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가 현장에서 목격한 바와 같이 이 사건은 운동권 후보의 신변보호를 위해 진주전문대에 들어가 대기중이던 경상대생들이 오히려 비운동권측 지지자들에게 일방적으로 당한 것이다. 따라서 폭력의 가해자와 피해자를 굳이 따지자면 오히려 경상대생들은 피해자쪽에 가깝다. 물론 이들이 쇠파이프와 불발최루탄 등 무기를 소지하고 남의 학교에 들어갔다는 점에서 폭력혐의가 인정된다 하더라도 최소한 쌍방폭행이 돼야 옳다.

   
 
 

그러나 경찰의 발표는 전혀 달랐다. 경찰의 발표를 그대로 보도한 <동아일보> 11일자 사회면 기사를 보자.

“10일 오후 5시반경 진주시 하대동 진주전문대 201호 강의실에서 진행된 이 학교 총학생회장 선거 개표장에 경상대 써클인 지리산결사대 소속 유형민군(19.경상대 무역과 1년) 등 대학생 33명이 쇠파이프와 최루탄을 갖고 들어가 20여분동안 난동을 부렸다. 경상대생들은 진주전문대 총학생회 선거에서 운동권 후보인 천재동군(19.전자계산과 1년)의 낙선이 예상되자 선거무효를 유도하기 위해 강의실 유리창 2장을 깨고 들어가 최루탄 1발을 터뜨리고 쇠파이프를 휘둘렀다.”

이 기사는 짧은 2개의 문장 대부분이 오보로 구성돼 있다. 사실보도의 구성요소를 6하원칙이라고 할 때 이중 사실과 부합되는 것은 단 한가지도 없다. 하나하나 따져보자.

우선 언제(when)에 해당하는 ‘오후 5시반경’이 틀렸다. 학생들간에 충돌이 일어난 시간은 오후 4시께였다. 또 어디서(where)에 해당하는 장소도 틀렸다. 경상대생들은 개표장에 들어가지도 않았다. 개표장과 다른 101호 강의실에 앉아 있었던 것이다. 누가(who)에 해당하는 난동과 폭력을 주체도 오히려 뒤바뀌었다. 무엇을(what), 어떻게(how)에 해당하는 행위도 잘못된 것이다. 주체가 바뀌었으니 유리창을 깨고 최루탄을 터뜨리고 쇠파이프를 휘두른 행위도 당연히 틀릴 수밖에 없다. 이유를 설명하는 왜(why)도 마찬가지다. 기사는 ‘운동권후보의 낙선이 예상되자 선거무효를 유도하기 위해서’라고 했으나, 실상은 그 반대였다. 심지어 천재동 후보의 나이도 안맞다. 그는 1학년이었으나 늦깍이 입학으로 실제나이는 24세였다.

이처럼 사실관계에서 오보투성이인 기사가 당시 모든 언론에 그대로 보도됐다. 조선.동아.중앙 등 전국일간지의 경우 취재기자가 진주에 없어 일방적인 경찰발표를 쓸 수밖에 없었던 사정을 이해한다고 하자. 그러나 현지에 많은 취재기자를 두고 있는 지역일간지들도 마찬가지였다. 당시 <신경남일보><경남신문><경남매일> 등 3개 지역일간지도 모두 경찰발표를 그대로 받아썼다.

그러나 정작 문제는 그 뒤였다. 당시 언론보도의 문제점을 지적한 언론노보 10월 21일자는 이렇게 폭로하고 있다.

“문제가 된 것은 14일. 이날 진주경찰서는 ‘지리산결사대’ 관련 보도자료를 진주 및 경남도경 기자실에 보냈다. 첫 보도때 이미 단추를 잘못 끼운 연합통신 진주주재기자가 또다시 확인없이 경찰측 보도자료를 그대로 기사화해 본사로 송고했다.(…중략…) 이날 오후부터 서울에 있는 지방담당데스크들이 일제히 ‘동요’하기 시작했다. 연통기사를 서비스받은 이들은 ‘이렇게 좋은 재료를 왜 안보냈느냐’는 투의 전화를 해당지역에 했다. 이에 따라 경남주재 중앙지 기자들은 별다른 확인과정없이 경찰측 보도자료를 근거로 첫 보도겸 ‘결사대’ 속보를 작성해 본사로 송고했다.”

이에 따라 전국일간지와 양 방송사 등은 ‘폭력투쟁 앞세운 운동권 전위 / 경찰이 밝힌 ‘지리산결사대’ 정체’ ‘극렬.소수화 운동권의 전위대 / 경상대 ‘지리산결사대’의 정체’ 등 특집 해설기사 등을 일제히 내보내기 시작했다.

이같은 언론의 앵무새같은 보도에 힘입어 경찰과 검찰, 그리고 법원은 이들 경상대생 18명에게 대부분 폭력혐의를 인정, 유죄선고를 내렸다. 물론 진주전문대 학생들은 아무도 처벌받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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