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까지 뜨끈하다' 3대 돼지국밥일제시대 문 연 양산식당, 아들·손자 이어 70년 이름 떨쳐대물림된 남다른 손맛으로 제각각 전통 지켜가는 세 형제

2대 '시장옥' 주인 김우금 할머니와 3대 '동부식육식당' 주인이자 삼형제 중 막내인 최수곤 씨.
◇1940년부터 이어져오는 전통의 맛
= 불과 40~50년 전만 해도 시골 웬만한 집에서는 돼지 한두 마리씩 다 길렀다. 집안 길흉사를 앞두거나 농번기가 되면 저녁나절쯤 마을에 돼지 멱따는 소리가 '꽤~액!' 하고 들렸다. 당시 도축법이나 축산물가공처리법이 지금과 같이 엄격했던 때가 아니라 동네에서 돼지를 잡아 추렴을 했다.

어느 동네든 허드렛일을 맡아 하는 사람이 있게 마련인데, 상을 당하면 염을 하거나 돼지를 잡게 될 때 으레 이 사람이 맡아 했다. 돼지머리나 내장 등 부산물은 돼지를 잡은 사람 품삯으로 나가고 정육만 동네 사람들이 돈을 주고 나눠갔다.

상가(喪家)는 수육, 결혼이나 회갑 잔칫집은 적이나 꼬치 등으로 요리해 나갔지만, 농번기에는 대부분 적은 양으로 여럿이 나눠 먹을 수 있는 돼지국밥이 제격이었다.

돼지국밥 하면 시골에서 모를 심거나 논을 맬 때 논두렁에 걸터앉아 먹은 기억이 있고, 군 시절 비계가 한두 점 둥둥 뜨는 돼지국밥을 먹었던 적도 있다. 이런 두 가지 경험에서 돼지국밥은 고춧가루를 넣어 얼큰하게 끓여 나온 것 같다.

   
 
  육수를 담고 있는 '제일식육식당' 둘째 며느리 김순자 씨.  
   
 
  3 돼지국밥을 준비하느라 바쁜 '동부식육식당' 김상이 셋째 며느리.  
 
하지만, 약 20년 전 찾아갔던 밀양 무안면 우시장 부근 '시장옥' 돼지국밥은 고춧가루가 들어가지 않았고, 전혀 누린내가 나지 않고 맛있었다.

밀양 무안면 돼지국밥은 '양산식당'이라는 이름으로 일제 강점기인 1940년 고 최성달 씨가 문을 연 이후 그의 아들 고 최차생 씨와 며느리 김우금(84) 씨가 상호를 '시장옥'으로 바꿔 분가해 나갔다. 1대 고 최성달 할아버지가 운영하던 '양산식당'은 막내 손자인 최수곤(49) 씨가 '동부식육식당'이라는 이름으로 대를 잇고 있다. 2대 고 최차생 씨가 운영하던 '시장옥'은 장손 최수도(58) 씨가 '무안식육식당'으로 명맥을 이어오고 있다. 그리고 둘째 아들 최수용(56) 씨는 '제일식육식당'으로 창업해 맛을 이어가고 있다.

결국, 밀양 돼지국밥은 1대 '양산식당', 2대 '시장옥', 3대 3형제의 '무안식육식당' '제일식육식당' '동부식육식당'으로 그 전통의 맛이 무려 70년 가깝게 이어져 내려오는 것이다.

◇원조 손맛의 김우금 할머니 = 20년 전 돼지국밥을 끓이던 김우금 아주머니를 참으로 오랜만에 만나니 어느새 84세 할머니가 되어 아들 셋에게 자리를 물려주고 장사에서는 물러나 계신다.

시골 작은 면에서 세 아들이 같은 일을 한다는 건 예사로운 일이 아니다. 아울러 밀양 무안의 돼지국밥은 무안이나 밀양만의 맛이 아니다. 역사가 오래된 만큼 그 명성이 전국에 알려져 다른 지역 사람들 또한 많이 찾아온다. 삼 형제 모두 돼지고기를 고르거나 수육 삶는 솜씨, 육수 내는 실력이 남다르다. 사실상 이 세 가지가 돼지국밥과 수육의 맛을 좌우한다.

경상도 지방 돼지국밥의 뿌리는 바로 밀양 무안 '양산식당'이다. 그래서 더러 '밀양돼지국밥'을 가게 이름으로 쓰는 집들도 있다. 그런데 아이러니한 건 경상도 지방과 멀어질수록 돼지국밥 장사가 안 된다는 것이다. 경상도 사람들의 손맛이 특별해 다른 지방은 쫓아갈 수 없는 건지, 아니면 돼지국밥이 다른 지방 사람들 입맛에 맞지 않는 건지 의문이다.

노린내만 없다면, 돼지고기 풍미를 당할 고기는 없을 것이다. 많은 사람이 입안에 도는 감칠맛에 매료되기 때문이다.

'무안식육식당'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 813-28번지·055-352-0017. '제일식육식당'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 812-22번지·055-353-2252. '동부식육식당' 밀양시 무안면 무안리 825-8번지·055-352-0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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