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부자 역할분담, 맛·매출 모두 '쑥쑥'

삼가재래시장 옆 삼가대가식육식당(왼쪽부터). 1대 이재선 사장. 큰 아들이 운영하는 1호점. 2대 이영민 사장. /김영복 원장 제공

요즘 별미집 취재하러 다니다 보면 격세지감을 느낀다. 웬만한 집치고, TV 한 번쯤 안 나온 집 없고, 언론에 소개 안 된 집 찾기가 더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터넷에도 음식점 소개가 도배하듯 나온다. 오죽하면 '모. 모. 모 TV에 한 번도 안 나온 집'이라고 간판에 써 붙여 놓고, 보도를 사양하는 업소도 있을까..

10여 년 전만 해도 취재를 위해 별미집을 방문하면, 반가워하던 사람들도 이제는 자기 업소를 소개해도 심드렁하다.

요즘은 너나 할 것 없이 음식 평론가·식도락 작가·별미산책 작가를 자처하는 사람들이 한둘이 아니다. 그리고 경쟁적으로 음식 방송을 하다 보니 소재가 바닥나 재탕·삼탕하는 처지니 업소의 주인은 물론 식도락가들도 싫증 날 때가 됐다.

우시장 나온 소 골라 직접 도축…그날 쓸 양만 숙성 판매 맛 지켜

10년 전 인연을 내세워 웃는 낯으로 말문은 텄지만 사진 찍는 건 극구 사양했다. 굳이 이 업소를 소개하려는 고집 이외에 이유가 있어 사진찍기 싫다는 사람 앞에 셔터를 눌렀다. 안면이 무섭긴 무서운가 보다. 차마 야박하게 뭐라고 하지는 않았다.

맛있는 한우고기를 자랑하는 삼가면 한우 전문식당은 20년 정도 역사를 가진 '삼가대가식육식당' 말고도 20여 년에서 30여 년 이상 넘게 장사하는 업소가 있다. 그러나 역사가 오래됐다고 다 맛있는 집은 아니다.

'삼가대가식육식당' 1대 주인 이재선(71) 씨는 20여 년 전 삼가면 5일 재래시장 옆에 식육식당을 열었다. 당시 합천, 의령, 산청, 함양, 거창 등지에서 농민들은 소를 팔려면 삼가면 우시장에 나오거나 이재선 씨에게 연락했다.

이재선 씨는 농민들로부터 직접 소를 골라 도축세를 주고, 도축해 자신이 운영하는 식당에서 쇠고기를 팔았다. 그뿐만 아니라 지금은 쇠고기만 팔지만 예전에는 비싼 쇠고기 먹기 어려운 사람들을 위해 돼지고기도 팔았다.


삼가대가식당은 그날그날 소를 도축해 쇠고기를 적당히 숙성해 맛이 들면 팔기 시작해 오후 2시건 3시건 고기가 떨어지면, 그 시간부터 문을 닫는다. 지금도 그 전통은 이어져 내려오고 있다.

삼가대가식육식당 쇠고기 맛은 금세 인근 도시는 물론 전국으로 소문나기 시작해 삼가면에서 먼저 시작한 업소가 몇 집 있지만, 후발 주자인 이 집이 대표적인 별미식당으로 알려졌다.

신선한 맛과 후덕한 인심을 앞세운 마케팅은 날로 식당을 번창하게 했다. 쇠고기를 마음껏 먹기 어려운 농민들에게 저울눈을 넘기는 덤, 항상 단골로 찾아준 농민들에게 명절날 돼지고기 한 근이라도 선물로 나눠 정으로 묶어둔 고객들이 있어서 지금은 세 아들에게 대물림해 네 부자가 역할을 나눠 장사하고 있다.

첫째 분점, 둘째 본점 대물림…셋째, 질 좋은 소 선별해 공급

1대 이재선 씨의 큰아들 이영민 씨는 대를 이어 아버지가 장사를 시작한 지 10년 된 해, 의령 대의면에서 대가식육식당을 하다가 1년 전 합천군 삼가면에 삼가대가식육식당을 현대식 건물로 신축해 11년째 장사를 계속하고, 둘째 아들 이영춘 씨는 아버지가 경영하던 삼가재래시장 옆에 삼가대가식육식당을 대물림해 경영하고 있다.

막내아들 이영진 씨는 아버지에게 좋은 소 고르는 법을 배워 농가를 돌며 직접 소를 골라 도축장에서 두 형이 경영하는 업소에 쇠고기를 공급하는 역할을 담당하고 있다.

그런데 요즘은 예전 같지 않단다. 예전에는 농가에서 소 한두 마리씩 다 키우고 있어 소를 사기 쉬웠지만, 지금은 소를 키우는 집이 많지 않고 대개 축산농가가 집단 사육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농가 대부분이 축협 등과 연결되어 육질이 좋은 소는 독점하다시피 주로 서울로 올라간다.

그러나 막내 영진 씨는 아버지에게 배운 지식으로 창녕, 밀양, 김해 등지에 다니며 좋은 소를 골라 두 형님 업소에 공급한다. 둘째 영춘 씨가 운영하는 집은 오후 3시도 안 되어 쇠고기가 떨어져 손님들을 형님 영민 씨 가게로 보내기도 한다.

맛있고 좋은 쇠고기는 일반적으로 육질의 연한 정도, 육즙 양, 향을 보고 구분할 수 있다. 좀 더 구체적으로 육량, 육색, 근내지방도(마블링), 등심단면적(등심의 넓이) 등 판별 기준으로 1++, 1+, 1, 2, 3등급으로 나눈다. 여기서 A, B, C로 세부적으로 분류하므로 크게 5단계, 세부적으로 15단계로 분류한다.

마블링 정도와 고기 색깔로 5등급으로 나눠 지방을 제거하고서 실제 먹는 고기 양이 얼마냐에 따라 A(상 등급), B(표준 등급), C(등외 판정)로 나눈다. 1++, A 판정을 받은 쇠고기는 가장 좋고 3, C 판정은 최하 등급인 셈이다.

맛은 판정 기준보다 쇠고기 선도와 혀끝에 닿는 미각 등으로 지극히 주관적으로 평가할 수밖에 없다. 특히, 쇠고기는 부위별로 맛이 다르기에 이를 전부 먹어 볼 수도 없다. 영민 씨가 경영하는 업소로 가 쇠고기 맛을 봤다. 빛깔로 봐선 선도가 좋고, 잡내 없이 고기가 부드럽다. 삼가대가식육식당 055-933-8249. 삼가대가식육식당 1호점 055-931-0688.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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