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탄 화덕에 지글지글 가난을 구워

진주성 입구에 있는 일미장어구이.

진주에는 진주비빔밥, 진주냉면, 진주헛제사밥 등 다양한 전통음식이 있다. 전통음식 범주에 넣기에 역사가 짧지만, 진주 향토음식으로 자리매김한 음식이 진주 성지동 장어구이다.

고등어가 잡히지 않는 안동 간고등어가 동해의 여느 어촌보다 유명한 것처럼 진주 역시 장어구이는 갯장어가 잡히는 인근 해안도시보다 유명하다. 특히, 진주성을 찾는 관광객 대부분이 진주 음식 중 제일 먼저 만나는 게 바로 장어다. 이곳에서는 흐르는 남강을 바라보며 식도락을 즐길 수 있다. 이 때문에 전국에 많이 알려질 수밖에 없다.

70년대 초 배다리 밑에 평상 놓고 시작
며느리 아이디어 더해 맛 '업그레이드'
비법육수에 각종 재료 넣어 만든 양념
3~5차례 속살에 잘 배게 굽는 게 비결


진주 남강변 장어구이 거리에 가보면, 너 나 할 것 없이 원조집이라고 씌어 있다. 원조집이라고 주장하려면, 그에 걸맞은 사람이야기 하나쯤 가지고 있어야 한다. 그래야, 문화적 가치도 있고, 호기심과 충동이 일어나 가보고 싶은 생각이 든다. 분위기와 느낌이 좋은 맛집은 같은 음식도 괜히 맛있게 느낀다.◇진주 갯장어의 사연 = 진주에서 민물장어도 아닌 갯장어구이가 유명해진 계기는 한 여인의 삶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결과물이다.


1970년대 초 군인의 아내로 남편에 의지해 평범하게 살아가던 40대 젊은 주부가 갑작스런 남편의 사망으로 2남 3녀를 키우며 벅찬 삶을 살아가게 됐다. 여인은 어린 자식들과 함께 살길이 막막해 삼천포의 싱싱한 갯장어를 사다가 진주교 건설 전 배다리 밑에 평상을 놓고, 연탄 화덕 위에 석쇠를 놓고 지글지글 굽기 시작했다.

이 당시 누구나 먹고살기 어려운 시절이었지만, '금강산도 식후경'이라고 남강변과 촉석루를 찾는 관광객들은 으레 이곳 배다리 밑에 와서 남강과 촉석루가 어우러진 절경을 즐기며, 소주 한 잔에 장어구이를 곁들여 즐겼다.

한 군인의 아내가 바로 심영희 할머니. 어린 자식들과 살고자 시작한 진주 배다리 밑 장어구이가 어느덧 전국적으로 소문이 나자 할머니 주변에 하나 둘 장어를 구워 파는 사람들이 늘게 됐고, 진주교가 놓이면서 현재 성지동 장어구이 거리가 만들어졌다.

1대 심영희(78) 할머니는 1996년 서울에서 사업하던 둘째 아들, 2대 김충신(55)·최미정(54) 부부를 진주로 불러 '일미장어'구이 맛을 대물림하기로 작정하고, 지금까지도 간간이 가게에 나오면서 뒷바라지를 해주고 있다.

장어 머리와 디포리(멸치)·양파·계피·감초·양파 등 다양한 재료를 넣어 우선 양념 육수를 만들고, 급랭시킨 장어에 간장·고춧가루·생강·마늘·참깨 등을 다져 넣은 양념장을 3~5차례 살 속에 잘 배게 굽는 비법이 장어 맛을 좌우한다.

   
 
  1대 심영희 할머니  
   
 
  2대 며느리 최미정 씨  
 
◇며느리가 더한 손맛
= 최미정 사장은 시어머니 비법에 더해 매실 진액을 양념장에 넣어 연육 효과를 내고, 장어 맛을 부드럽게 하고 감칠맛이 나게 한다. 예전에는 장어를 구워 접시에 그대로 냈는데, 지금은 장어를 굽는 것과 동시에 무쇠접시를 연탄 화덕에 놓아 그 위에 장어를 올려 손님이 다 먹을 때까지 따뜻하게 온도를 유지 시켜준다.

최근 경제 사정이 좋지 않은 탓에 성지동 장어구이 거리도 한산하고, 집집이 매출이 현저히 줄었다고 한다. 이곳뿐 아니라 외식업계 전체가 어렵다. 전통음식이든 향토음식이든 대물림하는 것도 장사가 잘되어 수지맞아야 가능한 것이다. 지역 전통음식이나 향토음식을 활성화해 관광 자원은 물론 지역경제에 도움이 되도록 업주와 지자체의 적극적인 노력이 필요한 시기다. 지역 축제도 축제 수지 계산에만 연연하지 말고, 장기적 안목에서 지역 특산물, 전통음식, 향토음식을 홍보하고 가치창출을 위한 변화의 계기를 마련해 지역경제 활성화는 물론 많은 시민이 수혜자가 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일미장어' 진주시 본성동 10-1. 055-742-1282, 128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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