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

명절이 우울한 사람들에게 이유있는 눈물을 한판 흘릴 수 있게 만드는 영화다. 철저히 관객의 눈물에 호소하는 <하루>는 6년간 아이를 갖지 못하던 불임부부가 인공수정으로 임신을 하게 되지만 세상에 나온 후 단 하루만 살 수 있다는 ‘무뇌아’판정을 받게 되면서 느끼는 안타까운 사랑이야기다. 남녀간의 슬픈 헤어짐보다 더 처절한 부모와 자식간의 이별은 어떤 색채로 그려질까·

단 하루를 살다 가더라도 아기와 만나고 싶은 어머니의 마음. 아이가 태어나자 주민등록등본에 자식 이름을 올리기 위해 거리를 뛰는 아버지의 모습이 관객의 눈물샘을 자극하고 가슴을 후벼판다. 하지만 슬픔은 기쁨이 있을 때 더 배가되는 법. 영화 초반에는 코믹물에 버금가는 해프닝이 벌어진다. 출장간 남편을 따라가 배란기라며 옷을 벗을 것을 강요하는 아내와 임신사실을 알고 거리를 뛰어다니며 만세를 외치고 다니는 남편은 잔잔한 미소를 번지게 한다. 하지만 <고스트 맘마>로 최루성 멜로의 주특기를 한껏 발휘했던 한지승 감독은 영화 후반부터는 손에서 손수건을 놓을 수 없을 만큼 마지막까지 슬픔으로 일관한다. 톡톡튀는 이미지의 고소영의 변신도 기대가 되는 작품이다.

눈물

<처녀들의 저녁식사>에서 30대 전후 처녀들의 성담론을 걸쭉하게 풀어냈던 임상수 감독이 바라본 10대 세상은 어떤 모습일까·

1년간 가리봉동에 선글라스 장수로 잠입해 10대들의 언어·생활·습관을 낱낱이 분석했다는 임감독의 새영화 <눈물>은 낯선 신인들의 연기를 통한 10대들의 사실적 묘사와 디지털 카메라로 찍어 다큐 느낌이 물씬 풍기는 작품이다.

이혼한 부모가 싫어 가출한 순진한 한은 폭력과 욕을 달고 다니는 친구 창을 만나고 어느 환락가 술집, 창에 휩쓸려 여자아이들과 집단 섹스파티를 벌이려는 찰나, 한은 얼떨결에 새리의 탈출을 돕게 된다. 단람주점에서 삐끼를 하게 되는 한은 그곳에서 술집접대부로 일하며 기둥서방인 창에게 모든 걸 바치는 란 등 고단하고 절망적인 삶으로 눈물마저 말라버린 가출 청소년들의 모습을 담는다.이쯤 얘기하면 몇 년 전 장선우 감독의 <나쁜 영화>가 떠오르겠지만 마지막까지 희망을 얘기하지 않았던 <나쁜 영화>에 비해 <눈물>은 청소년에게 꿈을 이야기 한다.
프루프 오브 라이프

지난해 <글래디에이터>에서 노예가 된 검투사 막시무스로 국내 팬들에게 강한 인상을 심어주었던 러셀 크로가 이번엔 인질 협상가가 되어 돌아왔다.

‘아직 인질이 살아 있다는 것’을 의미하는 전문용어 <프루프 오브 라이프>는 한마디로 스릴러와 멜로의 매력을 함께 느낄 수 있는 영화다.

테리(러셀 크로)는 프로 인질 협상가. 러시아에서 무사히 임무를 수행한 테리는 남미의 한 국가에서 발생한 엔지니어 피터 바우만(데이비드 모스)의 인질극에 투입된다. 하지만 피터의 회사에서 몸값을 지불할 수 없다고 하자 테리는 그 일에서 손을 뗀다. 떠나가는 테리에게 도와달라고 애원하는 피터의 아내 앨리스(멕 라이언). 결국 테리는 그녀 주위에 아무도 없다는 자괴감에 그녀를 돕는데…. 그 사이 테리는 앨리스에게 사랑의 감정을 느끼게 되면서 영화는 스펙터클한 액션에 로맨스를 첨가한다.

가족을 위해 처절한 복수를 시작하던 막시무스가 이번엔 사랑하는 사람의 행복만을 빌어주는 묵직한 인상을 풍기고, 그의 마음을 사로잡는 여인 앨리스로 귀여운 여인 맥 라이언이 열연했다. <사관과 신사> <백야> <데블스 애드버킷>의 테일러 헥포드 감독이 연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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