놓치면 아쉬운 겨울특미

매생이는 남도의 바닷가에서 오로지 겨울철에만 만날 수 있는 녹색 해조류 중 하나다. 무쳐먹는 파래나 감태(갈조류의 해초)와도 비슷하게 생겼는데, 이것들보다는 굵기가 훨씬 가늘어 생김새가 마치 어린 아이가 물속으로 잠수해 들어갈 때 풀어지는 여린 머리카락 같고, 참빗으로 잘 빗어 넘긴 여인네의 머릿결 같기도 하다.

매생이국 재료는 청정해역에서 나는 매생이와 굴, 다진 마늘과 참기름 정도가 전부다. 하지만, 잘 끓여진 뜨거운 매생이국을 훌훌 불어가며 입 안에 넣을 때면, 미각을 부드럽게 자극하며 감도는 바다의 향기와 고소한 맛이 그야말로 일품이다.

실제로 매생이에는 무기염류와 비타민 A·C 등이 풍부해 어린이 성장발육과 골다공증 예방에 효과가 있는 영양 만점 해산물이다. 또한, 담백하고 소화가 잘 되고 숙취해소에도 효과적이다. 정약전은 <자산어보>에서 "국을 끓이면 연하고 부드러워 서로 엉키면 풀어지지 않는다. 맛은 달고 향기롭다"고 평가했다.

매생이국의 특이한 점은 아무리 뜨거워도 김이 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매생이는 온기를 잘 간직하는 재료인 까닭에 김이 나지 않더라도 실제로는 아주 뜨거워 입을 데는 경우가 종종 생긴다. 그래서 남도의 옛말에 '미운 사위 매생이국'이라는 속담까지 있을 정도다.

또한, 매생이는 워낙 가늘고 부드러워 숟가락으로 뜨기 어려워 젓가락으로 매생이 건더기는 살짝 건져 먹고, 국물만 숟가락으로 떠 호호 불어가며 조심해서 먹는 것이 좋다. 겨울철에 즐기는 요리로 정월 보름이면 빼놓을 수 없는 향토색이 짙은 식품이다. 그래서 고향의 정취를 듬뿍 느끼게도 한다. 생산량이 그리 많지 않고 보관이나 운반 과정도 어려워 그 지방에서 대부분 소비되는 해초류임이 아쉽다.

◇매생이국 끓이는 법

△재료: 매생이 1 뭉치, 굴, 참기름, 소금(새우젓), 다진 마늘 적당량

△만드는 법: 1. 매생이는 한 두 번 헹궈 망이 가늘고 촘촘한 체에 밭쳐 물이 잘 빠지도록 둔다.

2. 굴에 소금을 뿌리고 으깨지지 않도록 살살 주무른 후 물로 서너 번 헹궈 바구니에 받쳐둔다.

   
 
 
3. 물을 뺀 굴을 참기름에 살짝 볶고서 물을 붓고, 굴의 물이 우러나도록 끓이고 나서 다진 마늘을 넣고 끓인다.

4. 마지막에 매생이를 넣고, 새우젓으로 간을 한 뒤 5분 정도 끓인다.

※포인트: 매생이는 조금만 오래 끓여도 맛이 더 없어지고 녹아버리는 현상이 있다. 또한, 김이 나지 않으므로 먹을 때 조심해야 한다.

/허정주(LG아워홈 조리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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