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산시 진북면 영학리 학동저수지를 지나 서북산 바로 아래 절도 아닌 듯이 자리한 ‘가야사’의 주지 마성스님(본명 이수창)이 팔리문헌연구소 소장이다.



마산이 고향인 마성스님은 지난 73년 고등학교 1학년때 진해 대광사로 출가했다. 굶어죽을 지경인 집안 형편을 보며 남보다 일찍 삶에 대해 깊이 생각하게 된 그는 스님과 학생이라는 ‘이중생활’을 하며 힘겹게 사춘기 시절을 보냈다.



그는 85년 불제자로서의 궁극적인 길을 모색하다 서울로 가 88년 스리랑카 스승으로부터 팔리어를 접하게 된다. 불교 원전을 체계적으로 공부해보자 싶어 시작한 팔리어 공부는 그를 스리랑카까지 날아가게 했다.



스리랑카 팔리불교대학교에서 팔리어를 공부한 우리나라 유일의 불제자인 그는 한국에서보다는 외국에서 더 ‘알아주는’ 스님이다. 스리랑카 팔리불교대학교에서 낸 철학석사학위(Man in Buddhist Perspective) 논문 ‘In the light the four Noble Truths-M.phil’과 세계불교재단(영국런던 본부)에서 준 ‘불교철학의 저명한 스님(An Erudite Monk Buddhist Philosophy)’이라는 명예는 그가 팔리 문헌을 연구하는 보기드문 학자스님임을 인정해준다.



“일본에서는 이미 1900년대에 팔리문헌에 대한 학문적 인정을 끝내고 팔리대장경까지 일본어로 번역돼 나왔지만 한국에서는 아직도 팔리경전을 신념적으로 받아들이려 하지 않고 있습니다. 당연히 한국어로 번역된 팔리경전이 있을 리 없죠.”



요즘엔 불교에 관한 책 출판도 쉽지가 않다. 출판계에 인기가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도서출판 팔리문헌연구소를 등록하고 그동안 공부해 온 팔리문헌을 일반인들에게 알리는 데 힘을 쏟고 있다. 남은 생애에 팔리문헌을 사람들에게 얼마나 알릴 수 있을 지 안타까워 밥도 두끼만 먹고 잠자는 시간 외엔 온통 책과 컴퓨터와 씨름하며 팔리문헌에 대한 생각뿐이다.



앞으로 10여일만 있으면 팔리문헌연구소 홈페이지(http://www.ripl.or.kr)도 개통된다. 한국에서는 소홀한 팔리경전이 세계적으로 얼마나 이슈가 되고 있는지를 국내에 알리고 세계에 자신의 팔리문헌 연구성과를 알리는 데 컴퓨터만큼 좋은 것이 없기 때문이다.



“지금의 세상은 받아들이지 않는 것이라는 말 자체가 무색합니다. 모든 정보는 인터넷을 통해 세계속으로 나아가고 그 이론들이 옳다고 인정되면 국내에서 도외시한다해도 거꾸로 세계에서 한국으로 되돌아와 인정받을 수 있으니까요.”



딱딱한 경상도 말투가 힘있는 의지로 표명되는 마성스님은 4년전부터 가야사에서 살고 있다. 현재 부산에 있는 스리랑카팔리불교대학교 한국분교 교수이며 경남교직원불자회·대학생불자회·창원 성주사·마산 정법사·진해 대광사 등에서 초기불교 강좌를 하느라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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