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령 출신 정옥진 씨 "의령 남강이 당시 뱃길"함안군 "삿대 이용해 강 건넌 증언 있다" 반박

함안군 대산면 도로변에 설치된 '처녀 뱃사공' 노래비. /조현열 기자
나이드신 어르신들 술 한잔 얼큰하게 드시고 나면 부르는 노래가 있다.

'낙동강 강바람에 치마폭을 스치면~"

50년대 피난민들의 심금을 울렸던 국민가요 '처녀 뱃사공'이란 노래다.

하지만 이 노래 진원지를 놓고 이웃 양 지자체가 논란을 벌이고 있다. 지금까지 알려진 처녀 뱃사공 노래의 유래는 1953년 9월 유랑극장 단장인 고 윤부길(가수 윤항기·윤복희 부친) 씨가 6·25 피난시절을 끝내고 서울로 가면서 함안군 가야장에서 공연을 마치고 대산장으로 가던 도중 대산면 악양에 머무르게 됐다.

당시 이곳 나루터에는 군에 입대한 후 소식이 끊긴 박기준(6·25 전쟁 중 전사) 씨를 대신해 여동생 등 두 처녀가 교대로 나룻배 노를 저어 길손을 건네주며 오빠를 기다리고 있다는 애절한 사연을 들은 윤부길 씨가 '낙동강 강바람이~'라는 노랫말을 담아 1959년에 '처녀뱃사공'을 발표, 지금까지 국민 애창곡으로 널리 불려지게 됐다.

이에 따라 함안군은 '처녀 뱃사공' 가요제를 2년째 개최하며 진원지의 명성을 굳히고 있다.

특히 함안군이 지난 2000년 '처녀 뱃사공' 노래 진원지인 대산면 악양루 인근에 노래비를 건립하면서 당시 윤부길 씨 아들 윤향기 목사를 제막식에 참석시키는 등 이 노래에 대한 진원지를 각인시켰다.

그러나 최근 의령군 출신 정옥진(71·양산시 거주) 씨가 '처녀 뱃사공' 노래비를 진원지도 아닌 함안에 건립한 자체가 잘못됐다는 주장을 함안군에 공식 제기하면서 논란이 일기 시작했다.

정 씨는 지난 50년대 의령에서 거주할 당시 이웃이었던 이모 씨에게서 들은 증언을 토대로 뱃길은 함안천이 아닌 함안군과 의령군을 잇는 남강 뱃길이라고 주장했다.

특히 함안군이 진원지로 주장하는 함안천은 퇴적으로 협소할 뿐만 아니라 당시 이곳에서는 삿대가 아닌 줄을 이용한 뱃길이라고 주장했다. 또 주인공인 오라버니도 군대에 가지 않았다고 이의를 제기했다.

이에 대해 함안군은 1950년대 당시에는 지금처럼 함안천 수로가 협소하지 않았으며 갈수기에는 줄 배를 사용했지만 평상시에는 삿대를 이용해 강을 건너다닌 증언들이 있다고 반박하고 있다.

함안군은 또 보훈청을 통해 당시 주인공인 오라버니가 전몰유공자로 기록돼 있는 사실을 확인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의령군 관계자는 "출향인 정 씨가 주장하는 내용에 대해 다각적인 검토는 해 보겠지만 의령이 진원지라는 주장을 펼칠만한 증언이나 관련 기록 등 구체적 자료가 미비해 당분간 추이를 지켜볼 생각"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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