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서관회의서 4대 강 정비사업 소신 추진 지시영남권 시도지사 "물길살리기- 운하 연계 마라"

김태호 지사와 손석형 의원이 지난달 27일 도의회에서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이 운하다 아니다 씨름하는 사이, 이명박 대통령은 비서관 회의에서 '운하든 뭐든 서둘러 추진하라'고 지시했다.

이 대통령은 같은 달 28일 청와대 확대비서관 회의에서 "4대 강 정비 사업이면 어떻고 운하면 어떠냐. 그런 것에 휘둘리지 말고 예산이 잡혀 있으면 빨리 일을 하라"고 말했다고 김은혜 부대변인이 말했다. 김 부대변인은 이 발언과 관련, "4대 강 정비가 국익에 도움이 된다면 좌고우면하지 말고 대운하와 관계없이 소신 있게 일하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여기서 '국익'이란 날이 갈수록 암울한 국내 경기를 타개할 방안을 에둘러 말한 것이다. 최근 이 대통령을 비롯한 청와대, 한나라당 고위 관계자들은 입만 떼면 '단기간에 효과', '서둘러 추진'을 외치다시피 했다.

연일 언론이 전하는 새벽 인력시장의 흉흉한 풍경은 날품이라도 일자리를 만들어야 한다는 압력이 됐고, 정가에서는 '짧은 시간에 경기를 살리는 데는 대규모 토목·건축사업만한 게 없지 않으냐'는 말이 심심찮게 오른 것으로 전해졌다. 바로 4대 강 정비 사업을 포함한 운하 건설을 두고 한 말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이에 정부는 낙동강, 한강, 금강, 영산강을 대상으로 4년간 모두 14조 원의 예산을 투입할 예정이며, 이 가운데 4조 3000억 원이 강바닥의 모래를 파내 물길을 정비하고 제방을 쌓거나 보강하는 데 쓰일 예정이다. 특히 낙동강 정비에는 지난해(1835억 원)의 2.5배 가까운 4469억 원이 배정돼 있다. 대운하 반발에 멈칫거리던 낙동강 운하는 경기 침체로 오히려 날개를 단 셈이 됐다.

여기에 영남권 5개 시·도지사는 낙동강 정비는 운하 사업이 아니며 하천생태계 복원 사업이라고 강조했다. 이들은 2일 공동으로 성명을 내고 "낙동강 물길 살리기와 운하를 연계하지 마라"며 "국민의 생명과 삶의 질과 직결된 사업을 왜 자꾸 정치 쟁점화하느냐"며 엄하게 꾸짖기까지 했다.

특히 이들은 낙동강 정비 사업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프로젝트와 궤를 같이하는 '친환경' 사업인데도 운하라는 오해 때문에 피해를 보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들은 "낙동강 물길정비를 정치쟁점화하여 홍수·가뭄·수질오염을 더는 방치하는 것은 1300만 영남권 지역주민의 목소리를 외면하는 것"이라며 "영남권 5개 시·도는 국민의 생명 보호와 삶의 질 향상, 국가의 균형적인 발전을 위해 낙동강 물길정비의 조기시행을 강력히 촉구한다"고 주장했다.

단기간에 경기를 부양할 목적으로 운하를 추진해야 한다는 정부 쪽이 몇 배는 더 솔직한 셈이다. 시·도지사들은 이번 성명 외에 각종 회견에서도 "낙동강 물길 정비는 운하가 아니다"고 입을 맞춘 듯하고 있다.

경기 진작이라는 급한 숙제를 안은 정부와 '녹색성장'에 맞춘 친환경 사업이라며 명분을 내세우는 지자체의 요구가 맞아떨어지면 낙동강 운하는 급물살을 탈 것이라는 분석이다. 4대 강 정비 사업 예산은 오는 8일까지 열리는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 계수조정소위에서 조율된 후 9일 본회의에 상정된다.
기사제보
저작권자 © 경남도민일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