입 안 가득 퍼지는 고소함과 부드러움

"이 쇠고기 어디거지? 미국산 아냐?" "메뉴판 보면 알 수 있잖아."

요즘 식당에서 자주 들을 수 있는 이야기다. 이렇듯 일상에서 주고받는 이야기에도 쇠고기에 대한 걱정은 그대로 묻어난다.

정부는 수입 위생조건 고시 이후 모든 유통 과정에서 쇠고기 원산지 표시를 의무화했다. 하지만, 재협상을 요구하는 촛불은 꺼질 줄 모르고, 농가와 소비자의 볼멘소리 또한 여전하다. 쇠고기 안전성과 국민의 건강을 담보하기에는 정부의 노력이 아직도 미미해 보이기 때문이다.

지방자치단체도 원산지 표시를 강화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경남도 축산과 축산물위생계는 지난해 말부터 지금까지 '축산물 원산지표시 모범업소'를 30여 곳 지정했다. 물론 최근 허위 게시 적발도 있었지만, 오랜 세월 손님과의 신뢰를 깨뜨리지 않고 장사하는 사람도 있다.

그래서 올곧게 한우만을 고집하면서 그 사랑을 키워온 두 집을 찾았다. 두 고깃집 모두 '육량 A' '육질 1++' 최고 등급을 자랑하는 '축산물 원산지표시 모범업소'다.

10여 가지 밑반찬으로 입맛을 돋우는 하원담의 밥상.
하원담 - 30년 고기 다루던 솜씨로 선별 선홍색 마블링 환상적

'하원담'은 박영문(52)·하금자(47) 부부가 1년 8개월 전에 꾸린 고깃집이다. 밀양에서는 유일한 원산지표시 모범업소다.

박 사장은 "지난 20여 년 동안 축산업, 10년 전에는 식육점을 같이하면서 고기를 보는 눈을 만들 수 있었고, 그게 곧 음식점으로 이어졌다"고 설명했다. 밀양시 삼랑진읍에 비육우 농장을 두면서 장사하고 있다.

지금은 농장 일보다는 고깃집에 집중하고 있다고 한다. 박 사장은 "기반이 잡히면 농장을 다시 직접 경영하고 싶다"면서 "근데, 수입 소 때문에…"라며 걱정하는 듯 말끝을 흐렸다.

이어 "정부가 정책상 어떻게 한우 농가에 기반을 닦아줄지 의문이다"며 "행정에서는 마치 모든 것이 해결되는 것 처럼 음식점 메뉴판이나 보이는 부분에만 신경 쓰면서 치중하고 있다. 국민의 불신부터 없애는 일을 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손님과의 신뢰감 형성은 박 사장의 가장 큰 장사 덕목이다. 그래서인지 도축검사증명서나 등급판정서 등 여러 공문서를 가게 안에 비치할 구상도 하고 있단다. 그만큼 신뢰를 좀 더 높이 쌓고자 노력한다는 것이다.

   
 
 
△한우 고기 특유의 향과 맛

'하원담'은 주문이 들어오는 대로 고기를 손질한다. 나오는 고기를 보면, 그 색깔이 선홍색을 띠는 게 마블링(육류를 연하게 하고 육즙을 많게 하는 지방의 분포)이 화려하기 이를 데 없다. 양송이버섯과 채송이버섯 등을 함께 구워내면 만찬 준비는 끝. 오징어 순대, 찜게, 전어회, 부침개 등 10여 가지 밑반찬은 입맛을 더욱 돋운다.

박 사장은 "고기가 나쁘면, 맛에서도 차이가 날 수밖에 없다"며 "국내산 한우에는 고기 육즙이 자아내는 단맛과 말로 표현하기 어려운 특유의 향이 있다"고 전했다. 그래서인지 구수한 향과 맛이 '하원담' 쇠고기에서 배어 나온다.

심혈을 기울이는 또 하나의 메뉴는 육회비빔밥(1만 원). 인근 지역을 돌며 조사·시식도 많이 해본 결과 시작한 육회비빔밥은 배·은행·상추·오이·숙주 등 다양한 채소와 어우러져 고소함이 입안 가득 퍼진다.

주말이면 가족 손님들이 줄을 잇는다. 1층은 '평안' '수복' '부귀' '길상' 등 이름 붙은 방이 여러 개다. 오순도순 모여 고기를 즐기기에 알맞다.

'하원담'은 그 위치상 멀리서라도 알고 찾아오는 손님들이 대부분이다. 밀양 삼문동 탑 마트 맞은 편 길로 들어가 다시 오른쪽 도로로 가면 있다. 미리벌초등학교와도 가깝다.

암소갈비살(국내산 한우 120g) 2만 5000원. 암소한마리 생고기·즉석양념(국내산 한우 120g) 1만 8000원. 밀양 삼문동 723-1번지. 055-352-7179, 0081.


직접 담근 김치·청국장 등으로 차려낸 삼도정의 밥상.
삼도정 - '도자기 굽던 정성으로 구워' 입 안 채우는 향긋함


'삼도정'은 지난 1997년 장사를 시작한 이명근(48) 사장의 고깃집이다. 오랜 전통은 아니지만 11년이나 된 만큼 마산에서는 널리 알려진 집이다.

'삼도정'은 돼지고기로 유명한 마산 창동 '삼도집'에서 따온 이름이다. 역사가 20년 정도 된 '삼도집'은 이 사장의 누나가 가꿔온 식당이다. '삼도집'이 돼지고기 전문이라면 '삼도정'은 쇠고기로 이름난 집이다. 그 이름 '삼도'의 의미 또한 이 사장이 새롭게 달았다. 청자·백자·분청 등 세 가지를 부르는 말 '삼도'로 이름 붙였다. 이는 도자기 관련해 석사 과정까지 마친 이 사장의 관심에서 비롯됐다.

경남도예가회원이자 마산미술협회원이기도 한 이 사장은 개업 당시 고기 받침대와 나물 그릇 등을 자신이 직접 개발한 유약으로 가게 로고까지 새겨 도자기로 구워냈다. 아울러 가게 안에 몇몇 전시 작품이 진열된 것도 볼 수 있다.

이 사장은 "도자기를 굽는 고온을 다룰 수 있는 사람이 고기를 구워내는 온도도 다스릴 수 있지 않겠나?"라고 웃으며 말했다.

함안군 법수면에서 농장을 경영하고 있다. 이 사장은 "사료 값도 많이 오르고 인건비도 들고 해서 지금은 예전보다 쇠고기 시장이 가격을 비롯해 많이 변했다"고 말했다.

이 사장은 "가격경쟁을 이기는 비법은 오로지 과학적 품질 검사에서 '육량 A' '육질 1++' 등급을 받는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토속적인 그 맛 그대로


한우와 외국산 쇠고기 맛의 차이를 물어보자 이 사장은 "고신 맛에서부터 차이가 나지예~"라고 말했다. 그 차이는 아주 확실하단다. 수입 쇠고기가 그 향이 없고, 어떨 때는 무맛에 가깝지만 한우 고기는 풋내와 한국인 입에 맞는 풋풋한 맛이 난다고 한다.

곱디고운 색의 한우 모둠(꽃등심·차돌박이·치맛살 등) 고기를 구울 땐 센 불에서 자주 뒤집는 게 중요하다. 상추 위에 겉절이를 얹고 기름장에 자글자글 끓는 고기를 찍어 입 안에 넣으면 사르르 녹아드는 맛이 일품이다. 차돌박이는 쫄깃쫄깃함도 맛볼 수 있다. 직접 담근 김치, 청국장 등은 토속 밥상을 따로 찾을 필요가 없을 정도다. 텁텁함을 말끔히 씻어주는 함흥식 물냉면(6000원)과 곁들이면 금상첨화다. 고기를 먹고 난 후에는 4000원으로 먹을 수 있다.

이 사장은 "자칭 '차기 이 사장(?)'이라고 하는 대학생 딸에게 한우 사랑과 고깃집 운영을 물려줘 대를 잇고 싶다"는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마산 남부터미널 뒤편(신마산 농협 맞은편) 골목에서 만날 수 있다.

소 특 모둠(120g) 1만 5000원·소 모둠구이(130g) 1만 3000원·소 생고기구이(150g) 1만 원. 마산 해운동 35-6번지. 055-223-54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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