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 우리 문양에 흠뻑 빠져 단청을 배우던 한 40대 여성 서양화가가 열반한 무형문화재 48호 단청장 혜각(慧覺) 스님 영정제작에 막바지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작품의 산실은 양산시 하북면 지산리 통도사 사명암 후원 작업실. 서양화가 조순옥(40.부산시 금정구 금성동 산성마을)씨는 10평 남짓한 이 공간에서 무형문화재 혜각 스님의 모습을 재현하기 위해 9개월째 혼신을 다해 붓을 들고 있다.
부산의 중견 서양화가인 조씨는 태산목 잎사귀를 소재로 한 3번째 개인전을 끝낸 지난 1999년 겨울 터키여행에서 돌아오자 마자 곧바로 사명암을 찾았다. 터키여행에서 만난 수많은 문양에 매료된 조씨는 전통문양인 단청을 배우기 위해 단청장 혜각 스님의 수제자인 동원 스님을 찾아 사명암을 찾았던 것. 조씨는 이곳에서 1년여동안 단청을 배웠다. 직접 비계에 올라가 단청 칠을 하는 등 열심히 단청을 익히다 문화재청이 실시한 단청 기능장 시험에 응시하는 열정도 보였다.
그러다 동원 스님으로부터 열반한 스승인 혜각 스님의 영정을 그려달라는 부탁을 받고 지난해 11월부터 작업을 벌이고 있는 것. 문양 배우기에 맛들인 조씨는 스님의 영정을 단순한 초상화가 아닌 단청장인 스님의 이미지에 부합되는 초상화로 재현하기 위해 전통 양식을 사용키로 하고 실패를 거듭하면서도 영정제작에 몰두, 완성여부에 큰 관심이 쏠리고 있다.
조씨는 “단청을 배우고 혜각스님의 영정을 제작하면서 전통기법에 대해 많은 것을 느끼게 됐다”며 “성파 스님으로부터 쪽염색을 배워 쪽물을 들여 배접한 종이와 전통염료를 이용해 단청장의 모습을 재현하겠다”고 말했다.
지난 1992년 무형문화재 48호로 지정받은 단청장 혜각 스님은 1905년 황해도 신촌군 청량리 사동마을에서 태어나 전각루대(殿閣樓臺)의 단청에 많은 관심을 기울이다 1920년 15살의 나이로 출가했으며 지난 98년 1월3일 93세의 나이로 열반했다.
혜각스님은 당시 단청의 1인자로 불리우던 이화응 대화상의 문화생으로 입문해 단청의 화업을 익히는 등 12종 기법의 창작문양을 개발, 독보적인 명성을 떨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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