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란' 남해들판처럼 무한한 식품

남해읍 초입에 다다르면 양쪽으로 펼쳐진 들에 파란 잎들이 두어 뼘 남짓 올라와 있는 것이 보인다. 지금부터 5월까지 이 들판을 푸른 잎으로 뒤덮는 마늘이다. 지역 주민들에게 아무렇지 않게 눈에 익은 광경이지만, 처음 보는 이들은 겨울에 저렇게 푸르게 자라는 작물이 있음에 하나같이 감탄한다.

이런 풍경이 비단 남해군의 풍경만은 아닐 것이다. 너무 익숙하게 봐오던 탓도 있지만, '해풍을 먹고 자란 남해마늘'을 유독 중시하는 남해군 사정을 잘 알기에 마늘을 떠올릴 때면 어김없이 이 풍광이 떠오른다.

우리나라 국민 1인당 연간 7~8㎏을 섭취하는 주요 양념 채소인 마늘. 삼국유사에 곰이 웅녀로 화신(化身) 하는데 마늘과 쑥을 먹었다고 전해지고 있어 우리 건국신화와도 역사를 같이하는 식품이다.

마늘의 어원은 몽골어 '만끼르(manggir)'에서 유래했고, 영어인 '갈릭(garlic)'은 gar(창)과 lesc(파)가 합성된 것으로 '창 모양의 파'라는 데서 유래했다.

◇기본 상식 = 마늘이 인류 역사 최초로 등장한 건 기원전 500~400년경 나일강을 중심으로 한 고대 이집트로 쿠르왕 피라미드 안에 기재된 상형문자에 피라미드 건설에 종사한 노예들이 체력 유지를 위해 야생 마늘을 먹었던 기록이 있다.

마늘은 전 세계적으로 600여 종이 재배되고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재배지 기후 조건에 따라 경북과 충남에서 재배되는 한지형 마늘과 경남, 전남에서 재배되는 난지형 마늘로 나눌 수 있다.

주요 성분을 보면, 생마늘은 수분이 약 64%, 당질이 24%, 단백질이 9.2% 정도이며 특징적인 성분으로 황화합물을 약 0.3% 함유하고 있다. 기타 성분으로 셀레늄, 게르마늄과 같은 미량 무기물과 알리신(allicin)을 포함하고 있다.

지구 상에 존재하는 식품 중, 단일 식품으로 가장 많은 기능성이 있는 게 마늘이다. 그 기능성은 이미 오랜 경험에 기초하는 민간요법을 통해서도 이미 널리 알려졌다.

연구 결과들에 따라 확인된 대표적인 기능성은 혈압저하, 말초혈행개선, 콜레스테롤 저하작용, 고지혈증 예방, 항산화작용, 체력증진과 건강회복 촉진, 면역력 향상, 노화방지, 노인성 치매 예방과 개선, 항알레르기 작용, 간 장해 보호작용, 항균과 항암 작용 등이다.

그 예로 마늘은 위암을 일으키는 대표적인 미생물인 헬리코박터 파이로리(Helicobactor pylori) 균에 대해 항균작용이 있어 마늘을 잘 먹는 지역 사람들에게는 위암 발생률이 낮았다는 연구가 있다.

마늘의 주요 특징 중 하나는 주요 기능성 성분이 열에 비교적 강해 매운 생마늘을 먹을려고 애쓰지 않고 굽거나 쪄서 먹어도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는 것이다.

마늘이나 마늘종을 식초, 간장, 또는 고추장에 담가 장아찌를 해먹어도 좋고, 통마늘을 오븐에 구워도 괜찮다. 찜 솥에 찌거나 편으로 썰어 팬에 기름을 두르고 튀기듯 구워 먹어도, 볶음에 듬뿍 넣어 먹어도 좋다.

요즘 마늘의 매운맛은 없애고, 수분은 줄이면서 단맛이 증가한 새로운 마늘 '흑마늘'이 생겨 더 쉽게 마늘을 먹을 수 있다.

   
 
 
인삼을 쪄서 말리기를 반복하면 홍삼이 되는데, 흑마늘은 이런 원리를 응용해 온도와 습도를 조절하면서 1주일에서 30일 정도로 고온 숙성시켜 만든다.

이런 과정으로 맛과 색만 변하는 게 아니라 항산화 기능성과 고지혈증 예방 효과 등 기능성이 생마늘보다 더 우수한 마늘이 된다. 생마늘을 먹기 부담스럽다면, 간식처럼 먹을 수 있는 흑마늘을 즐기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신정혜(경남도립 남해대학 호텔조리제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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