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담 느끼지 않도록 가짓수 줄여줘야


초등학교 1학년 은지는 요즘 들어 안절부절못할 때가 부쩍 늘었다. 숙제는 많고 방학은 열흘밖에 남지 않았기 때문이다.
은지는 욕심이 많아 선생님께서 숙제표를 주면서 5개만 골라 하라고 했는데도 12개를 골랐다. 어머니가 옆에서 “하나라도 제대로 하는 게 좋다”고 말했지만 그래도 5개밖에 버리지 못했다. 게다가 오빠를 따라 숙제표에도 없는 ‘그림일기’까지 하겠다고 나섰다.
이럴 땐 어떻게 해야 할까. 부모가 대신 해주는 것은 절대 금물. 의존 성향을 키울 뿐 아니라 결국 거짓말을 가르치는 꼴이 되기 때문이다.
대신 숙제의 가짓수를 줄여주는 수밖에 없다고 학부모 김모(여.34)씨는 말한다. 아이가 알아듣게 차근차근 얘기해 스스로 줄이도록 하는 게 좋다.
만약 그래도 부담을 느낀다면 그것은 마음이 급하기 때문. 갈피를 잡지 못하고 한꺼번에 다 하려고 덤비는 경우가 많다는 것이다.
이럴 때는 차례를 정해줘야 한다. ‘책 읽고 그림 그리기’, ‘여행하고 기록문 쓰기’, ‘색종이 접어 붙이기’, ‘가족신문 만들기’, ‘편지 쓰기’ 등으로 순서를 정한 다음 하나씩 스스로 하게 하면서 불안감을 갖지 않도록 같이 앉아 거들면 된다.
초등학교 5학년 인석이는 올 여름 유난히 여행을 많이 했다. 덕분에 기행문 쓸거리는 풍부해졌지만 날마다 해야 하는 한자쓰기나 수학문제 풀기도 많이 밀렸고 독후감도 제대로 못한 상태다.
그렇다면 방학 시작할 때 목표로 삼았던 분량을 줄여주는 게 좋다. 대신 날마다 해야 하는 분량은 조금 늘려 잡아줘야 한다.
숙제가 곧바로 점수와 이어지는 중학생은 어떨까.
토월중학교 1학년 국어 담당 양태인 교사는 “숙제를 하게 하려면 점수와 연결짓지 않을 수 없지만, 수행평가 점수에서 큰 차이가 나지는 않는다는 점을 고려하면 좋겠다”고 말한다.
신문사설 내용 요약하고 자기 생각 적기, 독후감 등을 내 줬지만 형식적 틀에 얽매일 필요는 없고 파악한 내용과 느낌.생각을 자유롭게 정리해 내면 된다는 것이다.
또 굳이 색다르고 유명한 관광지를 찾아야 좋은 기행문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는 점도 일러줘야 한다. 이웃해 있는 유물이나 유적을 찾아보고 소박하게 생각을 적어내면 되며, 아이들이 실제로 조금이나마 직접 하도록 하는 데 방학숙제의 목표가 있는 만큼, 나름대로 성실히 했다는 표시만 나면 제대로 한 숙제라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의 역할은 아이가 너무 완벽하게 하려다가 아무것도 못하거나 너무 많이 밀린 숙제에 질려 엄두도 내지 못할 때 포기하지 말도록 심리적 안정을 주는 등의 도움을 주는 것으로 족하다.
오히려 잦은 여행과 분방한 생활로 깨어진 생활 리듬을 개학 전에 되찾아주는 것이 중요하다. 제때 자고 일어나기를 지키도록 하고 가벼운 아침운동이나 산책을 같이 나가는 것도 좋다.
또 하루 정도 날을 잡아 가족회의를 열어 방학 생활을 차분하게 정리하고 2학기에는 교과 과목을 포함해 음악.운동.붓글씨나 예능 등 무엇에 중점을 두고 할 것인지를 같이 얘기하는 가운데 스스로 정하도록 하는 것도 바람직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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