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토요일… 보충수업이 이제 정말 딱 일주일 남았다. 엄마와 아빠는 계곡으로 피서가는데 따라가자고 하셨지만 담임선생님께서 보충수업은 할 사람만 하라고, 강제는 없지만 시작하면 결석은 없어야 한다던 말씀이 생각나 계곡 바람은 포기하고 12명이 같이 쐬는 선풍기 바람을 선택했다.(48명이 4대의 선풍기로 여름을 나고 있으니 산술적으로는 맞는 말이다.)
그러나 선풍기 바람을 선택한 내가 바보가 되고 말았다. 1교시를 시작 전 교실에 앉아 있는 친구들이 반도 안 되었다. 휴가.교회수련회.무단결석 등 이유는 다양했다. 정상수업 때에도 의욕이 없었던 교실은 자리를 비운 사람들로 인해 의욕을 더욱 상실하게 되었고, 선생님께서는 소수정예라 더 좋고 방학동안 계획했던 진도는 다 나가야 한다시며 원맨쇼(?)를 시작하셨다.
3교시를 마치고 쉬는 시간, 친구들은 3학년의 에어컨 교실을 부러워하더니 갑자기 도주계획을 세우기 시작했다. 선생님들이 계시는 곳은 에어컨으로 문이 닫혀 있으니 소리만 덜 내고 빨리 움직이기만 하면 된다는 것이었다. 그러나 친구들의 생각은 짧았다. 학부모 상담실에서 한 선생님이 문을 열고 담배를 피우고 계셨기 때문이다. 후다닥 움직이는 애들이 포착될 수밖에… 여자화장실에 숨었던 친구들은 다시 교실로 돌아올 수밖에 없었고, 그에 맞춰 어느 학교에서는 교감 선생님이 직접 도망을 막는다는 소리도 들렸다. 이런저런 우여곡절 끝에 5교시의 수업은 끝났다. 선생님들께서는 보람되지 않냐고, 땀을 ‘뻘뻘’ 흘리며 공부하는 모습이 가장 아름다운 것이라고 말씀하셨다. 순간 나는 어떤 선생님께서 하신 말씀이 떠올랐다. ‘방학과 보충수업은 공존할 수 없다. 정상수업을 늘리던가 보충수업을 없애는 것이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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