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지는 품질 결정의 척도 될 수 없어…원두 볶는 과정과 추출에서 맛 좌우공산물 아닌 농산물, 신선도 중요…볶은 날짜·유통기한 꼭 확인해야

전창호 커피빈 대표가 에티오피아 원산지의 커피를 핸드드립 방식으로 뽑고 있다. /이동욱 기자

가을날, 여유 한 잔을 마신다. 커피가 더욱 입맛에 당기는 계절이 돌아왔다.

6~8세기경 에티오피아의 양치기 소년이 발견했다는 커피. 6~10월 정도에 커피나무에서 열매가 자란다고 한다. 12세기에 이르러 다른 기간에도 먹고자 뜨거운 물에 삶아서 먹기도 했단다.

이슬람 국가에서 수행을 하는 종교인들도 즐겼다는 이야기는 먹으면 잠이 오지 않는다는 점(?)이 장점이 되기도 했다는 사실을 말해준다. 반면, 기독교인들은 이교도의 음료라고 해서 교황청에서 커피 금지령을 내리려고 했단다.

하지만, 교황 클레멘트 8세가 그 맛에 매료되어 세례까지 줬다고 하니 지금과 같이 전 세계인의 음료로 확산하고 군림할 수 있었다. 실제로 석유 다음으로 물동량이 많다고 알려진 품목이 커피다.

평소 많이 마시면서 제대로 된 방법으로 즐기는 사람은 적은 게 사실이다.

인스턴트커피 맛에 익숙해져 그렇기도 하겠지만, 만드는 과정이 복잡할 거라는 고정관념도 있다. 커피는 알고 마시면 더없이 좋다는데…. 창원 뉴코아아울렛 문화센터에서 일반인을 대상으로 커피 관련 강의를 하는 양산대 노병훈 바리스타제과복지전공 겸임교수와 수년간 커피 마니아들의 입맛을 사로잡아온 창원 사파동 커피빈 전창호 대표를 만났다.

◇커피, 알고 마시자 = 노 교수는 커피를 만드는 과정부터 설명했다. 커피 열매는 체리라 부르고, 씨앗은 그린 빈(Green Bean, 생두)이라 불린다. 그리고 이것을 로스팅(roasting, 볶는 과정)한 씨앗을 원두(Whole Bean)라 부른다.

전창호 커피빈 대표가 선보인 라테아트.
로스팅(배전) 과정을 거친 볶은 씨앗을 분쇄해 가루를 내고, 다시금 추출하는 과정이 기본이다. 이 과정으로 뽑힌 게 흔히 원두커피라고 부르는 드립커피다.

커피는 단연, 향과 미(味)가 뛰어나야 좋다. 향과 맛은 크게 로스팅과 추출 과정에서 결정된다. 바디감, 맛, 향의 차이는 얼마나 약하거나 강하게 볶는지(로스팅)와 어떤 도구와 기술로 추출하는지가 중요하다는 것이다.

프렌치프레스
추출 과정은 나라마다 약간씩 차이가 있는데, 그만큼 추출 도구 또한 다양하다. 프랑스에서 시작돼 누르는 압력을 이용한 '프렌치 프레스', 물순환 방식의 영국 '버큠' 방식, 영국 것을 변형한 일본의 '사이폰', 물과 커피가루를 함께 '이브리크'라는 도구에 끓이는 터키식 등이 있다.

네덜란드 '더치 커피'와 이탈리아 '에스프레소'는 서로 상반된 입장. 빠르게 뽑아낸다는 의미(Express)를 담은 이탈리아의 '에스프레소', 반면 더치 커피는 카페인이 거의 안 나오게 찬물에 녹이는 방식으로 한 방울 나오는 데에도 몇 시간이 걸리는 특징이 있다.

아울러 노 교수는 상식을 깨는 것이 중요하다고 했다. "언뜻 중국산 커피라고 하면 세계 1, 2위 생산국인 콜롬비아와 브라질 것보다 질이 떨어질 것이라고 착각하기 쉽다"면서 "산지를 무조건 좋은 척도로만은 볼 수 없다"고 말했다.

이브리크(터키식 도구)
그 이유는 커피의 종은 6~8세기 에티오피아가 원조인 '아라비카'와 19세기 콩고에서 시작됐다는 '로부스타'로 나뉘기 때문이다. 이렇게 두 종으로 나뉘고, 등급도 천차만별이라 전문가라 할지라도 선뜻 좋고 나쁨을 구별하기가 어렵다는 것이다.

우선, 아라비카는 재배조건이 까다로운 탓인지 향과 맛이 뛰어나다. 반면, 로부스타는 평지에서도 잘 자라고 병해충에도 강해 공산품용 커피로 많이 쓰인다. 하지만, 예외의 법칙도 있어 최고급 로부스타 또한 특유의 구수한 맛이 있어서 무시할 수 없을 만큼 비싸단다. 이에 대해 전 대표는 "로스팅을 해보면, 아라비카는 참깨의 고소한 향이 나고 로부스타는 꼭 들깨 향과 비슷하다"고 설명했다.

◇커피와 일상 = 노 교수는 "커피는 중독성이 아니라 습관화된 것이고, 기호로 선택하는 것"이라고 했다. 노 교수는 "소비자의 눈으로 커피의 유통 과정 등 상업적인 논리를 읽을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머리를 맑게 해준다' '아침 식사 후 소화 작용을 촉진한다' '카페인 반응으로 혈액 순환을 도와준다' '이뇨작용을 돕는다' 등 의학적인 상식도 덧붙였다. 카페라테 같은 커피는 '커피가 칼슘이 빠져가는 걸 막아준다'는 의학 상식을 이용해 우유를 곁들인 것이라고 한다.

드리퍼와 드립서버
특히, 전 대표는 정신이 맑아진다는 점을 설명하면서 "와인이 취하는 문화라면 커피는 깨는 문화다"고 했다. 또 "커피는 공산물이 아니라 농산물이다. 슈퍼마켓이나 대형 상점에 그냥 진열되어 있다 보니 공산물로 착각하기 쉽다"며 "이건 커피의 맹점이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커피를 고를 때에도 신선도를 따져야 한단다. 이는 커피가 산화되어 부패하는 특성이 있기 때문이다. 이런 점 때문에 노 교수는 "얼마를 사든지 먹을 만큼 나눠서 무조건 분통하는 게 좋다"고 했다. 반찬이나 김치 냄새가 스며들어 맛의 차이까지 불러오므로 냉장고 사용은 자제하고, 실온 보관이 원칙이다.

따라서 신선도를 체크할 때에는 로스팅 날짜를 확인하는 일은 무엇보다 중요하단다. 표시가 안 되어 있다면, 유통기한에서 1년 또는 1년 6개월 정도를 빼면 된다고 한다. 그 안팎으로 3개월 안이면 살만하다고 권했다.

모카포터
전 대표는 가정에서 직접 원두를 사서 갈아서 만들어 먹는 게 일상화하길 바랐다. 누구나 커피를 만들어 먹을 수 있는 1인 바리스타 시대에 대한 이야기였다. 아울러 "설탕·시럽·초콜릿·캐러멜·우유·휘핑크림 등 적지 않은 첨가물은 원두커피 본래의 열량(6~8㎈)을 50배 이상 높일 수 있다"면서 원두커피 먹기를 권했다. 원두를 사면 먹을 만큼만 갈아서 마시고, 나머지는 햇빛을 피해 밀폐해 보관하고 3주 이내에 먹는 게 좋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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