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슬로 푸드'가 다시 뜬다…경기불황·멜라민 파동 여파'안전 먹을거리'로 다시 날개…생으로 먹는 과일·채소 등도

# 직장인 이진호(35·김해 장유면) 씨는 맞벌이하는 아내와 함께 이번 주말 김장을 하기로 했다. 신혼인 그는 평소 김치를 집에서 직접 담그지 않고, 장모님이나 어머니에게 얻거나 만들어 파는 김치를 사먹었다. 아내는 자신이 좋아하는 가수가 TV 프로그램에서 사랑하는 사람과 깍두기를 담그는 모습에 반했고, 이 씨 역시 믿을 수 있는 먹을거리를 구하는 것보다 재료를 사서 바로 해먹는 게 낫겠다고 생각했다.

# 주부 진은희(33·마산 자산동) 씨는 요즘 요리 배우는 재미도 쏠쏠하다. 결혼 11년차로 이제는 조금씩 지겨울 법한데도 얼마 전 멜라민·미국산 쇠고기 등 먹을거리 파동이 있고서 관심을 부쩍 키우게 됐다. 진 씨는 좀 더 정성을 들여 대형상점이나 식당에서 파는 음식보다 맛있고 푸짐하게 만들길 바란다. 아울러 세 아이의 엄마인 그는 커가는 아이들과 함께 요리하는 걸 즐기고 있다. 진 씨는 "바쁜 세상 속에서 오히려 더 많이 만들어 먹고 있다"며 웃었다.

친환경 패스트푸드로 '각광'

/뉴시스
◇슬로 푸드 운동이 다시 뜬다 = 직장인 이 씨와 주부 진 씨의 작은 실천 또한 슬로 푸드 운동의 일례다. 느린 식생활과 먹을거리를 추구하는 움직임이기 때문이다. 슬로 푸드 운동은 재료를 구하는 일부터 음식을 해먹는 과정까지 '즐거움'을 아우른다.

'슬로 푸드(Slow Food)'는 쉽게 말하면 패스트푸드의 반대말이다. 여유를 두고 천천히 조리되는 음식이다. 이른바 '정크 푸드(Junk Food)'라고 불리며 열량은 높고, 건강에는 악영향을 끼치는 인스턴트식품과 달리 '슬로 푸드'는 몸 건강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안기는 음식을 뜻한다.

슬로 푸드 운동은 1986년 이탈리아 브라(Bra) 지역에서 시작했다고 알려졌다. 신자유주의 세계화를 표방하는 미국 패스트푸드 산업의 대표 주자인 '맥도날드'의 로마 진출에 대한 반발이었다.

이렇게 첫 발을 내디뎠다는 점에서 슬로우 푸드 운동은 반(反) 자본 성격을 띤다. 당시 전통음식 소멸과 맛의 획일화에 대항하는 구호를 내걸었다. 전통 음식의 보전 또는 재발견, 유기농법을 쓴 친환경 농산물 사용으로 대안을 제시했다.

슬로 푸드 관련 이탈리아 법령(1996)에는 '지킴' '가르침' '지지함'이라는 세 가지 지침을 두고 있다고 한다. 사라지는 전통 재료와 식품은 '지킴', 아이들과 더불어 소비자에게 맛을 '가르침', 질 좋은 재료를 제공하는 생산자를 '지지함'이다.

◇친환경 패스트푸드도 있어 = 두부는 대표적인 슬로 푸드다. 콩에서 뽑아 고단백 식물성 식품인 두부는 찌개, 조림, 구이 등 다양하게 활용된다. 조리 과정이 비교적 간편하다고 여기는 겉절이, 초밥, 잡채 등도 슬로우 푸드에 포함된다. 특히, 슬로 푸드는 원칙(?)상 느린 조리법을 택해야 한다. 이는 원래 재료의 맛을 끌어올리려는 노력이기도 하다.

생선초밥은 싱싱한 해물 또는 생선을 고르는 일도 중요하지만, 식초·설탕·소금 등을 섞은 배합초(단촛물)를 잘 써야 한다. 아울러 학꽁치나 전어 등 무른 생선을 쓸 때 식초에 담가두면 쫄깃해지고 딱딱해진다는 상식도 염두에 둬야 한다.

배추겉절이를 만들 때에는 길이가 짧고 맛이 고소한 청방배추를 쓰는데, 밑동을 자르고 굵은 소금으로 간을 하는 과정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여러 가지 재료가 들어가는 잡채는 버섯이나 부추 등은 맨 나중에 넣어 살짝 볶아내고, 조리 도중 당면이 딱딱해질 우려가 있으므로 끓는 물에 살짝 굴려서 헹구는 게 좋다.

하지만, 이렇게 조리 시간이 길다고 해서 좋은 것만은 아니다. 오랜 시간 조리해 식품 성분이 파괴되면, 얻는 것보다 잃는 게 더 많다는 지적이다. 이런 사실은 슬로 푸드가 참살이 열풍을 주도하며 오늘날 식단의 대안이라는 주장과는 대비된다.

빠르고 간단한 조리법을 내세우는 패스트푸드는 현대인들에게 장점이 되기도 한다. 그런 까닭에 과일, 현미, 채소 등 생식은 최상의 패스트푸드로도 불린다. 요리 과정이 필요 없고, 뒤처리도 깔끔하며 쓰레기도 없다는 점에서는 친환경 패스트푸드다. 밭에서 캔 감자, 고구마, 옥수수 등도 삶거나 구우면 금방 편하게 즐길 수 있는 패스트푸드의 전형이기도 하다.

도움말/마산 대우백화점 문화센터 허옥순 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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