹두 지짐과 버섯 등을 올린다. 양념장이나 김치로 간을 맞추면 된다. 삶았던 닭고기는 가늘게 찢어 양념에 무쳐놓고, 녹두는 갈아 부침으로 만들어낸다. 버섯 또한 양념에 볶는다. 갓 지은 밥에 갖가지 고명을 얹고, 국물을 부어 완성하는 게 기본이다.

◇'해물' 위주의 진주온면·온반

예전부터 진주에서는 온면을 해먹었다고 한다. 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 김영복 원장은 "옛날에 진주 쪽에서 보편적으로 해물 육수를 써서 유명했던 게 진주 밀국수냉면이다. 온면은 이를 따뜻하게 해먹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감미로운 육수에 버섯, 채소 등 고명이 어우러져 언뜻 봐서 북쪽의 온면과 다른 면이 없어 보인다. 하지만, 다양한 '해물'을 쓴다는 점에서 진주온면만의 특색을 살린다.

다른 지역 온면의 고명에는 보통 배추김치, 쇠고기 육전, 실고추, 버섯 등이 포함된다. 진주온면은 육수부터 고명까지 해물이 빠지지 않고 쓰인다.

육수는 진주냉면과 마찬가지로 해물을 써서 독특하다. 뽀얀 색으로 삼삼한 맛이다. 다양한 버섯과 새우, 조개 등 해물은 고명에 가장 기본적으로 들어간다.

'진주냉면' 집에서 파는 온면에는 유부에 싼 돼지고기와 장조림을 얹는다. 면만 먹으면, 아쉬운 뱃속을 달래기 위함이다. 온반은 면 대신 밥을 넣은 것이다. 고명이 다소 다른데, 해물 녹두빈대떡을 중심에 올린다. 주위에 닭 가슴살과 각종 버섯, 새싹 채소도 함께 들어간다.

◇해물 육수의 조리·발효 과정에 숨은 비밀

진주온면·온반 육수 맛은 진주냉면과 다르다. 아울러 온면·온반 육수가 또 다르다. 정운서 사장은 "온면이 좀 더 깔끔하다면, 온반은 닭 육수 맛에 가깝도록 했다"며 "냉면, 온면, 온반 육수 모두 제각기 맛이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온반 육수는 해물 육수를 기본으로 닭고기, 소 사태 등을 섞어 만든다"고 했다.

냉면뿐 아니라 온반·온면도 해물 위주로 만드는 게 이른바 '진주식'이라고 한다. 꿩이나 닭 대신 해물을 사용해 육수를 만든다는 점이 관건이다. 하연옥(45)·정운서(50) 부부에게 진주온면·온반에 관한 이야기를 들었다.

-어떤 계기로 진주온면·온반이 부활했나.

△거의 사라진 건 1960년대쯤으로 기억한다. 재현하고 싶은 사명감이랄까. 잊히는 음식을 발굴하려는 욕심이었다. (웃음)

-해물을 쓰는 이유는.

△해물을 사용하는 건 진주식 전통인 듯하다. 진주 국숫집 가운데 새우나 조개 등 해물을 다져 올려주는 집이 있다. 그만큼 진주 사람들은 해물을 각양각색으로 썼다는 거다.

-육수 비법이 궁금하다.

△전 과정은 비밀이다. (웃음) 황태, 바지락, 멸치, 새우, 홍합 등 다양한 해물이 들어간다. 재료 비율과 불 조절이 중요하다. 끓이면서 육수가 탄생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냉면을 토대로 했지만, 몇 번씩 많은 양을 버리는 등 숱한 어려움이 있었다. 15일간 항아리에서 숙성해 발효시킨다. 이 과정에서 비린내가 다시 한번 제거된다. 건강에 유익한 균이 활성화되고 독특한 향과 맛이 난다. 종종 한약재를 넣었다고 오해할 때가 있다.

인공적으로 향을 가미하지 않고, 재료가 배합되면서 그 자체로 독특한 맛을 살리는 게 주목적이다.

'진주냉면'은 황덕이(81) 할머니가 18살부터 꾸려와 63년 전통이 있는 집이다. 본보에서 연재하는 '대를 이은 맛집'에도 소개된 적이 있다.

진주온면 5000원·진주온반 6000원. 진주 봉곡동 서부시장 안 '진주냉면'. 055-741-05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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