꿉꿉한 장마철, 파전에 막걸리 한잔 캬~

지난주 지루한 장마가 시작됐다. 추적추적 내리는 비는 파전과 막걸리를 떠올리게 만든다. /뉴시스
빗소리가 들린다. 외출은 접어두고 집 안에서 서성거릴 때쯤. 파전에 동동주 한 잔이 금방 생각난다. 비가 오는 날이면 부침개, 파전, 빈대떡 등 밀가루 음식이 입에 당긴다. 왜 그럴까?

우선 밀가루 음식을 즐겨 먹던 우리 고유의 정서와 삶 때문이라는 의견이 있다. 옛날, 밀가루는 쌀보다 가격이 싸고 배급도 이뤄져 어느 가정이나 쓸 수 있었다고 한다. 또 밀가루는 그 특성상 조금만 먹어도 허기를 달랠 수가 있다. 파전은 이런 밀가루에 김치나 채소 등을 곁들여 먹었던 서민 음식이라고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다음으로, 빗방울이 떨어지는 소리와 기름이 지글지글 끓는 소리가 비슷해 연상하게 해 그렇다는 말도 있다. 또, 비 오는 날은 파전의 고소한 냄새가 더욱 먼 데까지 퍼지기 때문에 생각난다고 한다.

아울러 밀가루 영양소인 탄수화물은 혈당을 높여 예민함을 풀어주고, 파 또는 부추는 혈액 순환을 도와 몸을 따듯하게 해준다고 한다. 비 오는 날의 서늘함을 데워주고, 음식 하나로 우울함을 털어낼 수도 있다는 말이다. 파전은 그야말로 비와 어울리는 음식이다. 맛 대 맛, 파전과 함께 동동주 한 잔 기울일 수 있는 민속촌 두 곳을 찾았다.

토담으로 장식돼 있는 토담길 민속촌 식당 내부./이동욱 기자
토담길 민속촌 식당 - 달짝지근 동동주 바삭바삭 파전 고향집 온 듯


'토담길'은 전통 차와 먹을거리 등으로 6년 가까이 운영된 민속촌 식당이다. 민속촌이 일반 술집에 가깝다면 민속촌 식당은 술 한 잔 하면서 식사도 함께 할 수 있는 곳이다.

김외순(51) 사장이 6년여 전에 토담길 문을 열었다. 혼자서 본격적으로 하게 된 지는 2년. 혼자서도 바쁜 일을 척척 해내는 원더우먼 사장이다.

토담길은 소박한 멋이 묻어나는 곳이다. 이름에 걸맞게 가게 안은 '토담'으로 장식되어 있다. 토담으로 둘러싸인 방에서 달짝지근한 동동주와 바삭바삭 파전을 오순도순 나눠 먹으면 마치 어느 시골집 방에 앉은 느낌이다. 방 안 토담 벽에 있는 낙서들은 '토담길'만의 운치를 더욱 돋운다.

김 사장도 이런 편안함이 좋아서 민속촌 장사를 시작했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걸쭉한 동동주 맛에 취해 곤히 잠든 손님도 그동안 많았다고 한다. 또 편안한 매력은 중년층들을 토담길로 불러왔다.

김 사장은 "비 오는 날에 술을 마시러 여기 왔다가 친구나 동창들을 오랜만에 만나 회포 푸는 것도 여러 번 봤다"고 전했다. 아울러 김 사장은 "나이 들어도 장사를 계속 하고 싶다"며 "도심 한가운데 휴식공간이 되었으면 좋겠다"고 바랐다.

   
 
 
△ 더덕·찹쌀 동동주와 해물파전


'토담길'의 매력은 맛에서도 찾을 수 있다. 일절 조미료를 쓰지 않고, 자연산 재료만으로 만드는 해물파전은 그야말로 특산물 집합(?)에 가까워 보인다.

김 사장은 마산 수정만이나 진해만 등에서 잠수부들이 직접 캔 홍합·오징어 등 해물을 사 와서 쓴다고 전했다.

또 각종 나물, 참기름, 감식초, 고춧가루 등 부수적인 재료들도 시골에서 농사지어 만든 것이다. 그래서인지 가게 안에서는 시골서 가져온 베자루를 쉽게 발견할 수가 있다.

싱싱한 자연의 맛은 버섯, 계란, 부추의 맛과 어우러진다. 김 사장은 해물파전을 맛있게 구워내려면 기름양을 알맞게 조절하는 것도 비법 중 하나라고 한다.

비 오는 날, 해물파전과 궁합이 잘 맞는 동동주도 잘 팔린다고 한다. 더덕 동동주는 특유의 향이 코끝에 스치면서 노곤함을 말끔히 풀어주는 듯하다. 이와 달리 찹쌀 동동주에는 단맛의 깊이가 느껴진다.

아울러 명태전·김치전은 해물파전과 함께 손님들 입맛에서 삼파전을 벌인다. 인삼주, 가시오가피, 복분자, 안동소주, 오디주 등 민속주를 맛볼 수도 있다.

창원 명서동 파티마 병원 옆 명곡 단지 샛길 파트너 빌딩 2층에 있다. 더덕·찹쌀 동동주 8000원·해물파전 1만 5000원. 055-288-8477.


젊은이들의 취향에 맞춘 동원민속촌 내부./이동욱 기자
동원민속촌 - 해물듬뿍 파전에 얼음 동동 동동주, 별미 해물탕까지


'동원민속촌'은 장사를 한 지 10년 가까이 된 집이다. 정대갑(53)·조춘옥(51) 부부가 운영하는 민속촌이다.

또 창원에 사는 젊은이라면 모르는 이가 없을 정도라고 하니 많은 사람이 그 이름은 한 번쯤 들어봤을 법하다. 그래서인지 동동주 한 잔에 젊은 시절 방황과 고민을 고스란히 담은 추억의 공간이다.

대학시절 신입생환영회, 미팅, 졸업생환송회 등 그 추억도 무수하다고 한다. 이를테면 '3번 테이블'에서 고백 받아 결혼까지 이어진 한 쌍도 있다고 하니 추억을 증명하는 듯하다.

젊은이들이 즐겨 찾는 민속촌이라 그 모습도 옛날과 오늘날 멋이 어우러져 보인다. 흘러나오는 음악도 일반 민속촌과 달리 주로 젊은 학생들이 좋아하는 노래다.

조 사장은 "처음부터 젊은이들로 활기 넘치는 민속촌을 만들고 싶었다"고 밝혔다.

아울러 조 사장은 '사람이 곧 재산'이라는 철학으로 일한다고 한다. 여유만만의 자세로 일하는 조 사장은 그런 철학으로 민속촌을 찾아온 대학생들의 취업 고민, 연애 상담도 들어주는 일도 한다고. 그래서 동원민속촌은 쉼터이자 상담소다. 비가 올 때면 '고모' '이모' '엄마'라고 부르는 고마운 사람들 전화가 끊이지 않는다고 한다.

   
 
 
△ 시원한 동동주… 그리고 해물파전, 해물탕

'시대를 탓하기 전에 시대 흐름에 맞춰 연구' '장사는 시국과 불가분의 관계' '성공은 성심에서 나오고 이익은 신의에서 온다'… 조 사장이 꺼내놓은 노트 한쪽에 적힌 문구들이다. 조 사장은 이런 생각이 맛을 내는 비법이라고 한다.

비 오는 날이면 여기저기 모여든 사람들로 붐빈다. 얼음 동동 띄워진 동동주 맛과 해물 듬뿍 들어간 해물탕·해물파전 맛을 잊을 수 없기 때문이다.

조 사장은 그 맛의 비밀이 일본 나고야에서 배워온 육수에 있다고 밝혔다. 이 육수로 모든 음식을 만든다고 하니 육수 비밀이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하지만, 재료·무게·시간 등 모든 것이 비밀이라고 한다. 조 사장은 배운 기술을 자신만의 주특기로 삼았다고 한다.

모두 4개가 있는 숙성고에 보관된 동동주는 그 차례대로 비워진다. 항아리에 담아주는 동동주는 시원한 맛과 그 단맛이 일품이다. 보통 동동주하면 뒤끝이 좋지 않지만, 그 맛을 못 잊는 이들은 나이가 들어서도 찾는다고. 동원민속촌은 그 분위기와 동동주 맛에 대한 중독성이 강하다.

창원 용호동 시청 후문 앞 동원빌딩 4층에 있다. 해물파전 9000원·해물탕 1만 8000원·동동주 5000원. 055-281-03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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