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원 장군 보리밥 쌈밥 - 배고프던 시절 추억과 다양한 쌈마산 덕수궁 - 집밥 먹는 듯 푸근하고 편안한 가정식 백반

숨은 맛 집이나 산해진미를 찾아 맛 기행을 떠나려니 바쁜 일상은 이내 발목을 붙든다. 식사 한 끼를 배부르고 맛있게 먹자니 일터 주변에 찾을 곳은 마땅히 보이지 않는데…. 이럴 때 누구나 쉽게 찾는 곳이 있다.

예로부터 내려오는 우리 음식문화를 고스란히 간직한 '반상(飯床)'을 내놓는 음식점이다. 반상은 밥과 반찬을 한꺼번에 차림으로써 '전개형 상(床)'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한다. 반찬은 여러 재료를 써서 다양하게 조리한 것이다. 익숙함과 푸짐함은 반상의 장점이다.

아울러 밥과 반찬을 함께 먹었을 때 조화를 이루기에 그 음식궁합은 탁월하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몇 해 전부터는 맛뿐 아니라 영양에 대한 높은 평가로 유기농 친환경 밥상으로도 주목받는 반상. 정갈한 반찬으로 넉넉한 밥상을 차리는 도심 속 맛 집, 두 곳을 찾았다.

   
 
 
'장군보리밥·쌈밥'은 이상규(47)·한민자(44) 부부가 5년 전부터 꾸려온 곳이다.

'경기가 안 좋을수록 서민 음식을 해야한다'는 이 사장의 철학대로 식단을 짜다 보니 자연스레 보리밥과 쌈밥 정식을 택했다.

그래서인지 주변 아파트 단지에서는 발길이 끊이지 않는다. 싼 가격으로 배부르게 먹을 수 있어서 밥집 문 닫을 밤 깊은 시간에도 찾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쌀밥이 귀한 시절, 보리밥 추억을 떠올리면서 오는 이들도 많다.

이 사장은 "밥상에 올리는 음식을 차리는 데에는 특별한 비법이나 기술이 필요하진 않다"면서 "다만 집에서 먹을 때보다는 다양한 반찬을 배불리 맛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반상의 장점을 설명했다.

구수한 된장찌개, 매콤한 돼지고기 볶음, 콩나물·고사리·도라지·미역줄기 등 여러 나물까지 10여 가지 반찬이 나온다. 이 때문에 손님들은 "이렇게 주고도 남는 게 있어요?"라고 자주 묻는단다.

쪄서 만든 '솥밥'은 윤기가 나면서 차지다. 보리뿐 아니라 잡곡을 섞어 만든 밥은 건강 밥상의 으뜸. 대접에 밥과 나물을 넣고 고추장·된장으로 쓱쓱 비벼 한 그릇 비워내면 한 끼 배부른 양으로 이만한 게 없을 터다.

상추, 깻잎, 청겨자, 적겨자, 양배추, 적근대 등 쌈에서는 향긋함을 느낄 수 있다. 쌈이 밥상 위에 있을 때 고기는 당연히 빠질 수 없는 법. 삼겹살과 목살 생고기(5000원)를 추가로 먹을 수도 있다.

"전통 음식의 맥을 잇는 밥상에서 찾는 건강 비결은 무시 못 한다"고 이 사장은 덧붙였다.

창원 대방동 임마누엘교회 맞은편에 있다. 보리밥 정식 5000원·쌈밥 정식 6000원. 창원 남양동 27-2번지. 055-266-5500.

   
 
 
일반 가정집 같은 분위기를 자아내는 '덕수궁'은 김영섭(36)·홍희승(35) 부부가 지난달 시작한 맛 집이다.

부부는 지금 밥집 근처에서 음식점을 운영한 경험이 있었다. 아는 사람도 많아 정들어서 예전에 장사했던 곳을 다시금 찾았다고 했다.

점심 때에는 재료가 다 떨어지거나 손님들로 붐벼 자리가 없어서 돌아가는 사람도 있다고 하니 소문은 시작한 지 얼마 안 되어 빠르게 퍼졌다.

'덕수궁'에서는 가정식 백반, 한 가지만 먹을 수 있다. 그렇기에 여러 음식 가운데서 고르는 번거로움 없이 자리에 앉으면 바로 밥이 나온다는 것도 색다른 장점이다. 김 사장은 "한 우물만 파서 사람들에게 익숙한 밥상으로 만들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적당한 양만 담은 15~17 가지 반찬을 부부는 알콩달콩 거뜬히 차린다. 호박·열무·가지·버섯·시래기·숙주 등 여러 나물은 풋내가 나면서 맛은 자연 그대로다. 여기에 양념해서 조리한 돼지고기나 쇠고기 등을 상추에 얹어서 한 입 넣으면 맛깔스러움과 포만감을 동시에 느낄 수 있다.

김 사장은 "오는 이들을 편안하게 하는 게 최고의 정성이 아니겠느냐"고 말한다. 그래서인지 '덕수궁'에 들어서면 집에 들어온 느낌이다.

일반 집을 음식점으로 바꿔 장사하는 것도 한 이유지만, 편안함을 내세우는 '덕수궁'은 곧 쉼터가 된다.

홍 사장은 "꼼꼼하고 사방팔방 참견하는 신랑 때문에 음식을 만드는데 보다 신경을 쓰게 된다"고 말하며 웃었다.

마산 홈플러스 맞은편에 있다. 가정식 백반 6000원. 마산 산호동 6-13번지. 055-242-5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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