낙동강 물길 살리기, 물류·관광·민자 계획 포함 '대규모 개발'

'낙동강 운하'를 추진하던 낙동강변 5개 광역자치단체장이 운하 대신 '물길 살리기' 사업으로 이름을 바꿔 국가 지원을 요구하는 공동건의문을 냈다.

'운하 포기는 직무유기'라며 운하 추진을 강력하게 주장해 온 김태호 지사는 도의회 개회 때 시정연설을 이유로 불참했으나 이날 오전 실국원장 회의에서 공동건의문에 보조를 같이하는 발언을 했다. 운하가 아니라 물길 살리기이며, 생태 복원에 가깝다는 것이다.

도는 이날 국회 예산결산특별위원회에 제출한 간담회 자료에 이른바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에 대한 구체적인 요구안을 내놓았다.

◇"운하 인식 부정적…물길 살리기로" = 김 지사는 "(지금까지) 낙동강 운하라고 표현됐지만 운하라는 인식이 이유 여하를 불문하고 부정적으로 각인됐기 때문에 물길 살리기란 이름으로 고민하고 있다"면서 "(물길 살리기는) 잃어버린 생태를 복원하는 문제와 직결돼 있다. 강을 살리는 길이고 홍수와 물을 어떻게 관리할 것인가 하는 문제"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도가 국회 예결위에 낸 자료에는 낙동강 하구둑에서 경북 안동까지 길이 315㎞(부산 20㎞, 대구 58㎞, 경북 131㎞, 경남 106㎞)를 대상으로 모두 45개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모두 33조 5649억 원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또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과 관련한 경남도 특별사업으로 △진동만 방수로 기본·실시 용역비(100억 원) △천변저류지 5곳 조성 사업비(500억 원) △레포츠 벨트 151㎞ 운영비(500억 원) △진동만 방수로 2009년 임대형 민자사업(BTL) 선정 등을 요구했다.

◇"정부 못하면 우리가 하겠다" = 이와 함께 낙동강 물길 살리기 사업을 남해안선벨트와 내륙녹색성장벨트의 기본구상에 반영해 달라고 건의했다.

이는 지난달 8일 경남도 초청강연에 온 최상철 균형발전위원장의 말과 정확하게 일치한다. 당시 최 위원장은 동남권과 대경권이 모두 포함된 초광역 개발사업을 할 것이고, 낙동강 사업이 이에 적절하며 추진한다면 '내륙성장벨트' 정도로 묶을 수 있겠다고 말해, 정부 100대 국정과제에서 빠진 대운하를 낙동강운하로 이어 불씨를 남겨 놓았다는 지적을 받았다.

특히 건의문에는 '중앙정부 추진 불가 시 국가하천 내 하천공사 등을 광역지자체가 직접 시행 가능하도록 권한 위임'을 요구했다. 현재 국토해양부가 주무관청으로 돼 있는 것을 해당 지자체 혹은 지방자치단체 조합을 주무관청으로 지정, 자체 개발할 수 있도록 해달라는 것이다. 이를 위해 영남권 5개 시·도의 지방자치법에 따른 '지방자치단체조합'을 설립하는 구체적인 방안도 제시했다.

◇이름 바꿨다고 내용 달라질까 = 이 같은 지자체의 움직임은 정부의 '저탄소 녹색성장' 기조를 발표하고 람사르총회가 개최된 후 환경 의제가 전면에 부각되자 운하라는 표현 대신 '낙동강 물길 살리기'로 바꾸면서 전에 없이 강력한 추진 의사를 내보인 것이다.

이렇듯 강한 의지를 보이는 데는 규제 완화를 두고 수도권과 비수도권이 대립하는 등 '뭔가 하나라도 더 따내려는' 지자체들의 몸부림이기도 하지만, 여론의 뭇매를 맞고 지금은 수면 아래로 잠긴 '대운하 구출하기'라는 차원으로 해석하는 이들도 많다.

낙동강운하에서 물길 살리기로 이름을 바꿨지만 세부 45개 사업을 시행하는 데 필요한 33조 5649억 원 중 28.4%(9조 5360억 원)를 민간자본으로 조달하겠다는 계획이나 생태 복원 사업이라고 하면서도 물류와 관광은 빼지 않는다는 점 등이 이를 뒷받침한다. 민간자본이 들어오는 것은 수익이 창출된다는 것이고, 9조 원이 넘는 민자라면 상당한 규모의 개발사업이 진행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결국은 운하와 크게 다를 바가 없다는 것이다.

김 지사도 "분명한 것은 물길을 살리자는 것이 우선이다. 물류와 관광이라는 것은 후천적인 일이고 부수적인 문제"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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