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워도 쪄도 달콤한 입안의 행복

아직 창밖의 매미 소리가 남아있지만, 시장에 나가보면 계절이 바뀌고 있음을 눈으로 코로 확인하게 되는 것 같다. 새로운 자연의 수확물이 가득한 시장에서 유난히 눈에 띄는 한 가지, 고구마.


과거 일명 밤고구마(dry-meated)와 물고구마(moist- meated)로 분류되던 것이 이제는 더 화려하게 변신했다. 호박처럼 색이 노랗고 단호박처럼 단맛이 강한 호박고구마와 안토시아닌 색소를 많이 함유하고 있어 속살이 자줏빛을 띠는 자색 고구마는 고구마를 먹는 우리의 입과 눈마저 즐겁게 한다.

원산지가 남미 지역인 고구마는 기원전 3000년경에 멕시코 지역에서 재배되기 시작했고, 스페인이 필리핀을 통치하면서 동양으로 전해져 1719년경 조선통신사로 간 조엄을 통해 대마도의 고구마가 부산 동래로 전해졌다고 한다.

전래 초기에는 경상도와 제주도에서 재배되던 것이 순조 이후 호남 지방으로 재배를 확대하면서 지금은 여주, 무안, 해남 등지가 주산지로 꼽히고 있으며 아직은 좀 생소하기는 하지만 자색 고구마는 함양에서 특화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

줄기와 잎 등 버릴 것이 하나 없는 고구마는 미국의 식품영양운동단체인 공익과학센터(CSPI)가 선정한 '최고의 음식 10(10 Best Foods)'에 첫머리에 뽑힐 정도로 영양과 효능이 탁월하다.

주성분은 당질로서 전분이 주를 이루며 당분의 함량은 감자의 4~5배 더 많아 단맛이 강하고, 칼륨의 함량이 높은 알칼리성 식품이다.

비타민C와 비타민A의 전구체이며 항암효과를 가진 카로틴의 함량이 높은데, 노란색이 진할수록 카로틴의 함량도 높다. 높은 함량의 섬유질은 고구마를 참살이 식품의 반열에 올리는 주요 공신이라 할 수 있다.

또, 섬유질이 포만감을 주어 다이어트 효과를 기대할 수도 있는데, 과거 힘든 시절 배고픔을 채워 주던 고구마가 이제는 적게 먹도록 도움을 주는 다이어트 식품이 되고 있다.

구워서, 쪄서 간식으로 흔히 먹는 고구마. 어떻게 먹어야 잘 더 먹는 것일까?

고구마와 궁합이 맞는 음식으로는 동치미나 김치가 있다. 고구마로 말미암아 장에 가스가 차는 것을 막아주고, 고구마의 칼륨은 김치 속 나트륨 배출을 도와 고혈압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

너무 평범한 고구마가 싫다면 약간의 수고를 보태 좀 더 나만의 고구마 요리를 즐겨보는 건 어떨지.

   
 
 
고구마를 튀겨 시럽에 버무리는 맛탕에 오렌지 과육을 넣어 상큼함을 더한 '고구마 오렌지 맛탕', 으깬 고구마에 라면을 부수어 넣고 모양을 잡아 튀긴 '고구마 크로켓', 다져서 볶은 김치와 채소를 혼합해 둥글게 모양을 잡아 구운 '고구마 김치 전', 고구마에 빵가루를 묻혀 오븐에 구운 '고구마 로스티', 고구마로 속을 채운 오징어 순대, 고구마 카레 등은 평범한 고구마를 색다르게 즐기는 방법이 될 수 있다.

/신정혜(경남도립 남해대학 호텔조리제빵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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