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싱싱함 먼저 만날 자격' 30년 이어간다아버지·아들 모두 수협 중매인…'제철 자연산'이 맛 비결

진해 용원에서 30년 맛의 전통을 이어오고 있는 도선장 횟집. 1대 고 최진상 씨와 이를 이어받은 아들 최병학 씨가 모두 수협 중매인 자격을 갖고 있어 '싱싱함'이 이 집의 맛 비결이라 할 수 있다.
요즘 세계 경제가 한겨울 추운 날씨처럼 꽁꽁 얼어붙었는데, 진해 용원은 금융 한파와 상관없이 봄 날씨처럼 따뜻하고 잔칫집 같은 분위기다. 주말 용원 입구부터 차가 밀리고 거리에는 대구 활어는 물론 말린 대구가 마치 풍어기 어판장을 방불케 한다.

그동안 바다 오염, 무분별한 남획으로 고갈돼 대구 한 마리가 30여만 원을 호가해 싱싱한 대구 맛보기가 쉽지 않았는데, 그동안 치어 방류 등 당국과 어민들의 노력으로 옛 명성을 되찾고 있다.

진해 옛 지명이었던 웅천의 가덕동(현 부산시 강서구 소속) 일대, 속칭 깽이바다에서는 대구어를 제일이라고 여겼다. 이 깽이바다는 대구어 산란장으로 유명했는데, 이곳에서 겨울철에 잡히는 무게 2관(貫) 이상 나가는 대구어를 일명 '누렁이'라는 애칭을 붙여 최상급으로 여겼다고 한다. <태조실록>에서 <중종실록>까지 <조선왕조실록>에 보면 매년 10월 천신(天神) 품목으로 "웅천의 대구어를 진상했다"는 기록이 나와 있고, '일제강점기 일본 사람들은 깽이바다의 도미, 청어, 대구어 맛을 못 잊어 진해를 떠날 수가 없었다'는 기록도 있다고 한다.


용원에서 30여 년 동안 별미집으로 소문난 '도선장 횟집'은 이 지역의 터줏대감으로 이미 10여 년 전부터 언론에 소개된 집이다.

   
 
  1대 - 부친 고 최진상 씨  
   
 
  2대 - 현 사장 최병학 씨  
 
1대 고 최진상 씨는 당시 의창수협 중매인으로 매일 새벽 3시 30분부터 경매장에 나가 직접 싱싱한 활어를 사와 손님에게 대접하기에 항상 제철 자연산만 맛볼 수 있는 집이었다. 그리고 고인 최 씨는 횟집은 물론 의창수협 중매인 43번 자격까지 아들 2대 최병학 사장에게 물려줘 30여 년 동안 그 맛이 변함없게 했다.

예부터 젖이 부족한 산모에게 대구탕을 끓여 먹이면 젖이 많아진다고 믿었고, 회충이 많은 사람에게 대구어를 씻지 않고 달여 구충제로 먹이는 등 민간요법이 있고, 대구어는 음식으로도 즐겨 해먹었다.

아울러 대구어는 겨울철 산란을 위해 연안 내만으로 옮겨와 짝짓기를 하는데, 짝짓기를 하는 기간에 암수가 서로 마주 볼을 비벼대며 화끈한 사랑을 불태운다고 한다. 그래서 짝짓기를 하며 비벼댄 볼에 굳은살이 배기고 이 부분에는 쫄깃쫄깃한 사랑의 맛이 깃들여져 '대구뽈찜'은 연인들이 즐기기에 좋은 담백하고 화끈한 음식이라고 하겠다.

대구뽈찜 외에도 탕이 잘 발달한 우리 음식 문화에서 콩나물·미나리를 넣고 파·마늘·생강 등으로 양념, 고추장을 풀어 간을 한 후 국물을 넣고 끓이다가 토막 낸 대구어를 참기름과 함께 넣어 약한 불에 끓여내는 '대구매운탕'은 찬바람 부는 겨울에 온몸을 훈훈하게 하면서 숙취를 말끔히 없애줘 해장국으로 제격이다. 담백하고 시원한 우리 전통음식이다.

또한, 한 때 대구어 껍질 요리도 잘 발달해 있었다. 1670년께 안동 장씨(安東 張氏)가 쓴 <음식디미방>에 보면 "대구어 껍질을 삶아 가늘게 썰어 무친 것을 '대구껍질채'라 했고, 대구껍질과 파를 길게 묶어 초간장에 밀가루 즙(汁)을 한 것에 찍어 먹는 걸 '대구껍질강회'라고 했다"고 기록됐다. 그리고 구이, 전유어, 지짐이, 조림, 얼간 자반 등을 해먹었다.

최근 일본 간사이 지방에 갈 기회가 있어 젓갈시장을 둘러봤는데, 이곳에 우리 조상이 소금에 절이고 벌겋게 익혀 담가 먹던 대구알젓이 어느덧 일본의 정통 음식이 돼 있었다. 우리는 이외에도 대구어의 아가미와 창자로 창자젓을 만들어 먹기도 했다.

거제를 비롯해 진해만 일대에 대구어가 풍어기에 접어들었다. 우리 조상이 해먹던 다양한 전통요리법을 개발해 지역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할 좋은 기회가 아닌가 생각된다.

진해시 용원동 1050번지. 055-552-2244.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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