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5일 근무제의 도입을 둘러싸고 논란이 한창이다. 먼저 이 논란의 한가운데 노사간의 이해관계가 놓여 있는 듯이 보인다. 하지만 주5일제 근무제의 도입에 관한 논란에서 기존의 경제 이데올로기가 단순히 반복되면서 가장 주요한 쟁점에 대한 이해를 어렵게 하고 있다.
먼저 대한상공회의소가 지난 8월 6일 각 일간지에 ‘주5일 근무시 휴일수 국제비교 조사’를 발표하면서 주5일 근무제에 대한 논란은 시작된다.
사용자측의 의견을 대변하고 있는 대한상의는 주5일 근무제를 도입할 경우 우리의 휴일수는 연간 165~175일에 달해 이틀에 한번 꼴로 노는 셈이 된다고 주장하였다.
이 계산방식에 따르면 법정휴일은 법으로 보장된 휴일로 주5일 근무시 주휴 104일, 공휴 17일, 월차휴가 12일, 연차휴가 10~20일, 생리휴가 12일 등 현행 제도상 총 155~165일에 달하게 된다. 여기에 경조사휴가 등 4일, 회사창립일휴무 1일, 노조창립일휴무 1일, 하계특별휴가 4일 등 법으로 정해진 휴가는 아니나 기업들이 노사간 단체협약이나 취업규칙을 통해 부여키로 한 약정휴가를 더하면 165~175일이라는 계산이 나온다.
결과적으로 사용자측의 입장은 약정휴가.생리휴가.월차휴가를 무급으로 처리하여 연간 140일 정도의 휴일수가 적당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대한상의의 이런 주장에 대해 노동자들은 거세게 반발하고 있다. 민주노총의 반박 자료에 따르면 휴일수 계산을 위해서는 첫째, 약정휴가는 논의에서 제외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약정휴가는 기업.산업마다 다르기 때문에 국제비교에서 다루지 않는 것이 통례일 뿐만 아니라 예외적으로 발생하는 휴일들을 정례휴가로 간주할 수 없다고 본다.
둘째, 휴일수는 당연히 전체 노동자를 대상으로 평균 휴일수가 계산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한다. 특히 비정규직 노동자가 광범위하게 존재하는 상황에서, 특정 정규직 노동자를 표본으로 삼는 통계조작은 의심의 여지가 있다고 주장한다. 임시직.일용직.상용직을 포괄하는 전체노동자를 대상으로 주5일 근무제가 도입된다고 하더라도 우리나라 노동자들의 휴일수는 136.5일에 불과하다고 반박하고 있다.
다시 말해 노동자들은 사용자측이 요구하는 연월차.생리.약정휴가의 무급휴가 전환문제는 일고의 가치도 없는 말장난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마치 별나라 별세상에서 서로 다르게 살아가고 있는 것처럼 보이는 두 입장은 경제 이데올로기의 차이로 확연히 드러난다.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도 멀었으니 열심히 일하자’는 대한상의의 애국적(.) 논리와 노동자들이 일을 해도 너무 많이 하고 있으니 현실을 조금이라도 개선해야한다는 민주노총의 계급적 반박논리가 그것이다.
하지만 주5일 근무제가 이렇게 쟁점화된 논리싸움으로 흘러가버리면 노동자들에게 절대적으로 불리한 결과를 가져올 것이다. 왜냐하면 노사간의 의견대립을 풀기 위해서는 노사 서로간의 양보가 전제되고 결과적으로 절충적인 타협점 찾기로 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즉, 사용자측의 논리 앞에 노동자측의 반박 논리는 무장해제를 당할 가능성과 함께 노조는 자기주장만 앞세우는 집단이라는 사회적 편견이 강화되어 노조의 위치는 사회적으로 더욱 주변화되는 위험한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 하지만 이로 인해 주5일 근무제 도입의 필요성이 애초에 등장한 직접적 이유가 실종되는 문제가 생기게 된다.
주5일 근무제의 필요성은 우리의 장시간 노동이라는 우리의 현실에서 출발한다. 연간 1500시간 이하의 노동을 하는 독일과 프랑스, 연간 1900시간대의 미국.일본과 비교하여 우리 노동자들은 연간 2497시간의 노동을 하고 있다. 우리 노동자들이 일을 너무 많이 하고 있다는 하소연도 바로 이런 현실에서 나온 말이다. 게다가 다른 나라 노동자들은 일을 적게 하는데도 불구하고 한국 노동자들과 비교하여 더 나은 생활을 누리고 있다는 노동자들의 불만이 이유 없는 항변이 아닌 것이다.
연장근로에다가 법정 휴일조차 일을 해야 생계를 유지할 수 있는 것이 한국 노동자들의 현실이다. 노동자들이 저임금을 보충하기 위해 장시간 노동을 감내해야 하는 지금의 경제시스템이 가져온 것이 결국 IMF 경제위기라는 점을 감안한다면, 주5일 근무제 도입으로 이틀에 한번 꼴로 논다는 식의 계산된 논리는 우리의 경제현실을 바꾸는데 더 이상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말장난에 불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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