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2년께 어부 점심용 김밥 쉽게 상해 반찬 분리해 팔기 시작매콤 칼칼 시원한 주꾸미·갑오징어 무침 맛에 손님 줄이어

   
 
 
향토 음식 중 일부는 원조 타령하는 업소나 이를 검증하는 절차도 없이 받아쓰는 일부 별미산책 작가와 누리꾼들로 그 유래 등 이야기가 왜곡되기 일쑤다. 대표적인 음식이 '충무김밥'이다.

10년 전 통영을 찾았을 때 충무김밥을 파는 집 간판에는 이미 50년 원조집이라고 쓰여 있었고, 해를 거듭해도 '50년'은 변함이 없었다. 그런데 얼마 전 통영에 가니 '50년'에서 '3대 충무김밥'으로 바뀌었다. 원조 할머니는 손자를 두고 있는데, 손자가 가업을 이어받을 예정이라고 한다.

김밥 한 입 무침 한 조각    발상의 전환이 만든 맛

충무김밥 유래는 분명히 밝혀둘 필요가 있다. 할머니는 1952년께 당시 벼락당(현 적십자병원 뒷마을 어름·매립이전엔 바닷가였음)에서 통영 앞바다에 고기잡이를 나가는 뱃사람들을 위해 김밥을 말아 머리에 이고 다니며 팔았다고 한다. 그러나 어부들이 새벽에 사서 가지고 간 김밥은 바다 한가운데 조업하다 점심때가 되어 먹으려면 더운 날씨에 변질해 쉰 냄새가 나게 마련이었다.

그래서 김밥과 반찬을 분리해 엄지손가락만 한 크기의 맨밥과 무를 아무렇게 썰어서 만든 섞박지(깍두기), 매콤한 주꾸미 무침을 이쑤시개 몇 개와 함께 싸서 팔기 시작했다. 아울러 1960년께 이르러 통영 선착장을 거쳐 부산과 여수를 오가는 '갑성호·금성호·원양호'라는 선명의 여객선에서 팔았다고 한다.

   
 
  1대 김복순 할머니.  
   
 
  2대 며느리 이순자 씨.  
 
당시 부산에서 출발하든 여수에서 출발하든 통영항에 닿으면 점심때가 되므로 뱃고동을 울리며 배가 항구에 들어오면, 전마선(배와 배 사이 연락을 맡는 작은 배)을 탄 뚱보할매(고 이두익 할머니·1994년 작고), 최가메 할매(작고), 꼬지할매(본명 모름·작고), 김복순 할머니(81) 등 김밥 장수들이 잽싸게 배에 올라 김밥을 팔았다.

충무김밥이 전국에 알려진 동기는 1981년 5월 28일부터 6월 1일까지 서울특별시 여의도에서 열렸던 대규모 문화 축제에 뚱보할매(고 이두익 할머니)가 충무김밥을 가지고 나가 축제를 구경온 관광객들에게 팔면서부터다. 사실 뚱보할매가 충무김밥을 만든 원조 할매라고 할 수는 없지만, 충무김밥을 전국에 알린 공헌은 인정해야 한다. 뚱보할매는 이미 세상을 떠났고, 현재 통영에서 며느리와 딸이 뚱보할매 사진을 걸어두고 장사하고 있다. 충무김밥을 머리에 이고 장사하던 1세대 할머니들은 모두 세상을 등지고, '원조 3대 충무할매김밥'의 김복순 할머니만 남아 있다.

충무김밥은 김밥용 김, 밥은 물론 섞박지와 주꾸미 또는 갑오징어 무침이 맛있어야 한다. 사실 충무김밥이 아니라도 섞박지, 주꾸미·갑오징어 무침 등은 통영 뱃사람들이 좋아하는 안줏감이었다. 매콤하면서 시원하고 칼칼한 무침은 막걸리 안주에 제격이었다.

김복순 할머니의 무침 맛으로 '원조 3대 충무할매김밥'은 점심때를 넘겨 찾아도 손님이 북적인다. 이제 할머니가 직접 충무김밥을 말지는 않는다. 며느리 이순자(53) 사장에게 그 손맛을 물려주고, 변함없이 가게에 나와 찾아오는 손님들을 바라보면서 하루를 보낸다.

원조3대 충무할매김밥. 통영시 중앙동 129-1번지(강구안 문화마당 앞). 055-645-997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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