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려수도 품은 맛, 입안 가득 바다 내음

통영 한산도에서 사천, 남해 등을 거쳐 전남 여수에 이르는 물길, 한려수도. 남해도와 거제도 등 큰 섬을 비롯해 작은 섬도 밀집한 이 다도해는 그야말로 절경이다. 더할 나위 없이 빼어난 경치는 싱싱한 생선회나 해산물과 함께 하면 더욱 빛이 난다.

맛 대 맛, 한려수도 사이에 놓인 두 맛집을 찾아갔다. 두 곳 모두 다른 집들과 차별화되는 점이 눈에 띈다. 한 곳은 일식의 한국적 퓨전을 내세우는 사천의 '가산 조창진 어가(魚家)', 다른 한 곳은 자연의 정취와 더불어 싱그러운 맛을 즐기는 '남해 자연맛집'이다.

   
 
 
사천 가산 조창진 어가 - 홍송향 그윽한 한옥에서 만나는 퓨전 일식

사천시 축동면의 '가산 조창진 어가'를 처음 보는 사람들은 우선 외형에 놀란다. '횟집'이라는 표현 대신 '어가(魚家)'라는 이름을 쓰고, 꼭 문화재를 보는 듯하다. 하지만, 내부는 현대적인 구조의 1·2층으로 돼 있다. 1층은 작은 방으로 나뉘고, 2층은 단체손님을 맞는 장소로 진양호에서 내려오는 물이 바다와 만나는 걸 볼 수 있다.

김월영 대표는 이런 점이 조금 불리할 때도 있다고 털어놨다. 그는 "건물만 보고 비싸다는 생각에 들어서기조차 꺼리는 사람들이 있더라. 그래서 문의 전화가 많이 온다"고 말했다. 하지만, 가격대는 보통 횟집 또는 일식 가게와 비슷한 수준이다.

안으로 들어서자마자 소나무 향이 코끝을 스쳤다. 올해 3월 16일 준공한 건물로 강원도에서 채취한 홍송(紅松)을 썼다. 건물주는 김 대표와 풍물 활동으로 인연을 맺은 사람으로 가산오광대 인간문화재였던 자신의 부친을 기리고자 이 건물을 짓게 됐다고 한다. 그냥 내버려두기보다 지속적으로 활용하고자 한옥 안에서 일식과 회를 팔아보자는 아이디어로 지난달 6일장사를 시작했다.

일식과 회는 깔끔하기도 하지만, 식사 이후 남는 약간의 메스꺼움과 느끼함을 덜어주고자 조리 방법에 신경을 쓴다. 김 대표는 "뭐니뭐니해도 우리나라 사람들은 토속음식에 훨씬 더 익숙하다. 일식이지만, 맛에서 차별화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가오리무침, 해삼초회, 해물볶음, 코다리찜 등 새콤달콤하고 당기는 소스를 곁들인 반찬으로 느끼한 맛을 중화시킨다.

   
 
 
'조창진'은 조선시대 이 지역 항구 이름에서 따왔다. 그 당시 주변 6개 고을에서 거둔 조세를 한양으로 실어 나르는 곳이었다. 김 대표는 "차츰차츰 맛의 기초부터 탄탄히 다지는 일이 진정한 가치인 것 같다"고 덧붙였다.

모둠회 5만 원·회덮밥 1만 2000원·매운탕 1만 원. 가산 조창진 어가. 사천시 축동면 가산리 980번지. 남해고속도로 축동나들목(IC)에서 빠진다. 055-854-7280.


   
 
 
남해 자연맛집 - 금산 바라보며 즐기는 앵강만 전복


사천 연륙교를 건너면서 초양도와 창선대교를 지나쳤다. 차로 달리는 와중에 푸른 바다와 누르스름한 논, 붉은 단풍 색이 어우러졌다. '한국의 아름다운 길 100선' 가운데 하나로 꼽는 길을 따라가니 '남해 자연맛집'이 나왔다.

식당 이전에 1999년 남해전복영어조합법인을 구성해 5명의 식구가 함께 전복 사업을 꾸렸다. 지난 2003년까지 열었던 전복축제를 계기로 식당 문을 연 지는 4년째.

김경언 이사는 "축제 때 물건을 사러온 사람들이 식당을 하라고 적극적으로 추천하더라"고 웃으며 말했다.

건물 1층 배양장에서 키워 3~5㎝ 정도로 자란 전복 종패는 5월 중에 양식장으로 옮긴다. 자라는 데에는 1년 6개월 정도 걸린다. 해녀들이 손수 다 자란 전복을 캐오고, 이것을 다시 2층에 있는 식당에서 맛볼 수 있다.

건물 바로 앞에는 양식장이 있는 앵강만이 보인다. 남해 <이동면지>에는 '앵강'이란 말의 유래를 이렇게 기록하고 있다. "앵강만은 흔히 나비가 두 날개를 펼친 듯한 형상이라고 하지만, 민간에서는 항아리가 누운 모양이란 뜻으로도 불린다. 또한, 서포 김만중이 자신의 마지막 유배지인 노도를 품은 듯하고, 구슬픈 파도 소리가 꼭 앵무새 소리를 닮았다고 해서 붙인 이름이라는 설도 있다."

'남해 자연맛집'은 산과 바다를 즐기려는 관광객들의 발길을 한 번쯤 멈추게 한다.

   
 
 
허여멀겋지 않고 창자를 그대로 넣어 푸릇한 빛깔을 내는 전복죽과 싱싱한 전복회를 맛볼 수 있다. 자리그물(정치망)로 조업해 전복 이외에 굴, 멍게, 해삼 등 해물 반찬도 결들일 수 있다.

식당 창 너머로 봉수대가 있는 금산이 보인다. 다랑논(벼농사를 짓고자 산비탈을 깎아 만든 계단식 논)으로 알려진 가천마을과도 가깝다. 전복은 택배로 보내거나 직접 사갈 수 있다. 전복죽 1만 3000원·전복회(중) 3만 원·(대) 6만 원. 남해 자연맛집. 남해군 남면 홍현리 385번지. 055-862-086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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