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복더위에 줄 서서 만나는 시원한 그 맛

한여름 30여 도를 오르내리는 찌는 삼복더위에 줄을 서지 않으면 먹을 수 없는 냉면이 있다면 그건 바로 '진주냉면'이다.

진주 시내에는 냉면집이 네 군데가 있다. 여름이면 진주냉면집 네 군데가 모두 줄을 서는 집으로 유명한데, 진주시민 모두가 진주의 향토 음식 진주냉면을 다 좋아할까? 그렇다 치더라도 진주시 인구 2008년 6월 말 현재 33만 1822명으로 이 인구로는 어림도 없는 이야기가 된다.

진주에 어디 진주냉면집만 있으랴. 다른 냉면집을 고려하더라도 약 33만의 인구로는 네 군데 진주냉면집 줄을 세우기란 쉽지 않다. 그렇다면, 진주냉면 손님 대부분은 외지 손님이다.

진주시 봉곡동 서부시장 안 삼거리에서 오른쪽으로 30m만 들어가면 '진주냉면' 집이 있고, 그 냉면집 입구에 후덕하게 생기신 황덕이 할머니가 앉아 계신다.

한 터에서 60년…2남 2녀 진주·부산서 맛 대물림

2대 부산 하단점을 운영하는 큰딸 하기연.

자식들은 할머니의 후덕한 뒷심을 아는지 모르겠지만 2남 2녀 자식들이 운영하는 냉면집이 다 잘되는 것은 황덕이(黃德伊) 할머니의 이름값 못지않게 후덕한 마음 씀씀이 덕(德)이라고 생각한다.

황덕이 할머니는 냉면장사로 5남매를 키우면서도 주변에 힘들고 어려운 사람들이 있으면 남이 모르게 조용히 도우며 살아와 베푸는 생활이 몸에 밴 분이다.

1945년 해방과 함께 진주시 봉곡동 서부시장 안에 '부산식육점'이라는 정육점을 남편과 함께 열면서 슬하에 2남 3녀를 두고 60년 넘게 장사를 해왔다.

그동안 부산식육점은 부산냉면, 진주냉면으로 상호가 바뀌면서 2남 3녀 중 미장원을 하는 둘째 딸을 빼놓고는 2남 2녀가 모두 냉면장사를 한다. 둘째 딸 역시 가업을 이을 작정으로 장소를 물색하고 있으니 머지않아 황덕이 할머니의 자식들 2남 3녀 모두 냉면집을 할 것 같다.

어쨌든 지금은 큰아들은 칠암동에서, 작은아들은 평거동에서 '진주냉면' 집을 한다. 부산 하단에서는 큰 딸(하기연)이, 60여 년 동안 터 잡고 장사를 하던 서부시장 내 가게는 막내딸 부부(딸 하연옥·사위 정운서)가 '진주냉면'이라는 상호로 장사를 계속한다.

2대 본점을 지키는 막내딸 하연옥.

막내딸이 어머니가 하던 터에서 대물림하게 된 것은 단순히 어머니의 편애에서만 이뤄진 것이 아니다.

막내딸은 학교에 다닐 때부터 학교에 갔다 오기 바쁘게 친구들과 어울리는 게 아니라 부모님이 하던 냉면집에서 종업원 이상으로 열심히 부모님 일을 돕다가 두 오빠가 건물을 신축해 냉면집을 차려서 나가고,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어머니 모시고 막내딸이 본점을 물려받게 된 것이다.

부산냉면집을 하다 진주냉면집으로 상호를 바꾸고 지역의 향토 진주냉면을 말아 팔게 된 것도 막내딸의 예리한 판단력과 과감한 결단력 때문에 형제 모두가 진주냉면이라는 상호로 여름철 냉면집 앞에 줄을 세우는 집이 되었다.

부산 하단의 진주냉면집 하기연 씨는 막내 여동생과 함께 어머니를 돕다가 작은아들 며느리와 함께 개업해 이 집 역시 이미 부산의 별미집으로 자리매김했다. 그러니 부산하단 진주냉면집은 이미 3대로 이어진 집이 된다.

손님이 줄을 서서 기다리면서까지 음식을 먹는다면 다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것이다. 그것은 마케팅과 맛이 절묘하게 맞아떨어져야 한다. 그 대표적인 집이 아마 '진주냉면' 집이 아닌가 한다. 부산 하단(큰딸 하기연) 051-207-6555. 진주 봉곡동 서부시장 안(딸 하연옥·사위 정운서) 055-741-0525.

/김영복(경남대 전통식생활문화연구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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